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심리/심리치료

이야기하기를 통한 상담과 치유

힐링&바이블센터 2007. 2. 24. 15:06
이야기하기를 통한 상담과 치유

                                                                       손운산(이화여대)
    
1. 상담과 치유에서의 이야기하기의 중요성

최근에 이야기 혹은 담론에 관한 관심은 학문의 여러 분야에 걸쳐 광범위하다.  이러한 관심은 이제까지 실재를 묘사하는데 사용되었던 언어가 과연 실재를 얼마나 실재에 가깝게 묘사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비롯되었다. 이제까지 사용되어 온 언어가 자아, 세상, 혹은 하나님 등을 제대로 그려왔느냐에 대한 질문에 대하여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실재를 담는 구조로서의 언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다른 언어, 예를 들면, 이야기, 상징, 은유 등의 언어가 실재를 더 가깝게 그린다고 주장한다.  

상담학이나 정신치유 분야에서도 이야기의 중요성이 점차 증대되고 있다. 상담은 혹은 정신치유는 하나의 이야기 사건이다.  내담자는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표현하며, 상담자는 들음을 통해 내담자의 세계를 이해하고,  내담자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가도록 도와준다. 누구한테 이야기한다는 것은 상대를 자신의 내적 세계로 초대하는 숭고한 행위이다. 이제까지 아무한테도 말해 본 적이 없는 사건들, 숨겨온 일들, 부끄러운 부분들이 이야기를 통해 듣는 이에게 보여지며, 말함과 들음의 친교(communion)를 통해 말하는 사람도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더 깊은 부분까지 표현된다.

듣고 이해하는 사람 앞에서 얽혔던 사람의 실타래가 이야기를 통해 풀리기 시작한다.  이야기하는 사람은 이야기하면서 그 동안 억업된 사건들이 이야기되어지길 얼마나 애타게 기다려 왔는지, 잊고 싶었던 사건들이 잊혀지기는커녕 응어리 진 채로 남아 있었음을 발견하고 놀란다.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을 얽매여 왔던 어떤 사건에서 자유함을 얻는다.  그 사건이 이야기되어 질 때, 그 잊고 싶었던 사건이 남의 것이 아니라 바로 나의 것,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가장 아픈 부분임으로 알고 어루만지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이야기하는 자는 이야기의 주인(owner) 혹은 저자(author)가 된다.  이야기의 입장에서 치유는 내담자로 하여금 자기 이야기의 "저자 되게 하는 과정(authoring process)"으로 볼 수 있다.

2. 이야기하기와 치유

이야기하기를 통한 치료에서 이야기는 인간의 본래적 특성으로, 문제를 이해하는 방법으로, 치유의 기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첫째로 이야기 치유목회는 인간은 본래 이야기하는 동물(homo narrans)이라는 명제에서 출발한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각자의 이야기와 더불어 태어나고 이야기를 하면서 살아가는 동물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할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고 살아간다는 것은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인간의 인간 됨은 이야기를 통해 형성되고 재형성된다.  자아는 발견하는 것이 아니고 이야기함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둘째로 이야기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잘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아픈 마음은 보여 줄 수 없다. 어릴 적에 받은 상처가 현재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알려 줄 길이 없다. 이야기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상담은 이야기를 통해 드러난 한 사람의 삶의 세계를 이해할 때 이뤄진다.  한 사람을 가장 정확하게 이해하는 길은 정신병리학에서 만든 진단지침이나 심리검사를 통해 얻은 결과를 통해서가 아니라 이야기하기와 들음의 과정을 통해서이다. 이것을 공감적 이해(empathic understanding)라고 부른다. 공감은 경험이 다른 사람을 그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하는 능력이다. 편견이나 자신의 경험과 입장에서가 아니라 말하는 사람에게 공감적으로 조율(empathic attunement)함으로 그 사람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런 공감적 이해는 많은 훈련을 통해 가능하게 된다.

셋째로 치유는 이야기를 통해 일어난다. 아픔이 이야기로 표현되기 전 까지 아픔은 그대로 남아 있고 그 아픔의 포로가 된다. 즉 아픔이 주어가 되고 아픈 사람은 그 아픔의 목적어가 된다. 그러나 이야기한다는 것은 아픈 사람이 주어가 되어 그 아픔을 이야기로 만들면서 견딜만한 구조로 바꾸어 간다.  이야기하면서 아픔이 드러나고 그 아픔을 이야기하며 아픔이 치유될 뿐 만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면서 새로운 자아가 형성된다.

3. 이야기하기를 통한 치유과정

1) 사건에서 이야기로

인생의 중년기에 접어들면서 삶의 경험들이 쌓이고, 새로운 꿈이나 포부 보단 의미 있는 삶이 중요하게 여겨지게 될 때, 삶을 이야기하고 싶어지고 이야기를 나눌 상대를 찾게 된다. 이야기를 잘 듣고 이해하는 사람 앞에서 얽혔던 삶의 실타래가 이야기를 통해 풀리기 시작한다.  이야기하는 사람은 이야기하면서 그 동안 억압된 사건들이 이야기되어지길 얼마나 애타게 기다려 왔는지, 잊고 싶었던 사건들이 잊혀지기는커녕 응어리 진 채로 그대로 남아 있었음을 발견하고 놀란다.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을 얽매여 왔던 어떤 사건에서 자유함을 얻는다.  상처를 준 사건들이 이야기되지 않으면 계속 상처를 준다. 그러나 그 사건이 이야기되어 질 때, 그 잊고 싶었던 사건이 남의 것이 아니라 바로 나의 것,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가장 아픈 부분임으로 알고 어루만지게 된다.  

2) 이야기를 통해 나를 찾고

이야기 중에 나의 모습이 드러난다. 전혀 생각지도 않은 지난날의 사건들이 이야기의 좋은 구성자료가 되며, 그 사건들이 이야기될 때, 전혀 다른 모습으로 느껴진다.  억눌린 슬픔, 그 슬픔 뒤에 감추어진 좌절과 분노가 언어의 옷을 입고 표현되며, 이야기함을 통해 한 개인의 닫혀졌던 삶의 세계가 보이기 시작한다.  과거에 살아 온 흔적들은 물론이고 환상과 상상력의 세계까지 이야기를 통해 드러나 통합된 나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야기하면서 내가 나를 느끼고 만난다.

3) 이야기함으로 새로운 나를 만들고

이야기함은 나를 만드는 작업이다.  이야기 과정을 통해 내가 내 인생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다. 이야기하는 사람은 구슬 같은 수많은 사건들 중에서 몇 개를 골라내어 그것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야기가 곧 나이다. 어떻게 살았느냐도 중요하지만 살아 온 삶을 어떻게 이야기하느냐도 중요하다.  살아 온 삶에 대한 책임도 있지만 그 삶을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에 대한 책임도 크다.  이야기함으로 나의 모습을 만들고 이 모습으로 미래를 위한 대본을 쓰게 된다. 즉 앞으로 공연할 내 인생 연극의 대본을 내가 쓰기 시작한다.  이 과정을 통해 이야기하는 자는 이야기의 주인(owner) 혹은 저자(author)가 된다.  이야기의 입장에서 치유는 내담자로 하여금 자기 이야기의 "저자 되게 하는 과정"(authoring process)이다.

4) 새로운 나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면서

치유는 기독교 이야기 혹은 신앙 이야기와의 만남을 통해 온전해 진다.  나의 이야기와 성서의 이야기, 나의 삶의 흔적과 기독교가 제시하는 삶의 형태가 만나 대화, 대결, 혹은 만남을 통해 삶의 다른 지평이 열린다. 이 다른 지평을 받아들이면서 자아는 성장과 성숙하게 된다. 이 새로운 지평이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의 주제가 된다.

4. 이야기하는 자의 유의사항

1) 아무 이야기나 먼저  

편안한 상태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하고 싶은 만큼 이야기한다.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것들, 심각한 문제들만 이야기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이야기되어 져야 할 것들은 자연스럽게 드러나기 마련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들은 표현되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불안감 없이, 부담 없이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2) 이야기로 마음을 열고

우리는 보통 마음이 열려야 이야기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쌍방적이다. 마음이 열리면 입이 열리기도 하지만 입을 열면 마음도 열린다.  느낌이 언어화하기도 하지만, 언어가 느낌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비록 마음이 안 열린 상태에서도 입을 열기 시작하면 마음도 열리게 된다.  감정이 언어를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상담에서는 이야기 혹은 언어가 감정을 만들어 낸다. 이야기를 통해 이미 있는 감정을 표현하고, 또 계속 이야기하는 동안 다른 감정 혹은 새로운 감정을 만들어 냄으로써 치유가 일어난다. 그러므로 별 느낌이 없어도 이야기를 시작하면 닫힌 마음의 문이 열리게 되고 계속 이야기함으로 삶의 깊고 넓은 세계가 드러난다.

3) 다른 언어를 사용하여

같은 내용도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전혀 다르게 표현되고 전달된다. 다른 언어를 사용하면 다르게 자신이 표현되고 다르게 느껴진다. 언어가 나를 표현한다면 가장 나다운 나를 표현할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우리의 모습이 달라진다. 논쟁적, 개인적, 지적, 투쟁적, 분석적, 비판적 언어들을 통해 표현되는 모습과 종합적, 심미적 표현을 할 수 있는 상징언어, 은유, 이야기 등으로 표현되는 모습이 다르다. 내용을 바꾸기 전에 표현수단을 바꾸어야 한다.  기분에 따라 옷을 입기도 하지만 옷을 입으면 기분이 달라지는 것과 같다.

4) 다른 내용으로

드러나지 않은 많은 삶의 세계들이 그대로 사장되어 있다. 내면의 세계, 꿈, 상상력, 환상의 세계는 거의 표현되지 않고 있다.  대화의 내용이 “내가 가지고 있는 것”(What I have)에서  “나의 나 됨”(Who I am)으로 바꾸어져야 한다.  치유되지 않은 상처가 언어를 통해 표현되어 그 아픔을 다시 경험해야 그 상처가 아물기 시작한다. 부정적인 모습과 함께 긍정적인 모습이 드러나야 치유가 이루어진다. 장한 모습, 흐뭇한 경험들이 더 많이 표현될수록 좋다. 이제까지 일상생활에서 표현된 내용이 아니라 덜 혹은 아직 표현되지 않은 자신의 삶이 이야기를 통해 드러나야 새로운 모습이 만들어진다.

5. 이야기 듣는 자의 유의사항

이야기를 듣는 자는 이야기하는 사람의 신뢰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면 나를 가장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신뢰한다는 표시이다. 그러므로 잘 듣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된다.  이야기하는 자는 듣는 자를 자신의 내면의 깊은 세계로 초대한다. 듣는 자는 상대방의 내면의 세계, 한 번도 누구에게 이야기 해본 적이 없는 세계로 초대받는다. 이제까지 아무한테도 말해 본 적이 없는 사건들, 숨겨온 일들, 부끄러운 부분들이 이야기를 통해 듣는 이에게 보여지며, 말함과 들음의 친교(communion)를 통해 말하는 사람도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더 깊은 부분까지 표현된다. 그러므로 듣는 자는 이야기하는 자와 신뢰관계가 중요하다.  

듣는 자는 이야기하는 잘 이해해야 한다.  아픈 마음은 보여 줄 수 없다. 어릴 적에 받은 상처가 현재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알려 줄 길이 없다. 이야기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상담은 이야기를 통해 드러난 한 사람의 삶의 세계를 이해할 때 이뤄진다.  한 사람을 가장 정확하게 이해하는 길은 정신병리학에서 만든 진단지침이나 심리검사를 통해 얻은 결과를 통해서가 아니라 이야기하기와 들음의 과정을 통해서이다. 이것을 공감적 이해(empathic understanding)라고 부른다. 공감은 경험이 다른 사람을 그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하는 능력이다. 편견이나 자신의 경험과 입장에서가 아니라 말하는 사람에게 공감적으로 조율(empathic attunement)함으로 그 사람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런 공감적 이해는 많은 훈련을 통해 가능하게 된다.

듣는 자는 이야기하는 자가 편안히 이야기 할 수 있는 최고의 분위기를 제공해야 한다. 재촉하지 말고, 이야기할 때까지 기다리고, 어떤 내용을 이야기하는지 판단하지 말고 그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된다.  잘한 일들을 이야기하면 마음껏 칭찬 및 격려해 주어야 한다.  이제까지 받은 비난과 비판도 너무 많다.  상대의 이야기를 분석이나 설명하지 말고 이해하고 본인이 설명하게 도와주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이야기하는 자는 자신의 지난 날을 되돌아보고, 현재를 잘 파악하고 앞날을 새롭게 설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