― 관계와 공동체를 강화하는 사목―
조 재 연(서울대교구 본당 중고등학생 사목부 담당 신부)
들어가는 말
“청소년, 그대들은 미래요, 그대들은 내 희망입니다”(요한 바오로 2세).
한 청소년 담당 신부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많은 곳에서 청소년 사목은 지금 원 안을 뱅뱅 돌고 있는 실정입니다. 어느 곳으로도 빠져나오지 못한 채, 계속해서 원 안을 맴돌고 있습니다.”
이렇듯 청소년 사목을 계속해 나가는 데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인내심 부족, 투신하고자 하는 의욕 부족, 능력 있고 청소년 사목에 열정을 가진 본당 교사의 태부족, 짧은 교사기간, 청소년 담당 사제와 수도자의 짧은 임기, 피상적이고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모임들,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 이벤트와 행사들, 지속성 결여, 영성 결여, 비판의식 결여, 공동체의식 결여, 새롭게 전환하고자 하는 의지 결여, 그리고 장기적 전망의 부재 등 실로 엄청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상황과 함께 청소년 사목을 담당하는 많은 사람들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가장 큰 의문은 ‘어디에서 잘못되고 있는가?’이다.
서울대교구 시노드 설문조사 결과는 우리에게 청소년 사목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해 주고 있다. 곧 청소년이 주일학교에 나오는 요인으로 프로그램이나 신앙가치(14.0%)보다는 관계(30.5%)나 소속감(15.2%)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1)
우리는 청소년이 교육환경 때문에 교회에 나오지 않는다고 쉽게 결론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더 깊은 교회적인 시선으로 고민을 한 결론이라기보다는 사회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른들의 시선과는 달리 우리 청소년은 교회에 나오고 있고,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교회에 헌신하고 있다. 그러면 이들 ‘청소년이 교회에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들을 ‘교회에 머물도록 하는 것은 무엇일까?’, ‘쉬고 있는 교회 청소년 그리고 비신자 청소년을 교회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길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청소년은 바로 관계와 공동체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교회에 나오고 있고, 또 교회에서 그 부분에 영향을 받고 있다. 이것은 결국 청소년 사목, 곧 청소년 복음화의 첫 단계는 관계와 공동체의 체험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1. 교회 청소년은 관계와 공동체를 추구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95년 세계청년대회에서 교회가 청소년의 여행 동반자가 될 것을 호소하였다.2) 필자는 15년간 청소년 사목을 하면서 “청소년과 함께 하는 여행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갈등하면서 답을 찾으려 했다. 결국 답을 찾은 곳은 청소년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아픔과 기쁨, 갈등과 희망을 나누며 걸어가는 그 한가운데였다. 청소년과 함께 다양한 체험을 하고, 그 여행을 하면서 ‘청소년 사목의 시작은 관계 사목이다.’라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또한 2002년 서울대교구의 시노드 설문 결과는 그것을 청소년의 목소리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바로 관계와 공동체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청소년은 교회에 나오는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이것은 앞으로 교회에서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선이 좀 더 너그러워져야 하고 기다려주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들은 이 초보적인 단계를 거쳐서 더욱 깊은 신앙의 단계로 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2. 인간관계 확대를 추구하는 청소년기
청소년기가 갖는 발달과정상의 특수성 때문에 청소년의 특성을 한마디로 정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다. 개인차는 있지만 청소년기에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발달적 특성으로 신체적?성적 성숙, 인지적 발달, 정서적 불안정, 인간관계 확대, 자아정체성 확립 등을 들 수 있겠다. 이중에서 인간관계 확대 측면을 살펴보면 청소년은 심리적 이유(離乳)로 부모에 대한 정서적인 끈이 느슨해지면서 자신의 관심을 가정 밖으로 전환하여 가족 외의 사람들과 사회적인 관계를 점차 확대시켜 나간다. 독립을 요구하는 청소년기에는 자유롭고 상호 대등한 수평적인 인간관계를 원칙으로 하는 친구관계가 중요시된다.
단순히 행동을 같이하면서 즐기는 놀이친구를 필요로 하는 아동기와는 달리, 청소년기에는 뜻이 같고 자신의 요구나 고민을 이해하고 격려해 주면서 깊이 사귈 수 있는 친구를 요구한다. 곧 인격적인 결합을 요구한다. 부모나 교사와 같은 성인들과 동일시하던 청소년은 점차 부모의 인정이나 지지보다 친구와의 관계를 중시하여 가정보다는 학교나 사회에서 자기 또래와 함께 어울리려고 한다. 친구관계는 청소년에게 심리적인 안정감과 소속감을 주면서 그들의 자아정체감을 형성시키고 올바른 대인관계와 사회적인 통찰력을 발달시키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3)
3. ‘소속되는 신앙’을 사는 청소년기
청소년에 대한 사목자와 교사들의 고정관념과는 달리, 청소년은 “신앙이 없지” 않다. 그들 대부분은 자신의 신앙에 깊은 관심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신앙을 대부분의 어른들의 기대와는 반대되는 방향으로 표현하거나 보여주기도 한다. 어른들의 기대는 하느님과의 개인적인 관계보다는 종교적인 행동에 더 중점을 두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개신교 종교 교육학자인 존 웨스터호프(John H. Westerhoff)는 그리스도인들이 일반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신앙의 형태”를 네 가지로 정형화했다. 이 내용은 초기 청소년의 신앙과 이 신앙이 종교적으로 표현되는 방법에 대해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한다. 웨스터호프가 말하는 신앙의 네 가지 형태는 ‘체험된 신앙(Experienced Faith)’, ‘소속되는 신앙(Affiliative Faith)’, ‘추구하는 신앙(Searching Faith)’, ‘주체적인 신앙(Owned Faith)’이다.
웨스터호프의 네 가지 신앙 형태 가운데 ‘소속되는 신앙’은 대부분의 청소년에게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한 사람이 성숙될 때 그는 다른 사람들과 좀 더 깊은 관계를 맺고자 하는 열망을 갖게 된다. 이런 성장은 하느님을 체험하고 신앙을 더 깊게 하려는 열망도 함께 성장하게 한다. 이러한 열망은 자기 주변에 모델이 되는 어떤 사람들의 신앙에 의존하게 되기 때문에, ‘소속되는 신앙’을 ‘영향을 받는 신앙’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소속되는 신앙’은 참여적이다. 곧 청소년은 점차 의미 있는 다른 사람들의 종교적인 믿음을 취하게 되고, 그들의 행사에 참여하고, 그들의 삶의 방식을 의식적으로 모방하기 시작한다.
또한 청소년은 또래와 관계 맺기를 원하며, 또래 공동체의 한 부분이 됨을 느끼기를 원한다. 이러한 청소년의 열망은 교회 안에서 청소년 그룹 안에 참여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반영된다. 종교가 ‘소속되는 신앙’ 안에서 표현될 때 그것은 종종 교회 공동체의 충실한 구성원으로 행동하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과거에 교회가 가르치는 것과 요구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사람을 좋은 신앙인이라고 정의하던 때가 있었다. 성스러움이란 엄격함으로, 그리고 종종 교회의 가르침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날 신앙의 성숙을 이러한 방법으로 정의하지는 않는다. ‘소속되는 신앙’, 그 특성이 지니고 있는 역동적인 신앙의 형태에 대하여 많은 부모와 사목자에게 충격과 실망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을 거쳐 그들은 ‘추구하는 신앙’의 형태로 자연스럽게 옮겨갈 것이다.4)
4. 청소년 사목은 관계 사목
1) 청소년의 관계에 대한 갈망
청소년 사목은 오늘날 청소년의 갈망에 대한 진정한 인식에 토대를 두어야만 한다. 청소년은 다섯 가지의 갈망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의미와 목적에 대한 갈망, 관계에 대한 갈망, 인정받고 싶은 갈망, 정의에 대한 갈망, 거룩함에 대한 갈망이다. 이 가운데 ‘관계에 대한 갈망’을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청소년은 다양한 단계에서 타인과 관계 맺고 연대하려는 강한 갈망을 지닌다. 사랑받고 받아들여진다는 경험은 이러한 관계 안에서 일어난다. 이상적으로 볼 때, 가정은 이런 관계성 체험에 우선적이고 기초적인 장이다.
어린이가 사랑과 안정감, 소속감을 일차적으로 경험하는 것은 건강한 가족관계 안에서이다. 이 시기가 지나 청소년기에는 더 확대된 관계로 나아가는데, 또래 그룹이나 다른 개별적 인간관계를 통하여 수용되고 우정을 맺는 경험을 하게 된다. 결국 청소년은 자신들이 더 큰 공동체, 곧 학교나 교회, 사회공동체 안에 연결되고 소속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따라서 우리가 직면하는 가장 중요한 도전은 그들이 수용되고, 소속되며, 환영받는 신앙공동체를 형성해 줌으로써, 청소년이 선포된 복음을 들을 수 있고 복음을 살아가도록 돕는 것이다.5)
청소년 사목에서는 관계에 대한 갈망을 채워주는 것이 핵심적인 요소 가운데 하나가 된다. 우리 청소년은 무엇보다도 어딘가에 소속되기를 갈망하고 있다. 곧 강한 소속감을 갈망하고 있고, 어딘가에서 인정받고, 받아들여지기를 바라고 있다. 환대, 우정, 그리고 하나의 공동체를 제공하고 있는 청소년 사목은 무엇보다도 청소년의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켜 주어야 하고, 그들의 건강한 성장을 증진시켜 주어야 할 것이다.6)
더불어 청소년 사목은 그들의 경험과, 상징들, 목마름에서 시작해야 한다.
2) 관계 사목
“Not program, But relationships”
① 청소년 사목은 관계성에 근거한다. 청소년 사목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먼저 관계성을 필요로 한다. 관계를 수용하면서 청소년은 자신과 타인들을 직면하여 수용하고, 그들의 목표와 가치들을 명백히 알게 되고, 또한 그들이 장차 되어야 할 모습으로 점점 변화되어 간다. 청소년 사목을 형성하는 관계성이란 청소년들이 하느님께 자신을 개방하고, 더 많이 성장하도록 그들에게 도전의식을 일으키면서, 공동체를 이루고 그리스도 은총의 중개 역할을 하는 것을 말한다.
사목적 상황 안에서의 인간관계는 변화에 대한 상호 개방성과 성숙에 대한 의지를 지니는 것이다. 청소년과 성인 모두 이러한 유대관계를 통하여 함께 풍요로워지는데, 이것으로써 신앙 공동체는 활력을 얻고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증언하는 것이다.7)
② 관계 사목은 예수님께서 하셨던 사목 방법이다. 예수님은 사람들과 함께 걷고, 그들과 함께 관계를 발전시키셨다. 이 관계의 결과로 사람들은 변화되었다. 예수님께서 예리고의 마을로 걸어 들어가셨을 때, 거기에 많은 군중이 이 유명한 설교자이자 치유자이신 예수님을 보러 모였다. 예수님은 한 남자가 무화과나무에 앉아 그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셨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자캐오야, 어서 내려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루가 19,5). 하지만 군중은 예수님께서 죄인으로 알려진 세관장과 함께 시간을 보내시고자 그를 선택하신 것 때문에 당황했다. 예수님께서는 자캐오의 집에 저녁을 드시러 가셨고, 그와 함께 특별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하셨다. 그때 자캐오에게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그는 예수님께 말했다. “주님, 저는 제 재산의 반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렵니다”(루가 19,8).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늘 이 집은 구원을 얻었다”(루가 19,9).
루가 복음은 자캐오의 변화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을 묘사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캐오가 세관장이었고, 또 사람들에게 미움을 당한 부자였다고 나와있다. 아마도 예수님께서 그를 방문하셨을 때, 자캐오는 특별한 것을 느끼기 시작했을 것이고, 또한 돈만으로는 영원한 기쁨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을 것이다. 우리는 자캐오가 왜 변했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자캐오와 함께 시간을 보내셨고, 변화를 만드셨다는 것은 안다.
관계 사목에 도달한다는 것은 그들의 삶에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 안에서 청소년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뜻한다. 이는 청소년이 교회에 오기를 기다리는 대신, 그들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을 뜻한다. 이는 복음의 기쁜 소식은 바로 우정을 맺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뜻한다.8)
그렇지만 관계 사목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효과적인 청소년 사목은 청소년의 복음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을 해방시키는 복음 말씀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청소년이 적절하게 그것을 받아들일 자세가 되었을 때, 그들과 함께 말씀을 나누도록 부름을 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관계 사목을 농사에 비유하면, 땅을 갈아놓았으나 씨를 심을 때까지 휴경지로 남아있는 상태에 비길 수 있다.
③ 관계 사목은 청소년을 알고, 그들과 우정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목자가 양들을 알고 있듯, 청소년 사목자의 최고 직무는 청소년을 아는 것이다. 청소년을 아는 우정의 관계는 많은 청소년과 더불어 해야 한다. 이는 교구의 모든 청소년(심지어 교회에 나오지 않는 청소년)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뜻한다. 분명히 이것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관계 사목에 도달하는 것은 사목자 혼자 할 수 없는 일이고, 공동체와 함께해야 하는 것이다.9)
5. 청소년 사목은 공동체 형성으로의 부르심이다
청소년과 기초적인 우정이 맺어졌을 때, 우리는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 곧 청소년을 본당에서 주최하는 문화적인 모임, 소풍, 체육대회 등의 활동보다 주일학교, 청소년 모임, 피정, 성서 공부 또는 청소년 미사 등과 같은 더욱 영적인 활동에 초대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① 청소년은 공동체의 체험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인정한다. 청소년 공동체 형성은 청소년이 영성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가정과 본당 안에서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도 청소년 사목의 훌륭한 결실이 된다. 의사소통의 새로운 길을 찾아 더 깊은 나눔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세대를 초월하는 공동체를 형성하는 사목의 한 부분이다. 이러한 길과 기회들은 각 세대가 서로 다른 세대에게서 듣고 응답해 주는 상황으로 그들을 이끌어갈 것이다. 성인들과 청소년이 신앙 공동체 안에서 서로 삶을 나누고 우정을 느낄 때, 그들은 하느님의 가족이라는 신원의 기초를 형성하는 것이다.
② 공동체 형성 사목은 어느 면에서는 축제의 사목이다. 공동체 안에서, 청소년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삶의 기쁨을 이웃과 나눌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지지를 얻어서 갈등과 고민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게 된다. 야외로 함께 나가기, 축제, 캠프, 운동, 음악, 춤 등은 청소년이 자신들의 삶 속에 어우러져 있다는 자연스런 표현이 된다. 공동체 축제의 기회는 건설적인 자아 개념과 풍부한 지도력을 불러일으켜 주며 이는 또한 청소년 사목을 활성화한다.10)
③ 청소년은 공동체를 통해서 소속감을 느낀다. 청소년들은 동년배들이나 선배?어른 지도자들과 모임에서 어울리면서 소속감을 느낀다. 그리고 작은 우정의 공동체에 들어오게 되고, 청소년 그룹들은 신앙을 알게 된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소속감이 중요하다. 이 소속감은 때때로 자기 존중감으로 변화되기도 한다.
청소년을 공동체에 참여하도록 초대하는 이 두 번째 단계는 우정이 생긴 뒤에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친구가 초대하면 응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④ 청소년 사목은 공동체(신앙 공동체)로의 부르심이다. 효과적인 청소년 사목의 본질은 결정적으로 신앙 공동체, 특히 본당 환경 안에서의 청소년 사목에 대한 지지와 어른들의 모범이라고 할 수 있다. 청소년 사목은 공동체의 이러한 맥락 안에서 각 청소년이 신앙 안에서 투신하도록 밀어주고, 성장을 향한 봉사로 이끈다. 특히 청소년 사목에서 본당 공동체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본당 공동체는 신앙 공동체의 삶, 사명 그리고 일에 대한 참여를 증진시키는 특별한 역할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첫째, 본당 공동체는 “그 안에서 청소년이 환영받고 예수 그리스도와 사목자들 안에서 점차 공동체의 성인으로 자라나도록 하는 곳이 되어야만 한다.” 본당 공동체 안에서 청소년은 공동체의 자격을 갖춘 구성원이라는 느낌과 받아들여졌다는 느낌을 가져야 한다. 청소년은 공동체에서 그들이 자격을 갖춘 구성원으로 간주된다면 동질감을 더욱 쉽게 얻는다.
둘째, 본당 공동체는 “청소년을 위해 그들의 특별한 재능과 교회생활에서 특별한 역할을 인식하는 프로그램을 한다. 그들은 본당 공동체에 젊은 에너지, 생동감, 희망 그리고 비전을 가져다준다.” 본당에서 청소년은 그들에게 주어진 선물인 재능을 사용하고 뜻 깊은 역할을 통해 그들의 신앙을 표현하는 다양하고 폭넓은 기회를 가져야 한다. 특히 사제, 수도자들과 서로 협력하는 가운데 그 안에서 성소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셋째, 본당 공동체는 청소년이 본당에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청소년과 친구다운(youth-friendly)”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이 본당 공동체는 청소년을 귀하게 여기는 공동체의 한가운데로 청소년이 오는 것을 환영하고 그들에게 귀를 기울이며, 필요한 것들을 마련해 주고, 기도, 시간, 시설 그리고 재정을 지원하는 공동체이다. 본당 공동체는 청소년을 자원으로 보는 공동체, 곧 그들에게 선물로 부여된 재능을 인정하여 주고 힘을 북돋아주며, 그들에게 중요한 직무를 부여하고 그들의 기여에 대하여 격려해 주는 공동체이다. 또한 청소년에게 세대간의 상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공동체, 곧 역할 모델이며 조언자인 어른들과 관계를 발전시키는 공동체이다. 간략하게 표현하면, “청소년과 친구다운(youth-friendly)” 본당 공동체는 청소년을 그 공동체에 투신하게 하고 성장하게 한다.11)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관계와 공동체를 통해서 발달 과정에 있는 청소년을 이끌어, 관계에서 얻는 기쁨과 고통에 대한 건전한 시각을 갖게 할 수 있다. 또한 긍정적이고 건전한 상호작용을 증진시키는 기술을 익히게 하며, 환영하고 인정하는 태도를 갖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아울러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하도록 하고, 개인의 독특성과 신앙을 통하여 결합된 공동체의 지원에 대하여 이해하게 하며,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그들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한다.
나오는 말
“청소년을 잊어버릴 때, 교회는 널려있는 보물을 잊고 있는 것이요,
청소년을 잃어버릴 때, 교회는 미래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교회는 청소년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것은 첫째, 관계, 둘째, 활동, 셋째, 비전이다.12) 교회 공동체 안에서 ‘관계 맺기’는 기초이자 기반을 의미한다. 다리의 역할이다. ‘활동’은 교회를 움직이는 몸통이다, ‘비전’은 머리이다. 그러므로 관계를 중심으로 교회가 이루어지고 그 안에서 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교회 안에는 오로지 활동만 있다. 왜 그것을 해야 하는지, 무엇 때문에 활동이 있어야 하는지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청소년을 변화시키는 것은 활동이 아니라 관계를 통해서이다. 그 관계란 단지 인간적인 관계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정 어린 관계, 영성적인 관계, 하느님과의 관계 등을 뜻한다. 특별히 오늘날과 같은 개별화된 사회 안에서 모두가 다 원하는 것이 관계이다. 관계가 인간을 성장시킨다. 청소년의 일차적인 욕구가 관계와 공동체에 대한 욕구라는 것은 교회 안과 밖의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청소년에게 의미 있는 관계를 맺게 하고 그것을 통해서 성장하는 공동체를 형성시켜 주어야 하는 교회의 사명이 있다.
청소년 사목은 청소년을 복음화하는 것이다. 청소년을 복음화하려면 그들을 교회로 초대하여야 하고, 또 나오고 싶은 교회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교회를 찾는, 그리고 교회에 헌신하는 청소년에게서 깊은 신앙을 지닌 모습, 경건하고 단정한, 그리고 어른들에게 순응하는 모습을 바란다. 그러나 우리가 만나는 그들의 모습은 우리가 기대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인 경우가 많다.
우리가 바라는 이 모든 것은 그들이 추구하는 관계 맺기와 공동체 형성이라는 것과 함께 서서히 일어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인내심을 가지고 묘목을 심을 필요가 있다. 어느 날 거대한 나무로 자라게 될 묘목을 심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지금 실패한다면, 우리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교회는 이들을 품고 이들이 관계와 공동체의 욕구를 거쳐 더 깊은 신앙의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조급하게 그들을 몰아세우면 그들을 잃어버리게 되고 교회의 미래를 잃어버리게 된다.13)
조병화 시인의 ‘내게 당신의 사랑이 그러하듯이’라는 시는 청소년 사목을 씨 뿌리는 우리 교회 현실에 전망을 준다.
씨를 뿌리는 사람은 생명을 뿌리는 사람이어라
나무를 심는 사람은 지구에 세월을 심는 사람이어라
씨를 뿌리고, 나무를 심는 사람은 생명을 뿌리고,
세월을 심는 사람이어라아, 그것은 스스로는 다 걷을 수 없는 꿈을 심는 일이어라
스스로는 다 볼 수 없는 세월을 심는 일이어라
내게 당신의 사랑이 그러하듯이
1) 조재연, “청소년들의 신앙생활 실태-서울대교구 시노드, 청소년 공청회를 중심으로”, 『사목』 303호(2004. 4.), 79-90면
2) United States Conference of Catholic Bishops, Renewing the Vision, A Framework for Catholic Youth Ministry, 1997년, 1면.
3) 한상철 외, 『청소년 심리학』, 양서원, 2001년, 24-26면 참조.
4) Micheal Carotta, Director’s Manual for the Discovering Program, Saint Mary’s Press, 1989년, 26-27면.
5) National Federation for Catholic Youth Ministry, Inc., The Challenge of Catholic Youth Evangelization, 1993년, 5-6면.
6) Thomas East?John Roberto, Guide to Youth Ministry Leadership, Don Bosco Multimedia, 1994년, 82면.
7) United States conference of Catholic Bishops, A Vision of Youth Ministry, A Framework for Catholic Youth Ministry, 1976년, 9면.
8) Jeffrey J. Kaster, Youth Ministry, The Liturgical Press, 1989년, 13-14면.
9) 위의 책, 13면.
10) United States conference of Catholic Bishops, A Vision of Youth Ministry, A Framework for Catholic Youth Ministry, 1976년, 16-17면.
11) United States Conference of Catholic Bishops, Renewing the Vision, A Framework for Catholic Youth Ministry, 1997년, 12-14면.
12) Mario V. Baclig, Journeying with youth, Catholic Youth Ministry in the Philippnes, 1993년, 28면.
13) George Boran, Youth Ministry that works, Paulist Press, New York, 2001년,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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