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ls의 게스탈트 요법과 접근방법
박윤수(철학박사)
1. 게스탈트 요법의 개념
1) 인간관
상담 및 심리치료의 게스탈트 접근에서는 인간을 현재중심적이며, 전체적이고,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해 잠재력을 각성할 수 있는 존재로 본다. 인간을 현재중심적으로 본다는 뜻은 지나간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의 환경 속에서 자신의 행동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음을 말하며, 통일적이라는 뜻은 인간의 행동을 육체, 정신, 환경 등의 어느 단편적인 요소나 그 합에 의한 것으로 보지 않고, 각 요소들이 역동적으로 상호관련되어 나타나는 하나의 전체로서 이해한다는 의미이다. 인간에게 있어 개인과 환경은 별개의 실체가 아니라 서로의 영향을 주고 받는 체계임을 체험하게 하고, 환경 없이는 감정, 사고, 행동의 통합도 있을 수 없고 방향결정도 있을 수 없다고 본다.
건강한 사람은 전경과 배경의 상호관계가 주의, 집중, 흥미, 관심 등에 의하여 적절히 형성되고 통합되지만, 정신병자나 신경증 환자는 전경과 배경을 형성해가는 탄력성(elasticity)이 없고, 전경과 배경의 출현과 후퇴도 원활치 않다. 즉, 전경이 지나치게 경직 또는 고정되어 새로운 관심이 배경으로부터 전경으로 바꾸어질 수 없거나(rigidity), 배경에 집착되어 있어 전경을 형성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신의 잠재력을 각성할 수 없다. 인간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잠재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고, 나아가서 그 잠재력을 최대한 발전시킬 수 있으며, 그 선택에 대한 책임도 질 수 있는 존재일 때 건강하다.
파슨즈(Passons,1975)는 이 접근의 인간관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1) 인간은 신체, 정서, 감각, 그리고 지각 등 각 부분의 기능이 서로의 관련가운데서 이루어지고 있는 하나의 전체로서의 존재이다. (2) 인간은 환경의 일부분으로서 그 환경을 떠나서는 이해되어질 수 없는 존재이다. (3) 인간은 외적인 자극에 반응하는 양식을 스스로 선택하는 행위자이지, 단순한 반응자가 아니다. (4) 인간은 자신의 모든 감각, 사고, 감정을 완전히 각성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5) 인간은 자기각성을 통해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그 선택에 대하여 책임을 질 수 있다. (6) 인간은 자기자신의 삶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7) 인간은 현재에서만 자기자신을 경험할 수 있다. 과거와 미래는 회상과 예상을 통해 현재의 경험으로 될 수 있는 것이다. (8) 인간은 본질적으로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2) 게스탈트
개체는 어떤 자극에 노출되면 그것들을 하나하나의 부분으로 보지 않고 완결-근접성-유사성의 원리에 입각하여 자극을 하나의 의미있는 전체 혹은 형태 즉, 게스탈트로 만들어 지각하는 경향이 있다. 게스탈트란‘개체에 의해 지각된 자신의 행동 동기’를 뜻한다. 즉, 개체가 자신의 유기체 욕구나 감정을 하나의 의미 있는 행동 동기로 조직화하여 지각한 것을 의미한다. 개체가 게스탈트를 형성하는 이유는 우리의 욕구나 감정을 유의미한 행동으로 만들어서 실행하고 완결짓기 위함이다. 따라서 모든 욕구가 다 게스탈트가 아니고 개체가 자신의 욕구나 감정을 자신이 처한 상황과 환경을 고려하여 그 상황에서 실현가능한 행동 동기로 지각한 것이 게스탈트이다. 개체는 자신의 모든 활동을 게스탈트를 형성함으로써 조정하고 해결한다. 만일 개체가 게스탈트의 형성에 실패하면 심리적, 신체적 장애를 겪게 된다. 따라서 건강한 삶이란 바로 분명하고 강한 게스탈트를 형성할 수 있는 능력과 같다고 하겠다. 그러나 개체가 게스탈트를 형성하려고 인위적으로 노력할 필요는 없다. 건강한 유기체는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스스로 알아서 자각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어느 한 순간에 여러개의 게스탈트가 동시에 형성되는 경우에는 개체는 자기조정능력이 있기 때문에 매 순간 가장 절실한 행동을 게스탈트로 형성하므로 문제 될 것이 없게 된다. 단지 문제는 개체가 이러한 자연스런 유기체 활동을 인위적으로 차단하고 방해함으로써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차단행위를‘접촉경계 혼란’이라고 한다.
3) 미완성작업(Unfinished Business)
Gestalt상담에서 핵심이 되는 부분은 미완성작업이다. 개체가 게스탈트 형성을 하지 못했거나 혹은 게스탈트를 형성하기는 했으나 이의 해소를 방해받게 되면 그것은 배경으로 사라지지 못한다. 그렇다고 전경으로 떠오르지도 못하므로 그것은 중간층에 남아있게 된다. 왜냐하면 개체는 게스탈트를 완결지으려는 강한 동기를 지니고 있는데, 아직 완결이 되지 않았으므로 계속 전경으로 떠오르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완성작업은 전경과 배경의 자연스런 교체를 방해하기 때문에 개체의 적응에 장애가 된다. 미완성작업이 많아질수록 개체는 자신의 유기체욕구를 효과적으로 해소하는데 실패하게 되고 마침내 심리적, 신체적 장애를 일으킨다. 이것은 인간의 내부에 존재하는 미처 해결되지 못한 불안, 분노, 적개심, 고통, 슬픔, 죄책감 등의 감정을 말한다. 이러한 감정들은 완전히 경험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삶의 배경 속에 계속 웅크리고 있다가 현재의 삶 속에 들어와 정상적인 심리작용을 방해한다. 폴스터와 폴스터(Polster and Polster,1973)는 이에 대하여“미완성 작업들은 끊임없이 완성되고자 몸부림 친다. 이 몸부림으로 인하여 사람들은 선입관에 사로잡히고, 고집스럽게 되고, 충동적인 행동을 하며 불안해 하고 에너지를 강박적으로 사용하고, 패배주의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미완성작업이 쌓이는 이유는 개체가 자연스런 유기체의 활동을 인위적으로 차단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수많은 미완성작업을 안고 살아가기 때문에 삶을 신선하고 생기있게 살지 못한다. 따라서 게스탈트 심리치료는 미해결과제를 완결짓는 일을 매우 중요한 목표로 생각한다. 미완성업무는 인간의 능력과 가능성을 치명적으로 파괴한다. 해결되지 못한 감정들은 현재의 삶을 혼란시킨다. Perls는 인간의 분노가 가장 흔한 미완성업무의 근원이요, 가장 악랄한 존재라고 하였다. 그는 사람들이 분노에 사로잡히게 되면 혼돈상태가 되고 마는데, 그 이유는 그것을 표면화 시켜 드러내기까지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4) 성격의 발달과 자기실현
Perls는 사람을 포함한 동물, 식물 등 모든 살아있는 유기체는 스스로를 자신의 본질에 일치하도록 실제의 모습으로 자아실현(self actualization)하고자 하는 본래적인 욕구가 있다고 믿었다. 즉, 장미는 튜우립으로서가 아니라 장미로서 그 자신을 실현하고, 새는 염소로서가 아니라 새로서의 그 자신을 실현한다고 말하였다. 마찬가지로 인간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잠재력을 완전히 발휘하며 다른 어떤 것이 아닌 바로 실제의 자기가 됨으로써 자아를 실현한다고 하였다. 인간의 갈등은 실제의 자기가 아닌 다른 어떤 것이 되기를 우리에게 기대하는 사회에 살면서 그 기대대로 되어 보고자하는 어울리지 않는 욕구에서 비롯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집착(stick)과 최면(hypnosis)이라는 강력한 두 가지의 무기를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위조(falsify)하게 된다. 이와같이 자신보다는 환경에 더 의존하려는 경향때문에 잠재력의 완전한 표현이 억제되고 있는 것이다.
Perls는 또한 인간의 좌절경험을 소중한 것으로 생각하였는데, 만일 자라나는 아동에게 좌절경험이 없다면, 여러가지 자신의 능력을 동원하여 스스로 무엇인가를 할 때 얻어지는 전율적 쾌감을 찾기 위해 노력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하였다. 그는 아동들이 충분한 좌절경험이 없을 때 고착된다고 보았다. 이러한 아동들은 자기가 이미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성장과 발달에 사용하지 않고, 환경 특히 부모나 선생님을 조정하는 데 사용한다. 결국 자아보다는 환경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아동들이 효과적인 조정수단을 배우게 될 때 특성(character)을 획득하게 된다. 그리고 고정된 특성을 가지면 가질수록 그의 행동이 고착되고 예측할 수 있게 되어 그의 잠재력은 더욱 줄어든다. 뿐만 아니라 계속적인 칭찬이나 사랑을 요구하는 아동은 지배적 인물이 된다. 그들은 자아통제력도 없고 다른 사람을 감동시키는 데만 관심을 기울이며, 가면을 쓰고 연기를 해야만 한다. 이와같은 역할은 습관이 되고, 지지받기 위하여 연기로써 환경을 조정하는 것은 그것 자체가 미성숙과 신경증의 한 증상인 것이다. 이를 위해 쏟아부어진 에너지는 자신의 발달을 위하여 아무것도 주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것을 타인으로부터 받으려는 병적인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환경에의 의지로부터 자신을 믿고 의지하게 하는 것은 성격발달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타인을 위해 꼭두각시처럼 연기하는 것을 그만두고 참으로 자신의 내적인 본질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행동함으로써,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실현시켜야 한다. 그렇게 될 때 Perls가 말하는 심리적 건강의 최고상태에 도달하게 되고, 이것이 바로 '지금-여기의 사람'인 것이다.
2. 게스탈트의 형성과 해소
1) 알아차림과 접촉주기
알아차림(awareness)은 개체가 자신의 유기체 욕구나 감정을 지각한 다음 게스탈트로 형성하여 전경으로 떠올리는 행위를 말한다. 알아차림은 누구에게나 자연적으로 갖추어져 있는 능력이다. 다만 접촉경계 혼란이 개입함으로써 개체는 자신의 알아차림을 인위적으로 차단하고 그 결과 게스탈트 형성에 실패하고 만다. 접촉(contact)은 전경으로 떠오른 게스탈트를 해소하기 위해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행위를 말한다. 접촉은 알아차림과 함께 서로 보완적으로 작용하여‘게스탈트의 형성과 해소’의 순환과정을 도와주어 유기체의 성장에 이바지한다. 위의 알아차림과 접촉 중에서 어느 한쪽이라도 결여되면 전경과 배경의 원활한 교체가 불가능하다. 이렇게 게스탈트가 형성되고 해소되는 반복과정을‘알아차림-접촉주기’라고 하는데 Zinker는 알아차림-접촉주기를 아래와 같이 여섯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1977).
] ① 배경단계 : 물러나 배경에 머물러 있는 단계 ② 감각단계 : 욕구나 감정이 신체감각의 형태로 나타나는 단계 ③ 알아차림단계 : 개체가 알아차려 게스탈트로 형성하여 전경으로 떠올리는 단계 ④ 에너지동원단계 : 형성된 게스탈트를 해소하기 위해 에너지를 동원하는 단계 ⑤ 행동단계 : 동원된 에너지를 행동으로 옮기는 단계 ⑥ 접촉단계 : 마침내 환경과의 접촉을 통해 게스탈트를 해소하는 단계 위와 같은 단계를 거쳐 게스탈트는 배경으로 물러나 사라지고 개체는 휴식을 취한다. 그런데 잠시 후 다시 새로운 욕구나 감정이 배경으로부터 떠오르고 이를 알아차려 게스탈트를 형성하고 해소하는 새로운 알아차림-접촉주기를 자연스럽게 반복하면서 성장해간다. 그런데 접촉경계 혼란으로 말미암아 알아차림-접촉주기가 단절되며, 그 결과 개체는 미해결과제를 쌓게 되고 마침내 심리장애를 일으킨다(Perls,1969). 게스탈트의 알아차림-접촉주기는 위에 기술한 여섯단계의 어느 곳에서나 단절될 수 있는데, 이를 단계별로 나누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2) 각 단계의 장애
① 배경-감각과정의 장애 알아차림-접촉의 첫단계에서는 배경으로부터 유기체 감정이 신체 감각의 형태로 느껴지는데 이것이 차단되어 신체감각 자체가 느껴지지 않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신체의 고통이나 불편한 상태 등이 무시되어 느껴지지 않는다거나 혹은 외부환경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이 지각이 되지 않는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깊은 수면상태나 약물복용 상태 혹은 정신의 해리상태에서 관찰된다. 이러한 상태에 있는 개체는 신체적 감각이나 환경적 자극에 대해 이를 최소화 시키거나 왜곡시켜버려 신체감각이나 외부환경적 자극들을 잘 느끼지 못한다.
② 감각-알아차림과정의 장애 신체감각에 대한 지각은 이루어지지만 이를 환경과의 유기적인 관련 속에서 조직화함으로써 하나의 의미있는 유기체 욕구나 감정으로 알아차리지는 못하는 현상이다. 즉, 어떤 신체감각을 지각하기는 하지만 그것을 잘못 해석하는 일이 발생한다. 예컨대, 불안한 상황에서 호흡이 거칠어지고 심장이 빨리 뛰는 현상을 불안반응으로 느끼지 못하고 심장마비로 말못 해석하는 경우가 있고, 정신분열증 환자는 종종 어떤 감각을 머리 속에 종양이 생긴 것으로 지각하기도 한다. 또 어떤 내담자는 하복부나 골반에 느껴지는 성적인 감각을 불안이나 복통 혹은 경련으로 잘못 지각하기도 한다. 전환신경증 환자는 흔히 성적인 신체의 마비나 무감각으로 잘못 지각하기도 한다.
③ 알아차림-에너지 동원 과정의 장애 게스탈트 형성에는 성공했지만 이를 해소하기 위한 에너지 동원 혹은 흥분에는 실패한 경우이다. 이러한 현상은 흔히 지식인이나 강박장애 환자에게서 관찰할 수 있다. 이는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에너지 동원이 잘 되지 않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경우다. 이러한 장애는 내담자가 자신의 분노, 성적 감정, 부드러움, 사랑의 감정, 자기주장 혹은 자신감 등 자신의 생생한 유기체 에너지와 접촉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즉, 만일 이러한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면 무슨 큰 일이 벌어지거나 비난을 받는 등 낭패를 볼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경우이다.
④ 에너지동원-행동 과정의 장애 에너지는 동원했으나 게스탈트를 완결시키는 방향으로 이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즉, 동원된 에너지를 외부 환경을 향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차단해 버린다. 예컨대, 분노를 자각하고 에너지를 동원하지만, 이 에너지를 분노를 느끼는 대상에게 표출하지 못하고 자기 자신에게로 돌려 자신을 비난하고 질책하는 행동으로 바꾸어버린다. 자신의 유기체 욕구에 대해 알아차리고 또 이를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에너지를 동원시키고 있으나, 정작 이를 행동으로 옮겨야 할 순간에 공상을 한다거나 엉뚱한 행동에 에너지를 흩어버려 게스탈트를 완결시키지 못한다. 그들은 외부현실에 접촉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에 생각이나 관념, 자기합리화 뒤에 숨어버리는 것이다.
⑤ 행동-접촉 과정의 장애 에너지를 동원하고 행동에도 옮기지만 접촉에 실패하여 게스탈트를 완결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현상은 내담자의 행동이 목표대상을 잘못 겨냥했기 때문에 일어난다. 즉,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산만하게 흩어버리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이다. 히스테리환자의 행동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들은 말이 많고 행동도 분주하지만 자신의 체험을 잘 통합하지 못하며 많은 일에 관여하지만 행동이 산만하며, 에너지를 모아서 어느 한 행동에 투입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흩어버린다. 따라서 음식을 먹지만 맛을 잘 음미하지 못하고 성행위를 하지만 그저 막연한 느낌에 머문다.
⑥ 접촉-물러남 과정의 장애(리듬장애) 정상적인 경우라면 개체는 접촉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만족해서 뒤로 물러나 쉬게 된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알아차림-접촉주기의 리듬이 시작된다. 그러나 이 과정상의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항상 긴장하여 정상에 머물러 있으려고 한다. 즉, 만족을 모르며 물러나 쉴줄을 모른다. 이들을 치료하기 위하여는 자신이 이루어놓은 성과에 대하여 다소 불완전하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음미하며 찬탄하고 축배를 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편히 물러나 쉴수 있게 되며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새로운 게스탈트를 선명하게 전경으로 떠올릴 수 있게된다.
3. 게스탈트의 정신병리이론
1) 접촉경계 혼란과 마야(Maja)
개체와 환경과의 교류접촉은 접촉경계에서 이루어진다. 접촉경계란 개체와 환경간의 경계를 말한다. 인간과 인간과의 만남에서도 경계는 중요하다. 각자 자신의 영역이 타인의 영역과 구분되는 경계가 있어야 건강하게 기능할 수 있다. 만일 접촉경계 혼란에 의해 서로간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면 제대로 접촉할 수 없고, 건강한 성장에 장애가 생긴다. 접촉경계 혼란은 마치 의식에 안개낀 것과 같은 상태가 되는 것으로 자신과 세계를 똑바로 접하지 못하고 오리무중에서 헤매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개체는 자신의 에너지를 환경과의 올바른 접촉을 위해 사용하지 못하고 공상이나 환상 같은 무의미한 활동들에 분산시켜버린다. Perls는 접촉경계 혼란이 일어나게 되는 원인으로서 내사, 투사, 융합, 반전, 자의식 등을 들었는데 이를‘접촉경계 혼란행동’이라고 한다.
2) 접촉경계 혼란행동
① 내사(introjection) 내사는 마치 음식물을 제대로 씹지않고 삼킴으로써 복통이나 설사를 일으키게 되는 것처럼 사회와 부모의 가치관을 비판을 통하여 자기 것으로 동화시키지 못하고, 그냥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내면적 갈등을 일으키는 현상이다. 내사가 심한 개체는 자신의 진정한 욕구가 무엇인지 잘 모른채 타인의 기대에 따라 살아가는데 익숙해져 있다. 그들은 스스로 자신의 의지와 욕구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한다. 그들은 대부분 모범생으로 윗사람의 마음에 들게 행동하지만 정작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지 못하며, 스스로 자신의 삶의 목표를 정하여 창의적인 삶을 사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들은 피상적이고 판에 박힌 행동을 하며 깊은 대인관계를 맺지 못한다. 따라서 그들은 사회로부터 인정은 받지만 내면세계는 축적된 미해결과제로 인해 분열되어 있다. 즉, 내사된 도덕적 명령들과 이에 반발하는 목소리들이 서로 싸우는 소위‘자기고문 게임’에 빠지거나 혹은 내사된 것들을 타인에게 투사하고서 타인과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② 투사(projection) 내담자는 흔히 자신의 욕구, 감정 등을 타인의 것으로 지각하는데 이러한 현상을 투사라고 한다. 예컨대, 자신이 타인에 대해 애정이나 적개심을 갖고 있으면서, 오히려 타인이 자신에게 그러한 감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지각한다거나, 사실은 자기가 자신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으면서 타인이 자기를 그렇게 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등이다. 이러한 현상은 개체가 자신의 욕구나 감정을 자신의 것으로 지각하고 접촉하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그것에 대한 책임소재를 타인에게 돌림으로써 나타난다. 개체가 투사를 하는 것은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욕구가 좌절되는 것보다 고통을 덜 받게 되기 때문이다. 즉, 개체가 자신 속의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들을 부정해버리고, 그것들을 타인의 것으로 돌려버림으로써 심리적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Clarkson,1990). 예컨대, 다른 사람이 자기를 미워하고 곤경에 빠뜨리려 한다고 의심하고 있는 사람의 경우에, 실제는 그 사람 자신이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것일 수가 있는데, 이는 자신이 타인에 대해 그러한 부정적인 감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윤리적인 차원에서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타인에게 투사하는 것이다.
③ 융합(confluence) 융합이란 밀접한 관계에 있는 두 사람이 서로간에 차이점이 없다고 느끼도록 합의함으로써 발생하는 접촉경계 혼란이다. 즉, 갑이 행복하다고 느끼면 을도 행복하다고 느끼고 갑이 불행하다고 느끼면 을도 함께 불행을 느끼는 일심동체의 관계와 같은 것이다. 융합관계에 있는 두 사람은 태아와 어머니의 관계에서처럼 서로간에 경계가 없다. 즉, 두 사람은 마치 하나의 개체인것처럼 착각하며 산다. 그들은 자신의 개체성을 희생하여 ‘우리’라는 보호막 속에 들어가 안주하고 있는 상태가 된다. 그들은 이러한 관계를 깨뜨리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으로 느껴 과잉반응한다. 그들 상호간에는 어떠한 갈등이나 불일치도 용납하지 못하며 산다. 그들은 오랫동안 서로 길들여진 관계에 익숙하기 때문에 서로간의 균형상태를 깨뜨리는 행동은 금기로 되어 있다. 즉, 각자의 개성과 자유를 포기하고 그 대가로 얻은 안정을 깨뜨리려는 행위는 서로에 대한 암묵적인 계약위반이므로 상대편의 분노와 짜증을 사게 되고, 융합관계를 깨뜨리려는 사람은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Perls는 죄책감과 짜증은 융합관계에 위협으로 닥치면 나타나는 감정이라고 하였다. 이때 죄책감은 융합관계를 위반한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고, 짜증은 이의 시정을 요구하는 사람 쪽에서 내보이는 감정이다.
④ 반전(retroflection) 반전은 개체가 다른 사람이나 환경에 대하여 하고 싶은 행동을 자기 자신에게 하는 것, 또는 타인이 자기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행동을 스스로 자기 자신에게 하는 것이다. 즉, 반전은 타인이나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대신에 자기자신을 행동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타인에게 화를 내는 대신 자기 자신에게 화를 내거나, 타인으로부터 위로받는 대신에 자위하는 것 등이다. 이러한 행동은 개채가 성장한 환경이 억압적이거나 비우호적이어서 자연스런 접촉행동을 할 수 없을 때 나타난다. 흥미로운 것은 원래 개체의 욕구를 억압한 것은 환경이었지만, 지금은 개체 자신이 환경을 대신하여 자신의 욕구를 억압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부모나 환경의 태도를 자신의 인격 속으로 내사하였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 때 개체는 내사로 인하여 내면세계가 두 부분으로 분열되어 한쪽은 행위자로 다른 한쪽은 피행위자로 된다. 그래서 원래는 개체와 환경간의 갈등이었던 것이 이제는 개체의 내부 갈등으로 바뀌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행해지지만 나중에는 차츰 습관화되어 마침내 무의식적으로 된다.
⑤ 자의식(Egotism) 자의식이란 개체가 자신에 대해 지나치게 의식하고 관찰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것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타인의 반응을 지나치게 의식하기 때문에 생긴다. 이러한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를 지나치게 세밀히 관찰하며, 타인의 반응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러한 행동은 환경과의 교류와 접촉을 방해하고 또한 유기체의 자연스런 활동을 제지하여, 마침내 개체는 자기 내부에 갇히게 되며, 접촉경계 혼란을 일으키게 된다. 자의식을 통하여 모든 것이 지나치게 계산되고 의식화될 때 개체의 행동은 자연스럽지 못하고 인위적이 된다. 자의식이 많은 사람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경받고싶고, 관심을 끌고 싶어하지만 거부당할까 두려워 행동을 드러내놓고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자의식은 ‘충족되지 않은 자기애’ 욕구에 의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자의식이 많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면 당황해서 매우 불안해지고 신체적으로 심한 긴장을 느낀다.
4. 학교의 게스탈트 집단상담
① 환경접촉 맨발로 걷기, 앉거나 누어보기, 눈을 감고 방안을 돌아다니며 손으로 벽이나 가구들을 만져보기도 한다.
② 몸 풀기 소리내며 몸흔들기, 작은 소리와 큰 소리내기, 방안을 걸어다니기, 방안을 뛰어다니기, 발바닥을 옆으로 세워 걸어보기, 발뒷꿈치로 걸어보기, 발끝으로 걸어보기도 한다.
③ 추적 ○ 각자 어느 한 사람을 정한 뒤 북소리를 들으면 그 사람을 향해 빨리 쫓아간다. ○ 북소리가 들리면 하던 동작을 멈추고 선다. ○ 다시 북소리가 글리면 그 사람을 향해 계속 쫓아간다. ○ 집단전체가 한 덩어리가 될 때까지 계속한다.
④ 천생연분 ○서로 마주보고 손바닥으로 밀기 ○서로 등 맞대고 밀기 ○짝 바꾸어 계속하기 ○ 서로 팔다리를 맛사지해주기
⑤ 춤기법 ○ 두사람씩 등을 마주대고 서서 서로의 신체를 느껴본다. ○ 등을 맞댄 채, 음악에 따라 함께 조금씩 움직여본다. ○ 등을 댄 채 함께 자유롭게 방안을 다니며 춤을 춘다. (이어서 세사람, 네사람이 함께 위와같은 방식으로 춤을 춘다) ⑥ 연극기법 4-5명이 한조가되어 어떤 주제를 정하고그것을 연극으로 만들어 시연해 보게 한다. (가족갈등, 친구간의 갈등, 직장에서의 갈등을 주제로 즉흥극을 연출한다)
⑦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방안을 걸어다니면서 서로 준접촉을 한다. ○걸어다니다가 마주친 사람과 잠시 마주서서 눈 접촉을 한다. ○다시 걸어다니다가 마주친 사람과 잠시 마주서서 상대편의 어깨에 손을 얹고서 눈 접촉을 한다. ○다시 걸어다니며 눈접촉을 한다.
⑧ 상호교류적 즉흥연주 모든 악기, 드럼통, 돌맹이, 양철통, 찻잔, 젓가락 등(되도록 모르는 악기 선택) 동원한다. ○녹음준비 해놓고 즉흥연주(대략 20-40분), 응집이 생길수록 길어진다. ○연주 끝내고 연주중 체험한 것을 나눈다. ○녹음된 테이프를 같이 감상한다. ○감상한 후에 토론한다.
⑨ 집단환상동작 자신을 동물, 식물, 무생물의 동작이나 상태와 동일시하면서 동작으로 형상화시켜 표현해보는 기법이다. 현대음악의 모호성을 이용하면 집다역동을 일으키는데 도움이 된다(곰, 소, 토끼, 원숭이, 코끼리 등, 그때 그때 기분에 따라 성원들은 여러 가지 다른 동물로 변신할 수 있다) (성원들의 내적 상태와 욕구를 잘 표현해준다)
⑩ 자작시 짓기 각자 깨달은 바를 시적언어로 표현한다. "자! 모두잠시 눈을 감고 우리가 만나 체험하고 깨달은 것들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로 하겠습니다. 힘들었던 순간들 그리고 인상깊엇던 장면들을 하나씩 떠올려보십시요(잠시 침묵) 그러면 이제 눈을 감은 채, 각자 돌아가며 짧은 산문이나 시를 하나씩 지어 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당신’과‘나’라는 말이 반드시 한 번 이상씩 들어가도록 해주십시요.
⑪ 나의 소망 다음이 질문을 듣고 얼른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보시요. ○ 당신이 동물로 태어난다면 어떤 동물로 태어나고 싶습니까? ○ 만일 다른 사람과 3주일 동안 위치를 바꿀 수 있다면- 누구와 바꾸시겠습니까? 왜 그 사람과 바꾸고 싶은가? ○만일 세가지 소원을 이룰 수 있다면 무엇을 말하시겠습니까? ○ 당신이 하룻동안에 보이지 않는 사람이 된다면 무엇을 하겠습니까? ○만일 당신이 초능력이 있어 다른 사람의 생각과 비밀을 알 수 있다면 누구를 택하시겠습니까? ○ 당신에게 마법의 양탄자가 있어 어디든지 어느차원의 세계든지 갈 수 있다면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 이 세상에서 그 누구와도 하룻밤의 사랑을 나눌 수 있다면 누구를 택하시겠습니까? 그 이유는? (이 작업을 통해 성원들은 자신의 내재된 욕구, 희망, 관심사를 자각할 수 있다.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동기가 무엇인지 좀 더 명확히 지각할 수 있고, 따라서 행동에 분명한 방향이 생긴다)
⑫ 유언장 지금 당신은 임종을 며칠 앞두고 있다. 유언장을 써보라. 당신의 재산을 어떻게 상속시킬 것인지, 어떤 물건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써보십시요. 당신의 성품도 물려줄 수 있다고 상상해보라. ○가족과 친구들에게 당신의 어떤 개인적 자질을 물려주고 싶습니까? ○어떤 부분을 자신과 함께 묻어버리고 싶습니까? ○어떤 부분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입니까? ○당신은 누구를 이상적인 모델로 삼고 살아왔는가? (이 작업은 성원들로 하여금 자신의 내적인 가치를 발견하게 하는 한편, 비기능적인 성격측면에 대하여도 성찰하게 해준다)
⑬ 나의 일생 눈을 감고 긴장을 풀고 편안한 마음으로 당신의 지나온 일생을 한 편의 영화를 보듯이 그려보세요. 영화는 10분동안 상영됩니다. 10분이 지나면 상상을 중지하고, 나누어드린 백지에 제가 하는 질문의 대답을 적으십시요. ○ 영화가 일어나는 무대는 어디입니까? ○ 구성은 대략 어떻게 되어 있습니까? ○ 주인공은 누구이며 등장인물은 누구누구입니까? ○ 영화감독은 누구입니까? ○ 함께 영화관람하는 사람들은 어떤 느낌으로 보고 있습니까? ○ 영화내용에서 전환점은 어디입니까? ○ 사건의 결말은 어떻게 납니까? ○ 이 영화에서 얻은 교훈은 무엇입니까? ○ 영화가 끝나고 난 뒤 관객들이 무어라고 말하면서 돌아갑니까? (이 작업은 성원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삶의주제를 찾아보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⑭ 박수! 박수! ○ 성원들이 원을 이루어 들러앉는다. ○ 한 명씩 차례로 가운데로 나가서 큰 소리로 자기 이름을 외친다. ○ 나머지 사람들은 박수갈채를 보내며 환호한다. ○ 자기이름을 외친 사람은 손을 흔들거나 제스쳐를 만들어 답례 하고 제자리로 돌아간다. (이 작업은 이러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동시에 타인들로부터 받아들여지는 체험을 하게 해줌으로써 자기존중감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작업은 집단이 끝나는 마지막 시간에 하는 것이 좋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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