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어린 소녀의 일기
2003-04-27
대본
: A Young
Girl’s Diary, Prefaced with
a Letter by Sigmund Freud, Translated by Eden and Cedar
Paul
독일어판 : Tagebuch eines halbwüchsigen Mädchens, von Alice Miller (Herausgeber), Suhrkamp, Ffm.
(1987)
출처 : http://digital.library.upenn.edu/webbin/gutbook/lookup?num=752
옮긴이 : 이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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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벌번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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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영어판을 대본으로
번역합니다. 저에게는 독일어판이 없습니다. 영어판 대본으로
초벌번역은 끝낼 생각이지만 독일어판 대본으로 번역을 마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영어와 한국어가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많은
것들이 희생되었습니다. 번역의 기본 방향은 실제 10대
초반의 한국 아이들의 어투로 번역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대본에는
“그녀와 싸웠다”로 되어 있는 것을 “언니와 싸웠다”로 바꾸는 식입니다.
또는 “도라와 싸웠다”는 “도라 언니와 싸웠다”는 식으로 번역했습니다.
이런 것 말고도 원문과는 약간 다르게 번역된 곳이 많습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원문의 뜻을 제대로 해독해내지 못한 곳도 있다는 것입니다. 독일어 대본으로 번역을 수정하면 많은 부분이 해결될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제 독일어 실력으로는 역부족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보기엔 10대 초반의 어린이의 글이
프로이트의 논문보다 번역하기가 더 까다롭습니다.
등장인물
엄마 : 그레터의 엄마.
아빠 : 그레터의 아빠.
Grete Lainer(그레터 라이너) : 나, Margarete(마가레터), Greta(그레터), Gretel(그레털), Gretchen(그레트현), Rita(리타). Gretl(그레틀)
Dora Lainer(도라 라이너) : 언니, Dorothea(도로테아), Dorothee(도로테), Thea(테아), Inspee라고도 불림.
Oswald Lainer(오스발트 라이너) : 오빠.
Resi(레지) : 여자 하인.
Mali(말리) : 새로 온 여자 하인.
헬라의 엄마
:
헬라의 아빠 : B. 대령.
Helene Bruckner(헬레너 브루크너) : 친구, Hella(헬라).
Lizzi Bruckner(리찌 브루크너) : 헬라의 언니.
Erna Warth(에르나 바르트)
:
Liesel Warth(리절 바르트) :
Lisel.
Robert Warth(로베르트 바르트) :
R.
Berta Franke(베르타 프랑커) : 같은 반 나이많은
언니.
Elisabeth(엘리자베트) M. : 같은 반
학생.
Lisel Schrotter(리절 쉬로터) : 같은 반 학생.
Keller(켈러) : 같은 반 학생.
Markus(마르쿠스) : 같은 반 학생.
Edith Bergler(에디트 베르클러) : 같은 반
학생.
Verbenotsch(베르베노취) : 같은 반 학생.
Doktor(독토) : 독토 부인으로 불림. 국어, 쓰기 선생님.
독토 M. 부인(Frau Doktor
M.).
H. : H. 양으로 불림. 미술 선생님.
J. : 교수.
Mallburg(말부르크) : Frau Dr.
Mallburg(박사인 발부르크 부인).
Riegel(리걸) : 자연사 교수.
Steiner(쉬타이너) : 쉬타이너 양으로
불림. 산수 선생님.
Vischer(피셔) : 피셔 양으로 불림. 지리, 역사 선생님. V.
양.
Pruckl(프루클) : 프루클 양(Fräulien
Pruckl)로 불림,
선생님인듯.
Catenchist(카턴히스트) : 카턴히스트 씨라고
불림. 종교 수업 교수.
Anastasia Klastoschek(아나스트지아 클라스토쉑) : 어떤
숙녀. 스타지(Stasi). 안나(Anna).
Aunt Dora
:
Erika(에리카) : 도라의 친구.
Klein(클라인) : 클라인 박사(Dr. Klien)로 불림. 의사.
Krail Rudi(크라일 루디) : 도라의 친구.
Oberst von Stary(오베스트 폰 쉬타뤼)
:
Pastor(파스토르) : Herr Pastor로
불림.
Rene(레너)
:
Rosa Plank(로자 플랑크)
:
Elli(엘리) : Erna
Warth(?).
Frieda(프리다) : 도라의 친구.
Edle von Wernhoff(에들러 폰 베른호프)
:
Heddy(헤디)
:
Peranthoner(페란토너) : 도라의 친구.
차례
상층 중간 계급에 속하는 어떤 어린 소녀에 의해 쓰여진 이 일기에 대한 가장 좋은 머리말은 1915년 4월 27일에 쓰여진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편지이다. 이 편지에서 빈의 뛰어난 심리학자(프로이트)는 이 문서(일기)의 영원한 가치를 증언한다 :
“이 일기는 보물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전에 쓰여진 어떤 글도 이 일기처럼 사춘기 발달을 겪고 있는 우리와 같은 사회적 문화적 계층에 속하는 어린 소녀의
영혼을 이렇게 분명히 볼 수 있게 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어린 시절의 소박한 이기주의(simple egoism)를 거쳐 성숙에 이르면서 정서(sentiments)가 어떻게 변하는지, 부모와 다른 가족구성원과의
관계가 어떻게 처음 형성되며 그것이 어떻게 점점 진지해지고(serious) 친밀해지는지(intimate), 어떻게 우정이 형성되고 파괴되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사랑이 어떻게 싹트고 그 첫대상을 향해 조심스럽게 나타나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성생활의 수수께끼가 어떻게 처음 희미하게 주의를 끌고 그 후 성숙해가는 지력(intelligence)을 완전히 사로잡아서 어린이가 비밀스러운 앎의 무게 때문에 고통스러워 하지만 점점 그
짐을 짊어지게 될 줄을 알게 되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너무나 매혹적이면서도 너무나
진지하게 그러면서도 너무나 꾸밈없이 묘사되어 있어서 교육가와 심리학자의 아주 특별한 관심을 끌 수밖에 없습니다.”
“분명히 이 일기를 출판하는 것은 당신의 의무입니다[당신은 반드시 이 일기를 출판해야만 합니다]. 내 글을 읽는 모든
제자들이 당신에게 고마워할 겁니다.”
이 책의 출판을 준비하면서 편집자는 어조를 부드럽게 바꾸려고도 무엇을 보태려고도 무엇을 빼려고도(검열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녀(일기를 쓴 사람)가 바꾼 것은 글쓴이와
이 문서에 언급된 다른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아낼 수 있는 것과 관련된 것 밖에 없다. 따라서
성, 이름, 지명이 바뀌었다. 이런 것들을 바꿈으로써 글쓴이는 이 글을 진지한 독자가 읽을 수 있도록 하는데 동의할 수 있었다.
문법상의 사소한 오류나 문체상의 다른 문제점을 고치려는 어떤 시도도 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경우에 이것을 언어를 사용하는데 있어서의 어린이의 미숙함으로 돌려서는 안 될 것이다.
오히려 이것들은 정동적 경향이 표현된 것, 무의식의 영향이 실수로 나타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편집자
빈, 1919년 가을
2 첫 해 : 11 ~ 12살
2.1 19xx년 7월 12일
헬라(Hella)와 나는 일기를 쓰고
있다. 우리는 고등학교[1]에 가게 되면 매일 일기를 쓰기로 약속했다.
도라(Dora) 언니도 일기를 쓰지만 내가 보면 엄청 화를 낸다. 나는 헬레너(Helene)를 “헬라”라고 부르고 그애는 나를 “리타(Rita)”라고 부른다. 헬레나와 그레터(Grete)는 너무 버릇이 없다(vulgar)[2]. 도라 언니는 자기를
“테아(Thea)”라고 불러주는 걸 더 좋아하지만 나는 계속
“도라”라고 부른다[3]. 언니는 어린애들(나하고 헬라를 그렇게 부른다)은 일기를 쓰면 안된다고 한다. 어린애들은 말도 안되는 소리만 잔뜩 쓴다는 것이다.
자기들은(언니하고 리찌(Lizzi)
언니) 뭐 말이 되는 소리를 쓰나.
2.2 7월 13일
방학이 끝나면 쓰기 시작하려고 했었는데 우리 둘 모두 어딘가로 떠나기 때문에 지금부터 쓰기 시작하는 거다. 그래야 나중에 우리가 방학 때 뭘 했는지를 알 수 있을 테니까.
그저께 입학시험을 봤다. 진짜 쉬었다.
받아쓰기에서 딱 하나 실수를 했다. ihn(그를)에서 h자를 빼먹은 것이다.
선생님(mistress, 여자교사)은 내가 딱
하나 실수한 건 상관 없다고 하셨다. 정말 맞는 말이다.
나도 ihn에는 h자가 들어간다는 걸 아주 잘
아니까. 우리 둘은 모두 빨간색 리본이 달린 하얀 옷을 입었는데 사람들이 모두 우리가 자매이거나
적어도 사촌자매일거라고 생각한다. 사촌이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친구가 있는게 더 좋다. 서로 모든 걸 말할 수 있으니까.
2.3 7월 14일
선생님(mistress)은 아주 친절하셨다. 헬라하고 내가 인제 중학교에
안가게 되서 [선생님을 못보게 되는게] 정말
아쉽다. 계속 다닌다면 매일 수업시간 시작 전에 교실에서 선생님하고 얘기를 할 수 있을텐데. 하지만 다른 여자애들 때문에 너무 기쁘다. 중학교에 다닐 때보다
고등학교에 다니면 더 중요해진다. 그래서 여자애들이
[고등학교에 가려고] 그렇게 안달을 하는 거다.
“쟤들은 긍지에 차 있군.” (이게 언니가 나하고 헬라에 대해 한 말인데 사실이 아니다.) 우리가 떠날때 “우리 두 학생”이라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시골(country) 가면 편지하라고 우리에게 말씀하셨다.
그래야지.
2.4 7월 15일
리찌 언니(헬라의 언니다)는 도라 언니처럼 끔찍하진 않다. 그 언니는 언제나 잘해준다! 오늘 그 언니는 우리한테 초콧렛
크림을 적어도 열개씩은 줬다. 헬라가 자주 나한테 “넌 리찌언니를 잘 몰라.
그 언니가 얼마나 짐승같아질 수 있는지를. 네 언니(도라)는 보통 나한테 아주 잘해주는데.”라고 말하는 건 사실이다.
분명히 그 언니가 항상 우리를 “꼬마들”이나 “아이들”이라고 부르는 건 정말 웃긴다. 자기는 한번도 아이였던 적이 없었던 것처럼. 우리보다도 훨씬
작았을 때도 있었으면서. 게다가 지금 우리는 그 언니랑 별 차이가 없다. 그 언니는 4학년이고 우리는
1학년일 뿐이다.
내일 우리는
티롤(Tyrol)에 있는 칼턴바흐(Kaltenbach)에
간다. 너무나 흥분된다. 헬라는 엄마하고 리찌 언니하고
숙부[4]님과 숙모님이 계신 헝가리로 오늘 떠났다. 헬라 아빠는 작전훈련(manoeuveres) 중이시다.
2.5 7월 16일
방학 중에 매일 [일기를] 쓰는 것은 너무나 힘들다.
모든게 너무나 새로와서 쓸 시간이 없다. 우리는 숲속의 커다란 집에서 머물고
있다. 도라 언니는 자기가 [일기를] 쓰겠다고 앞쪽 베렌다를 몽땅 차지해버렸다. 집 뒤에는 짜증나는
작은 파리떼가 있다. 온통 시커먼 파리다. 나는 파리 같은
게 싫다. 나는 앞 베란다에서 쫒겨난 걸 참지 않을 거다.
그걸 인정할 수 없다. 게다가 아빠가 “얘들아(아이들아) 싸우지마라”(분명히 언니한테도 아이라고 한거다)고
했다. 아빠 말이 정말 맞다. 언니는 10월이면 14살이 되기 때문에 그렇게 젠체하는 거다. “베렌다는 같이 쓰는 거야”라고 아빠가 말했다.
아빠는 언제나 공평하다. 아빠는 도라 언니가 나한테 거만하게 구는 걸 절대 봐주지
않는다. 하지만 엄마는 자주 도라 언니 편을 든다. 오늘
헬라에게 편지를 쓴다. 그애는 아직 나한테 편지를 안썼다.
2.6 7월 21일
헬라가 나한테 편지를
썼는데, 4페이지나, 굉장한 편지였다. 그애가 없으면 난 어떻게 살까! 아마 그애가 8월에 여기로 오겠지. 아니면 아마 내가 가서 같이 지낼지도
모르지. 내가 가서 같이 지내는 게 낫겠다. 나는 어디
가서 오래 머무는 걸 좋아한다. 아빠는 “글쎄”라고 말했는데 내가 가도 좋다는 뜻이다. 아빠하고 엄마가 ‘글쎄’라고 말하면 사실 ‘좋다’를 뜻한다.
하지란 ‘좋다’라고는 안하는데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말을 듣기
싫어서다. 아빠는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걸 아무거나 할 수 있게 하는데 엄마는 안 그렇다. 그래도 내가 피아노 연습을 안빼먹고 하면 엄마도 가게 해 주겠지.
산책이나 가야겠다.
2.7 7월 22일
헬라는 내가 절대로
매일 [일기를] 써야 한다고 써보냈다. 우리는 매일 쓰기로 맹세했고 약속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그래야 한단다.
나는 ……
2.8 7월 23일
끔찍하다. 시간이 없다. 어제 나는 방을 청소해야 한다라고 쓰고 싶었고
D.[5]는 정자에 있었다. 내가 한자도 쓰기 전에 앞베란다에서 내 종이가 몽땅
날아가버렸다. 우리는 낱장으로 된 종이에 [일기를] 쓴다. 헬라는 그게 낫다고 했다.
찢어낼 필요가 없으니까. 하지만 우리는 어떤 것도 버리지 않고 어떤 것도 찢어내지
않겠다고 서로 약속했다. 찢어낼 필요가 뭐있어? 친구한테
모든 걸 말할 수 있는데. 그럴 수 없다면 그게 무슨 친구야.
어제 내가 정자로 가려고 하니까 도라 언니가 야만인처럼 노려보며 ‘원하는 게 뭐야’라고 말했다.
정자가 자기거나 되는 것처럼, 앞 베렌다를 온통 자기가 차지하려고 했던 때와
똑같다. 너무 짜증나게 한다.
어제 오후에 우리는
콜버코걸(Kolber-Kogel)에 있었다. 너무
좋았다. 아빠는 너무 기분이 좋았고 우리는 서로에게 솔방울을 던졌다.
재밌었다. 나는 도라 언네한테 던져서 푹신한(padded)
가슴을 맞췄다. 언니는 소리를 빽 질렀고 나는 ‘거기엔 감각이 없잖아’라고 소리쳤다.
내 옆을 지나가면서 언니가 ‘이 돼지’라고 말했다!
상관없다. 언니가 내 말을 알아들었고 내 말이 맞다는 걸 아니까. 언니가 매일 에리카(Erika) 언니한테 뭐라고 써보내고 일기에
뭐라고 쓰는지를 알고 싶다. 엄마는 몸이 안좋아서 집에 있다.
2.9 7월 24일
오늘은
일요일이다. 나는 일요일이 좋다. 아빠는
“너희들 애들한테는 맨날
일요일이잖아”라고 말한다.
방학때는 정말 맞는 말이지만 다른 때는 아니다. 농부와 그 아내들과 아이들은 모두 매우
즐거워 보인다. 티롤 드레스를 입었는데 극장에서 본 것 하고 똑같다.
오늘 우리는 하얀 드레스를 입었는데 내 옷에 체리물이 들었다. 일부러 그런게 아니라
떨어진 체리를 깔고 앉아서 그렇다. 오늘 오후에 산책할 때는 핑크색 드레스를 입어야겠다. 그게 훨씬 더 낫다. 도라 언니하고 똑같이 입어야만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니까. 사람들이 왜 우리가 자매라는 걸 알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우리를 사촌이라고 생각하게 하지뭐. 언니도 그걸[사람들이 우리가 자매라는 걸 아는 것] 안좋아 한다. 왜 그런지 알고 싶다.
2.10 7월 25일
오늘 프루클(Pruckl) 양에게 편지를 썼다. 프루클 양은 아헌제(Achensee)에 머물고 있다. 프루클 양을 보고 싶다. 매일 오후 우리는 미역을 감고 산책을 한다. 하지만 오늘은 종일
비가 왔다. 정말 지겨웠다. 그림 도구 상자(붓, 물감등을 넣는 상자)를 깜빡잊고 안 가지고 왔다. 그리고 나는 하루 종일 책을 보면
안된다. 엄마는 ‘만약 네가 네 책들을 몽땅 읽어버리면 읽을게 남아나지 않을
거다’라고 말했다.
정말 맞는 말이다. 하지만 go and
swing(놀이의 일종인듯)도 할 수 없다.
오후.
좀 더 써야겠다. 도라 언니하고 끔찍한 말다툼을 했다.
내가 자기 물건을 만졌다는 것이다. 그건 완전히 언니가 정리정돈을 안해놨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뭐 내가 자기 물건에 관심이라도 가질 줄 안다.
어제 언니는 에리카 언니한테 쓴 편지를 탁자에 완전히 펼쳐 놓는 채로 두었다. 그리고
내가 읽은 것이라곤 ‘그애는 잘생겼고 그리스어를
잘해’밖에 없다.
“그애”가 누군지는
모른다. 그 순간에 언니가 들어왔기 때문에. 아마 크라일
루디(Krail Rudi) 오빠일 것이다. 언니는 그
오빠하고 끝없이 테니스를 치고 둘이 엄청 시시덕거린다[6](carry on).
잘생겼다고? 글쎄. 제눈에 안경이니까.
2.11 7월 26일
인형가방을 가져온 건
잘한 일이다. 엄마는 ‘비가 오는 날에는 그게 있으면
좋을거야’라고 말했었다.
물론 나는 인형을 가지고 놀기엔 너무 컸다. 그래도 내가
11살이긴 하지만 여전히 인형의 옷을 만들 수는 있다. 어떤 일을 하면 뭔가를 배울 수
있고 나는 무언가 끝냈을 때 그것을 좋아한다. 엄마가 나한테 오려서 주면 나는 그것을 꿰매
붙인다. 그러면 도라 언니가 방으로 들어와서 ‘이런. 어린애가
인형 옷을 만들고 있네’라고 말한다.
뻔뻔스럽기는. 자기는 한번도 인형을 가지고 놀아보지 않은 것처럼. 게다가 난 더이상 인형을 가지고 놀지 않는다. 언니가 내 옆에
앉아 있을 때 나는 너무 열심히 바느질을 하다가 언니 손에 생채기를 냈다. 그래서 나는
‘오 미안해.
하지만 언니가 너무 가까이 있어서 그랬어’라고 말했다.
내가 정말로 왜 그랬는지를 언니가 알기를 바란다. 물론 언니는 엄마한테 가서 이를
것이다. 냅두자. 무슨 권리로 나를 어린애라고
불러. 어쨌든 언니는 가느다란 빨간 생채기가 났다. 그것도
누구나 볼 수 있는 오른손에.
2.12 7월 27일
여기엔 과일이 너무
많다. 나는 나무딸기하고 구스베리를 하루 종일 먹었고 엄마는 그래서 내가 저녁 때 밥맛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클라인(Klein) 의사 선생님은 언제나
과일은 너무 건강에 좋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어떻게 갑자기 그게 건강에 좋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헬라는 언제나 누가 어떤 것을 너무나도 좋아하면 언제나 그것 때문에 혼나서 결국은 그것을
완전히 싫어하게 된다고 말한다. 헬라는 자주 엄마에게 엄첨 화를 내는데 그럼 그애 엄마는
‘우리는 이렇게 애들을 위해 희생을 하는데 고마운 줄을
모른다’고 하신다.
그분들이 어떤 희생을 하는지를 알고 싶다. 내가 보기엔 희생을 하는 건
아이들이다. 내가 구스베리를 먹고 싶은데 못먹게 하면 희생하는 건 나지 엄마가 아니다. 나는 이 모든 걸 헬라에게 써 보냈다. 프루클 양이 나에게 편지를
써보냈다. 나에게 보낸 편지의 겉봉이 휘황찬란하다.
“그레터 라이너(Grete
Lainer) 양, 여자고등학생(Lyzealschulerin)” 물론 도라 언니는 다른 누구보다도 더 많이 안다고 뻐기고 4학년 위부터는 (언니가
4학년이니까) 여자고등학생(Lyzeistin)이라고 쓴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빠가 끼어들어서
이 끝없는 말다툼을 우리가(내가 시작한 게 아니다) 정말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아빠는 그걸 참을 수 없단다. 아빠
말이 맞다. 하지만 아빠가 그렇게 말해봐야 소용없다. 도라
언니는 그래도 계속할테니까. 프루클 양은 내가 편지를 써보내서 기뻤다고 썼다. 내가 시간이 나는대로 다시 편지를 써보내면 좋겠다고 했다.위대한
스콧(Great Scott), 나는 언제나 프루클 양에게
[편지를 쓸] 시간이 있다. 프루클 양이
기다리지 않게 저녁 먹고 오늘 저녁에 다시 편지를 써야겠다.
2.13 7월 29일
어제는 정말 [일기를] 쓸 수
없었다. 바르트(Warth) 씨네 가족이 도착해서 나는
하루 종일 비가 오는대도 에르나(Erna)와 리절(Liesel)하고 하루 내내 같이 보내야 했다. 우리는 신나는
시간을 보냈다. 그애들은 round game(편을 짜지
않고 각자 단독으로 하늘 놀이)을 많이 알고 있었고 우리는 사탕을 걸고 게임을 했다. 나는 47개를 땄고 다섯개를 도라 언니한테 주었다. 로베르트(Robert) 오빠는 우리보다 머리 크기 만큼 더
크다. 그러니까 나와 리절보다. 그 오빠는 15살인 것 같다. 그 오빠는 나를 그레터양이라고 불렀고 비가 와서
엄마가 보내준 내 망토를 가지고 왔다. 그리고 저녁 먹은 후에 나를 집까지 바래다 주었다.
내일은 내 생일이다. 모든 사람을 초대했고 엄마는 딸기 크림과 와플을 만들었다. 정말 멋지다.
2.14 7월 30일
오늘은 내
생일이다. 아빠는 나에게 가장자리가 꽃으로 장식된 멋진 양산과 그림 그리기 도구를 주었고
엄마는 800장을 넣을 수 있는 커다란 우편엽서 앨범하고 여학생을 위한 이야기책을 주었고 도라 언니는
예쁜 편지지 한 상자를 주었다. 그리고 엄마는 오늘 저녁에 딸리 크림하고 초콜렛 케익을 만들어
주었다. 아침에 처음으로 바르트씨네에서 세 장의 생일 카드를 보내왔다.
그리고 로베르트 오빠는 거기에다 ‘진심으로 존경하는 당신의 충실한 R’이라고 썼다.
생일을 맞는 것은 굉장하다. 모두가 너무 친절하게 대해준다. 심지어 도라 언니까지도. 오스발트(Oswald) 오빠는 나에게 나무로 만든 종이 자르는 칼을 보내왔는데 손잡이가 용(dragon)이고 입에서 불 대신 칼날이 튀어나온다. 아마 칼날이
그 용의 혀인 것 같지만 확실하진 않다. 내 생일에는 비도 안 왔다.
아빠는 내가 행운(lucky star)을 타고 났다고 말했다. 그말은 나한테 더할나위없이 맞는 말이다.
2.15 7월 31일
어제는 너무
즐거웠다. 우리는 너무 웃어서 배가 아플 정도였다. 나는
항상 로베르트 오빠랑 짝이 되었고 오 우리가 같이 한 것들(물론 실제로가 아니라 글에서만) : 키스하고, 껴안고,
숲에서 길을 잃고, 같이 미역 감고.
말해두지만 난 그런거는 안할거다(but I say, I
wouldn’t do that!
quarrelled.)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거야. 그건 완전히 불가능해. 그리고 우리는 내 건강을 기원하며
다섯번이나 잔을 부딪치며 건배를 했다. 로베르트 오빠는 와인을 마시려고 했는데 도라 언니가 절대
안된다고 말했다. 이게 진짜 문제였다. 언니는 나한테
밀려서 단역을 맡게 되면 언제나 화를 낸다. 그리고 어제는 확실히 내가 주인공이었다.
이제 오늘 일에 대해 좀
써야겠다. 너무 멋진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바르트 씨네
가족하고 티펀그라번(Tiefengraben)에 있었는데 거기에는 산딸기가 너무 많았다. 로베르트 오빠는 제일 좋은 것들을 나한테 따 주었는데 자기가 따먹어야 했던 도라 언니를 무척 짜증나게 한
일이었다. 사실 나도 내가 따먹고 싶긴 하지만 누군가가 사랑을 위해서(이건 로베르트 오빠가 한 말이다) 따준다면 아주 기쁘게 받아먹을 수
있다. 게다가 나도 직접 산딸기를 조금은 땄고 거의 다 아빠한테 주었고 조금은 엄마한테
주었다. 플리쉬베르크(Flischberg)에서 있었던 오후
차 마시는 시간에 나는 로베르트 오빠가 아니라 에르나 옆에 앉아야 했다. 에르나는 좀
멍청하다. 엄마는 그애가 빈혈이 있다고 했다. 그 말이
정말 흥미있게 들리긴 했지만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른다. 도라 언니는 항상 자기가 빈혈이 있다고
말하지만 물론 그건 사실이 아니다. 그리고 아빠는 항상 “그런 말 하지마.
넌 정말 팔팔하잖아”라고 말한다.
그러면 언니는 분통을 터뜨린다. 작년에 리찌 언니는 정말 빈혈이 있었다. 그래서 의사 선생님이 ‘리찌는 항상 심계항진이 있으니까 철분하고 부르고뉴산
포도주(Burgundy)를 먹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내 생각에는 그걸 보고 도라 언니가 따라하는 것 같다.
2.16 8월 1일
헬라는 내가 하루 종일 W’s(바르트Warth 가족을 말하는
듯하다)와 지냈다고 써보내서 좀 골이났다. 그래도 그애는
진짜로 내 유일한 친구다. 그게 아니라면 그 애한테 편지를 써서 그런 얘기를 해주지도 않았을
거다. 매년 시골에서 그애도 새 친구를 사귀지만 그렇다고 내가 화를 내지는 않는다. 나는 왜 그애가 로베르트 오빠를 좋아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그애는
내가 써보낸 것 말고 그 오빠에 대해 아는게 없고 나는 분명히 좋은 얘기만 써보냈는데. 물론 그
오빠가 제르니히(Sernig) 네와 사촌이라서 그 애가 한 번 거기서 본 적이 있기 때문에 그애는 그
오빠를 안다. 하지만 한 번 보았다고 어떤 사람에 대해 알게 되는 건 아니다. 하여튼 그 애는 내가 아는 만큼은 그 오빠에 대해서 모른다.
어제는 온 종일 바르트 씨네랑 있었다. 우리는 Palace
for the king(놀이의 일종인듯)를 했고 로베르트 오빠가 날 잡아서 나는 그
오빠한테 키스를 해 주어야 했다. 그러자 에르나는 내가 일부러 잡혔기 때문에 점수로 치면 안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로베르트 오빠가 엄청 화가 가서 말했다 :
“에르나는 정말 짜증나게 하는 애야. 모든 사람의 즐거움을 망치고 있잖아.”
그 오빠 말이 정말
맞다. 하지만 똑같이 나쁜 사람이 한 명 더 있다. 하지만
나는 에르나가 키스에 대해 도라 언니한테 말하지 않기를 바란다. 만약 그애가 이 일을 모든 사람이
알게 한다면 난 그걸 좋아하지 않을 거다. 나는 도라 이모(Aunt Dora)[7]가 보내준 사탕을 가지고 숨어서 에르나를 기다렸다. 로베르트 오빠하고
리절하고 나는 나머지를 먹었다. 그것들은 너무 맛있었고 거의 다 큰 거였다. 처음에 로베르트 오빠는 아주 작은 걸 먹으려고 했지만 나는 그 오빠가 큰 것만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 후로 그 오빠는 큰 것만 골랐다. 내가 빈 상자를 들고 저녁
때 집에 왔을 때 아빠가 웃으면서 말했다 : “우리 그레털은 참 훌륭하구나.” 게다가 엄마한테는 아직 가득찬 커다란 박스가 하나 있다. 도라 언니도 아직 많이 가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
2.17 8월 2일
오스발트 오빠가 오늘
오후 5시에 도착했다. 오빠는 인제 정말 멋쟁이가
되었다. 오빠는 콧수염을 기르기 시작했다. 저녁 때 아빠가
그 오빠를 데리고 호텔에 가서 친구 몇 명을 소개해줬다. 그 오빠는 그게 정말로 지루할거라고 말했지만
특히 새로운 여행자 차림의 옷과 가죽 바지를 입었기 때문에 분명 좋은 인상을 줄 것이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모두에게 안부를 전해오셨다. 나는 그분들을 본 적이 없다.
그분들은 케익과 사탕을 아주 많이 보내셨는데 오스발트 오빠는 그것을 가지고 와야 하기 때문에 끝없이 투덜댔다. 오스발트 오빠는 늘 담배를 피우는데 아빠는 오빠에게 이렇게 말했다 :
자 얘야 여관에 가서 네가 좋은 성적을 받은 걸 기념해서 한 잔 하자. 내가 보기엔 좀
웃긴다. 도라 언니하고 내가 좋은 성적을 받으면 아무도 뭘 한 잔 하자는 말을 안한다. 기껏해야 선물을 주는 정도다. 오스발트 오빠는 우(Two), 미(Three)만 주로 받고 수(One)는 거의 없고 그리스어는 양(Satisfactory)밖에 못
받았다. 하지만 나는 모두 수를 받았다. 오빠가 라틴어로
뭔가를 아빠에게 말하니까 아빠가 크게 웃었는데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라틴어는 아니었던 것
같다. 아마 헝가리어나 영어였을 것 같다[8]. 아빠는 거의 모든 말을
다 할 줄 안다. 심지어 체코어까지.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를 놀릴 때를 빼놓고는 외국어를 하지 않는다. 역에서 한 번 그런 적이 있었는데 도라 언니와 나는
너무 창피했다. 체코어는 끔찍하다. 엄마도 그렇다고
했다. 로베르트 오빠가 체코어를 하는 척하면 정말 웃긴다.
2.18 8월 3일
며칠 전에 미역 감다
감기에 걸려서 며칠 동안 미역 감는 걸 못하게 되었다. 로베르트 오빠가 나랑 놀아준다. 우리 둘만 떨어져 있고 그 오빠는 온갖 이야기들을 해 준다. 그
오빠가 날 아주 높이 들어 올려서 나는 소리를 질러냈다. 오늘 그 오빠가 나한테
“오스발트는 완전히 바보다”라고 말해서 나를 정말 화나게 했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소년들은 서로를 절대 용납하지
못한다. 게다가 [오스발트 오빠가] 혀짧은 소리를 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어쨌든 나는 나하고
헬라하고 심지어 로베르트 오빠를 “어린애”라고 하는 도라 언니보다 오스발트 오빠를 훨씬 더
좋아한다. 그리고 로베르트 오빠가 ‘도라는 에르나 만큼이나
바보야’라고 말했다.
정말 맞는 말이다. 로베르트 오빠는 자기는 절대 담배를 피우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담배를 피우는 건 정말 천한 것이며 진짜 신사는 담배를 절대 피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빠는 어떤가? 알아봐야겠다. 그 오빠는 또 자기는 절대 수염을 기르지 않고 매일 면도를 해서 아내가 자기에게 모든 걸 털어놓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턱)수염은 아빠한테 잘 어울리고 수염없는 아빠를 상상할 수는 없다.
나는 내가 수염 없는 남자와 결혼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다.
2.19 8월 5일
우리는 매일 테니스장에
간다. 어제 우리들이(로베르트 오빠, 나, 리절,
에르나, 레너Rene) 떠날 때 도라 언니가
뒤에서 불렀다. “The bridal pair in
spee.” 오스발트 오빠한테서 들은 말이다.
‘100년’을 뜻하는 것 같다.
언니는 원한다면 백년을 기다릴 수 있겠지만 우리는 그럴 수 없다. 엄마가 언니를 엄청
혼냈다. 그리고 그런 바보같은 말을 하지 말라고 했다.
꼴좋다. in spee, in spee. 이제 우리는 항상 도라 언니를 Inspee라고 부르는데 아무도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른다.
2.20 8월 6일
헬라는 엄마랑 클라우전부르크Klausenburg에 가서 또다른 숙부님 댁에 묵어야 하기
때문에 여기에 올 수 없다. 그 숙부님은 헝가리의 지방판사다.
그곳에서는 지방판사를 다른 식으로 부르겠지만. 지방판사를 생각할 때마다 지방판사
T.가 생각한다. 진짜 무서운 사람이다. 코가 엄청나다(What a nose). 그리고 부인은 너무
사랑스럽다. 하지만 그 부인의 부모님이 강제로 결혼시켰다.
나는 누구든 나를 그렇게 강제로 결혼시키게 놔두진 않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일찍
결혼하지도 않을 것이다. 게다가 그 부인은 너무나 불행하다.
2.21 8월 7일
도라 언니랑 [아빠랑] 끔찍한 말다툼이 있었다.
오스발트 오빠가 아빠한테 언니가 테니스치면서 시시덕거린다[9](flirted)고 말했고
아빠는 그걸 참을 수 없었다. 아빠는 엄청 화가 나서 이젠 우리는 더 이상 테니스를 칠 수
없다. 언니를 무엇보다도 화나게 한 건 아빠가 내 앞에서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 이 14살 밖에 안된 계집애가 벌써 사람들을 꼬드겨서 자기와
자게 만든다.(This little chit of 14 is already encouraging people to
make love to her.) 언니 눈이 정말 빨개졌고 부었다. 언니는 머리가 너무
아파서 저녁 때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다. 우리는 언니의 두통이 어떤 것인지를 잘 안다. 하지만 난 왜 내가 테니스를 칠 수 없는지 정말 알 수가 없다.
2.22 8월 8일
오스발트 오빠는 [다른] 학생들의 잘못은
전혀 없고 도라만 잘못했다고 말한다. 남부 철도를 타고 있을 때 그 때 일을 생각했을 때 그 말이
정말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나는 더 이상 테니스를 치면 안된다.
엄마한테 아빠에게 허락해 줄 것을 부탁해보라고 빌고 빌었는데도. 엄마는 아빠가 엄청 화가
나 있기 때문에 얘기해봐야 소용없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바르트 씨네 아이들하고 더 이상 하루 종일
놀면 안된다고 했다. 하루 종일! 내가 하루 종일 거기에
있기나 했는지 알고 싶다. 내가 거기에 갔을 때는 당연히 적어도 저녁먹을 때에는 거기에 있어야
했다. 나하고 도라 언니의 애정행각하고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이가?
이건 정말 너무 말도 안된다. 하지만 어른들은 항상 그렇다. 어떤 사람이 어떤 일을 저지르면 다른 사람이 그 대가를 치뤄야 한다.
2.23 8월 9일
고맙게도 나는 다시
한번 테니스를 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아빠가 허락해 줄 때까지 빌고 또 빌었다. 도라 언니는 무슨 일이 있어도 부탁하지 않을 거라고 선언했다!
여우와 포도의 예날 이야기 같다[10]. 언니는 요즘에 환자처럼
군다. 미역도 안감고 산책을 갈 수 있는데도 집에 있다.
언니한테 뭐가 문제인지를 알고 싶다. 왜 아빠가 언니를 그러도록 내버려두는지를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엄마로 말하자면 엄마는 항상 도라 언니의 말이라면 뭐든지 들어준다. 엄마는, 특히 오스발트 오빠가 없을 때, 도라 언니를 편애한다. 오스발트 오빠를 편애하는 건 이해 할 수
있지만 도라 언니를 편애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아빠는 언제나
‘부모들은 편애를 하지 않으며 모든 아이들을 똑같이
대한다’고 말한다. 아빠
얘기라면 맞는 말이다. 도라 언니는 아빠가 나를 편애한다고 하긴 하지만. 하지만 그건 언니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뿐이다. 크리스마스나
다른 때에 우리는 항상 선물을 공평하게 받는다. 그걸 보면 편애가 없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다. 로자 플랑크(Rosa Plank)는 항상 다른
아이들보다 적어도 세배는 많은 선물을 받는다. 그런 걸 편애라고 할 수 있다.
2.24 8월 12일
나는 내 시간의 대부분을 바르트씨네
아이들하고 보내고 있기 때문에 매일 [일기를] 쓸 수
없다. 오스발트 오빠는 로베르트 오빠를 참을 수 없어한다.
로베르트 오빠를 상스럽고 얼간이라고 말한다. 정말 천한 말이다. 3일 동안 나는 오스발트 오빠에게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말도 안했다.
내가 이 얘기를 에르나하고 리절한테 하니까 그 애들은 오빠들은 항상 여동생들에게 무례하게 군다고 말했다. 나는 왜 그런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게다가 로베르트 오빠는 보통
여동생들에게 아주 잘 대해준다. 걔들 말에 의하면 내 앞에서만 그런단다. 내가 있으면 얌전해진다고 한다. 어제 우리는 로베르트 오빠가 남자
애들이 어떻게 선생님(master)을 골려주는지를 얘기해 주었을 때 배꼽잡고 웃었다. 담배꽁초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었다. T. Au. M이라는 [남자애들의] 모임이 있다고 한다.
라틴어로 ‘입다물지 않으면 죽는다’의 이니셜을 딴 말이라고 한다. 누구도 모임의 비밀을 누설하면 안된다. 그리고 새로운 멤버를
받아들일 때는 새로 들어올 사람은 옷을 모두 벗고 벌거벗은 채로 눕는다. 그러면 모두 그 애 가슴에
침을 뱉고 그걸 문지르면서 이렇게 말한다 : ‘우리와 함께 하라.’ 하지만 모두 라틴어로 한다. 그러고 나서
그 애가 가장 나이가 많고 큰 애한테 가면 막대로 두세 대 때린다. 그러면 그 애는 아무도 배신하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그러고 나면 모두 시가를 피우고 불붙은 곳으로 팔이나 다른 곳을 건드리면서 이렇게
말한다 : 어떤식으로든 배신하면 이렇게 불태워버릴 것이다.
그러고 나면 기억은 안나지만 특별한 이름으로 불리는 제일 나이 많은 아이가 그애한테 Taum[T.
Au. M.] 그러니까 ‘입다물지 않으면 죽는다’라고 문신을 한다.
또 한 여자애의 이름하고 하트 모양도 문신을 한다. 로베르트 오빠는 나를 좀 더 일찍
알게 되었다면 “그레트현(Gretchen)”을 선택했을 거라고
말했다. 나는 그 오빠에게 어떤 이름을 문신했냐고 물었는데 그 오빠는 말하면 안된다고 했다. 오스발트 오빠한테 미역감을 때 잘 보고 나한테 말해달라고 해야겠다.
그 모임은 선생님들을 굉장히 곤욕을 치르게 만든다. 그리고 선생님들을 놀려먹을 가장 좋은
술수를 생각해 낸 아이가 로혼(Rohon)에 뽑히는데 로혼이 되면 굉장한 특별대우를 받게
된다. 다른 아이들은 항상 로혼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 그
오빠는 너무나 무시무시하기 때문에 나한테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아주 많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나는
아무한테도 그 모임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맹세해야했다. 그 오빠는 내가 무릎을 꿇고 맹세하기를
바랐지만 나는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자 그 오빠는 강제로 거의 무릎을 꿇게 했다. 결국 나는 그러기로[누구한테도 얘기 안하기로] 약속하고 키스를 했다[11]. 키스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그런 건 상관 없다. 하지만 어떤 것도 나를 무릎꿇게 할 순 없다.
아직도 너무 무섭다. 왜냐하면 우리는 정원에 아주 동떨어져 있었고 그 오빠가 내 목을
잡고 나를 강제로 무릎꿇게 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 오빠가 그 모임에 관해 한 이야기는 모두 우리
둘만 동떨어져 있을 때 했다. 그 오빠는 이렇게 말했다 :
‘나는 네 이름을 내 몸에 문신할 수는 없어. 두 이름을 새기는 것은 우리 규칙에 어긋나니까. 하지만 이제 네가
맹세를 했으니까 나는 내가 진짜 누구인가를 그리고 비밀로 간직한 것을 네게 말할 수 있어.’ 나는 그 모임에 대한 꿈을 계속 꾸어서 밤새도록 잘 수가 없었다. 고등학교에 그런 모임이 있는지, 도라 언니가 그런 모임에 가입해서
자기 몸에 누구 이름을 문신했는지가 궁금했다. 하지만 학교 친구들 모두 앞에서 벌거벗어야 한다면
끔찍할 것이다. 아마 고등학교의 여자애들의 그런 모임에서는 그런 것은 안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로베르트 오빠의 이름을 내 몸에 새길지는 확실히 말할 수 없다.
2.25 8월 15일
어제 로베르트 오빠는
아주 나쁜 짓을 하는 몇몇 남학생들의 모임이 있지만 그 오빠가 속한 모임에서는 그런 건 안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 오빠는 그게 뭔지는 얘기하지 않았다. 나는 벌거벗는 것도 나에게는
끔찍해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오빠는 ‘오 그건 아무것도 아냐.
서로 믿는다면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나쁜 짓만 아니면 괜찮아.’라고 말했다.
나는 그게 뭔지를 알고 싶다. 나는 오스발트 오빠가 그것에 대해 알고 있는지, 오빠가 그런 모임에 가입했는지, 아니면 나쁘지 않은 모임에
가입했는지, 아빠가 전에 그런 모임에 가입했었는지를 알고 싶다.
내가 알아낼 수만 있다면. 하지만 나는 물어볼 수 없다.
그랬다가는 로베르트 오빠를 배신하게 되는 거니까. 그 오빠는 나만 보면 다른 사람이 안
볼 때 내 왼손 손목을 세게 쥔다. 그 오빠는 그게 누설하지 말라는 경고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오빠를 배신하지 않을 테니까. 그 오빠는 ‘고통이 너와 나를 묶어준다’고 말했다. 그
오빠가 자기 눈이 진해져서 검은색이 된다고 말하면, 그 오빠 눈은 실제로 회색이고 커지는 것 뿐이기는
해도, 특히 저녁 때 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에는 나는 겁을 먹는다.
나는 항상 그 오빠 꿈을 꾼다.
2.26 8월 18일
어제 우리는 황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전등 장식을 했다. 우리는 12시
반이 지날 때까지도 집에 도착하지 않았다. 먼저 공원에서 하는 콘서트를 보러 갔고 그 다음에는 전등
장식 축제하는 곳에 갔다. 언덕에서는 축포를 쏘았고 언덕 꼭대기에는 횃불들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멋있기는 했지만 좀 으스스했다. 한 두 번 이빨이
딱딱 부딪힌 적이 있는데 뭔가 벌어질 거라고 무서워했는지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 때
R.[로베르트]이 와서 아주 많은 얘기를 했다. 그 오빠는 군대에 가게 된다. 왜냐하면 그 오빠는 그렇게 많이
배울 필요가 없고 지금 배우는 것이 그 오빠에게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그 오빠는 지식이 있으면
대단히 유리하든 말든 상관 없다고 말했다. 오스발트 오빠가 그 오빠는 멍청하다고 해서 나를 화나게
했지만 내가 보기엔 그 오빠가 멍청해 보이진 않는다. 갑자기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는 꽤 동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그래서 우리는 벤치에 앉아서 다른 사람들을 기다렸다. 그 때 나는
R.에게 다시 한 번 아주 나쁜 짓을 하는 다른 모임들에 대해 얘기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 오빠는 내 순수함을 빼앗고 싶지 않다며 얘기를 안해주려 했다.
내 생각에 그건 참으로 바보같은 생각이다. 그래서 나는 아마 오빠도 그걸 모르면서 괜히
아는 척 하는게 아니냐고 말했다. 그 오빠는 그 모임에 속한 어떤 아이들이든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때까지 간지럽혔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중에 한 명이 무도병에 걸려서 끔찍한 발작을 일으켰고 애들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두려워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후로는 그 모임에서는 더 이상 간지럽히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내가 너를 간지럽혀 줄까?’ ‘오빠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어.
어쨌든 간지럽히지마!’라고 말했다.
그 오빠는 한바탕 웃더니
갑자기 나를 잡고 겨드랑이를 간지럽혔다. 나는 크게 웃고 싶었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아서
참았다. 그러니까 그 오빠는 포기하고 내 손을 간지럽혔다.
처음에는 좋았지만 나는 화가나서 손을 뺐다. 바로 그때 Inspee(도라)가 다른 두 여자애들과 지나가고 있어서 우리는
우리를 지나치자마자 마치 계속 뒤에 따라가고 있었던 것처럼 바로 뒤에 따라붙었다. 그러면 엄마한테
꾸지람을 듣지 않을 것이다. 엄마는 언제나 모두가 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계속 가고 있을 때 R.이 이렇게 말했다 : ‘조심해 그레털,
내가 언젠가는 비명을 지를 때까지 간지럽혀 줄테니까.’ 말도 안돼. 내가 그러도록 놔둘 줄
알아. 그러려면 두 명은 일어야 할 껄.
그건 그렇고 복권을
해서 나는 멧비둘기 두마리[12]가 그려진 꽃병하고 사탕 한 봉기를 탔고 R.은 칼, 포크, 스푼을
탔다. 그래서 그 오빠는 정말 화가 났다. Inspee는
내가 가지고 싶었던 바로 그 만년필하고 완전히 괴물같이 비춰주는 거울을 탔다. 잘됐다. 그렇게 [자기 미모에 대해]
뻐기더니.
2.27 8월 27일
오 이런, 정말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내 일기 중 30페이지에서 34페이지까지가 없어졌다. 정원이 아니면 루이전호어(Louisenhohe)에 놓고 왔음에
틀림없다. 진짜 큰일났다. 누가 그걸 찾아내기라도
한다면. 그리고 잃어버린 페이지에 정확히 뭘 썼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악운을 타고났다. 만약 내가 헬라하고 매일 일기 쓰겠다고 약속만 안했다면 몽땅
포기하고 싶다. 엄마가 그걸 수중에 넣게 된다면. 심지어
아빠가. 그리고 오늘은 비가 너무 세차게 와서 혼자서 정원에 갈 수도 없고 루이전호어에는 더더욱 갈
수 없다. 그저께 잃어버린게 틀림없다. 왜냐하면 어제하고
그저께는 아무것도 안 썼으니까. 누군가가 그걸 찾아내면 끔찍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초콜렛 크림 케익이 있었는데도 나는 너무 심란해서 저녁에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다.
아빠가 너무 걱정하고 엄마도 걱정을 해서 모두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난 너무
슬펐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 앞에서 거의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
레지(Resi)가 이틀 동안 어디로 가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 호텔에서 저녁을
먹었다. 하지만 나는 아빠하고 엄마 앞에서 울 수는 없었다.
그랬다간 모든 게 탄로날 테니까. 유일한 희망은 아무도 내가 쓴 것인지를 알아채지 못하는
것이다. 헬라하고 나는 일기에 인쇄체(upright
writing)로 쓰는데 무엇보다도 첫째로 그러면 아무도 우리의 글씨체를 알아볼 수 없고 둘째로 필기체(ordinary writing)로 쓰는 것보다 종이가 적게 든다.
내일까지 무사히 있어서 내일 아주 일찍 정원에서 찾아낼 수 있기를 빈다. 하루 종일 너무
우울해서 심지어 Inspee가 “너 미래의
남편[13]하고 싸웠니?”라고 했을 때도 삐지지도 않았다.
2.28 8월 30일
정원에 없다. 나는 오늘 오후에 루이전후터(Louisenhutte)에 우리가
가게 해 달라고 엄마에게 빌었다. 엄마는 너무 자상하게 뭘 그렇게 걱정하는지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물어보았다.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가 뭔가를 잃어버렸냐고 해서 나는 너무 놀랐다. 엄마는 화요일에 온 헬라의 편지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아냐, 더
심각해. 내 일기야’라고 말했다.
엄마는 ‘오 글쎄, 그렇게
큰일은 아니네. 누가 네 일기에 관심을 가지겠니’라고 말했다.
나는 ‘아냐 큰일이야.
거기에 R.과 그 오빠의 모임에 대해서 별거별거 다 썼단
말야’라고 말했다.
엄마가 말했다. ‘얘야 그레털.
나는 네가 R.에 대해 이런 식으로 말하는게 마음에 안드는구나. 네가 바르트씨네 [아이들하고]
네 모든 시간을 보내는 게 정말 마음에 안들어. 그애들은 우리하고는 [계층이] 정말 달라.
그리고 R.은 네 짝으로는 안 어울려. 인제
너는 고등학교에 가니까 더 이상 어린애가 아냐. 네가 바르트씨네
[아이들하고] 끝없이 같이 있지 않겠다고 약속해다오.’ ‘알았어 엄마.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서서히 관계를 끊을께.’ 엄마는 웃음을 터뜨리며 내 두 뺨에 키스를 해 주었다.
그리고 Inspee가 모든 걸 알 필요는 없으니까 일기에 대해서는 언니한테 아무것도
얘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엄마는 너무 자상하다.
하지만 3시간과 아마 몇 페이지가 여전히 거기에 있다.
저녁. 다행히도 오두막 앞에서 비를 맞아서 완전히 진물러진 두 페이지를 찾았는데 글자를 완전히 알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길에 한 장이 상당히 찢겨진 채로 있었다.
구두 뒷굽으로 누군가 밟은 것 같다. 두 페이지는 불쏘시게로 말려져 있었고 반은 타
있었다. 따라서 아무도 안 읽었다. 너무 기쁘다. 그리고 아빠가 저녁 먹을 때 ‘야. 네 눈이 왜
그렇게 기쁨으로 빛나고 있지? 복권에서 큰 걸 땄니?’라고 했다. 나는
발로 엄마 발을 눌러서 누설하지 말 것을 상기시켜 주었다. 그러자 아빠는 한바탕 웃더니
‘우리집에 나에 대한 음모가 있는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
나는 아주 급히 말했다 : ‘다행히 우리는 우리집이 아니라 호텔에 있잖아.’ 모두가 웃고 이젠 다행히 모두 끝났다.
살아가면서[경험으로] 배운다. 나는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할거다.
2.29 8월 31일
실제로 나는 W’s[바르트Warth 가족]하고 그리고 R.[로베트르]하고 그렇게 오래 지내지 않는다. 그 오빠는 기분이 상한 것
같다. 오늘 오후에 차마시러 갔을 때 그 오빠는 내 손목을 잡고 이렇게 말했다 : ‘네 아빠 말이 맞아.
너는 마녀야.’ “너는 징벌을 받아야 돼.” 정말 무례하다. 게다가 나는 징벌(castigation)이 무슨 뜻인지도 모른다. 나는 아빠한테
물어보았고 아빠는 얘기해 주면서 어디서 그런 말을 들었는지 물었다. 나는 두 신사가 그런 말을 하는
걸 지나가면서 들었다고 말했다. 내가 진짜로 생각한 건 징벌이 간지럽히기를 뜻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은 끔찍하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떠났고 우리도 일주일만 남았다. 징벌 일에 대해서. 나는 아빠를 속이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정말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게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R.이 나를 징벌하려 한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도라 언니는 나보다 거짓말을 많이하고 나는 언제나 그것을 들통나게 하는 걸 좋아한다. 언니 거짓말은 너무 뻔하니까. 나는 절대 걸리지 않는다. 오베스트 폰 쉬타뤼(Oberst von Stary) 부인이 있었을
때 딱 한 번 걸렸다. 아빠가 그때에는 알아챘다. 아빠가
‘이 꼬마 불한당,
거짓말쟁이.’라고 말한 걸로 봐서.
2.30 9월 3일
너무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R.에게는 다시는 말을 하지 않을 거다.
오스발트 오빠가 그 오빠를 상스럽다고 한 게 정말 맞다. 만약 그네에서 정말 떨어졌다면
집을 떠나길 4일 앞두고 다리가 부러졌을 것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나를 간지럽히다니.
그 오빠는 정말 뻔뻔스럽다. 그래서 나는 그 오빠를 한 대 세 개 찼다. 그 오빠의 코 아니면 입을 찬 것 같다. 그러자 그 오빠는 정말로
이렇게 말하고 말았다 : ‘결국 나는 호되게 값을 치르는군. 이런 꼬마 원숭이, 이런 애기랑 친구를 해서 기대할 수 있는 게
뭐겠어.’ 아직 14살도 안되었으면서 그런 말을
하다니. 15살이었다는 건 완전히 뻥이었다. 그 오빠는
학교에서 제일 게으른 그런 남자애들 중에 하나일 것이다. 성적도 양밖에 못받는. 5학년도 아니고 4학년 밖에 안되고. 하여튼 우리는 관계를 청산했다. 뻔뻔한 악마같으니라고. 누구한테도 이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을 거다. 이것이 헬라에게도
말하지 않는 첫번째이자 마지막(그랬으면 좋겠다) 비밀일
것이다.
2.31 9월 6일
내일 집에 간다. 지난 며칠 동안은 끔찍하게도 지겨웠다. 나는 한 두 번 R.을 보았지만 항상 다른 데를 쳐다보았다. 아빠는 나하고 바르트씨네
아이들 그리고 R.하고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 대단한 우정이 깨졌냐고 물었다. 물론 나는 진실을 말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했기 때문에 거짓말을 해야했다.
나는 R.이 내가 하는 모든 것, 내가 쓰는
것, 큰소리로 읽는 것에서 트집을 잡아낸다고 말했다.
(그건 정말 맞는 말이다. 그 오빠는 전에 한 번 그런 적이 있다.) 그러자 아빠가 이렇게 말했다 :
‘그래,
그래, 내일 작별인사 할 때 화해해라.’ 아빠는 커다란 실수를 한 거다. 난 그
오빠한테 다시는 한 마디도 안 할 거다.
도라 언니는 생일 때, 아직 안되었지만,
짙은 감색 실크 먼지막이 덧옷을 받기로 되어 있다. 그 색이 언니한테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어쨌든 언니는 먼지막이 덧옷을 입기에는 너무 말랐다.
2.32 9월 14일
그저께 헬라가
돌아왔다. 그 애는 훌륭해 보였고 그애도 내가 그렇게 보인다고 했다.
그애가 돌아와서 너무 기쁘다. 결국 나는 그애한테 R.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애는 아주 화가 나서 내가 두 대는 더
찼어야 했다고 말했다. 한 대는 간지럽힌 것에 대해,
그리고 한 대는 “애기”라고 부른 것에 대해,
그리고 한 대는 “꼬마 원숭이”라고 부른 것에 대해.
우리가 다시 그 오빠를 만나기라도 하면 노려보기만 하지는 않을 거다.
2.33 9월 17일
Inspee는 정말 실크 먼지막이 덧옷을 받았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격자무늬 두건은 좀 바보같아 보인다. 그래도 난 그런 말은 안하고
덧옷이 너무 잘 어울린다고만 말했다. 언니는 벌써 적어도 다섯 번은 그걸 입어봤다. 아빠가 진짜 언니를 다 큰 숙녀로 대하길 원하는지 아니면 언니를 놀리는지를 잘 모르겠다. 내가 보기엔 그냥 놀리려고 하는 것 같다. 언니는 정말 다 큰
숙녀로 보이지 않는다. 아직 14살도 안됐는데 어떻게
그렇게 보일 수가 있나? 어제 오후에 정말 많은 여자애들이 초대되었는데 물론 나를 위해 헬라도
초대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대단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거의 다 자기가 갔다고 하는 시골에 대해 엄청나게 자랑하는 것이었다.
모두 9명이었다. 하지만 내가 신경쓰는 사람은
헬라밖에 없었다.
2.34 9월 21일
내일이면 학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우리는 학교(School)가 아니라 리쯔(Liz, Lyzeum,
고등학교)라고 부르기로 합의를 보았다. 정말
기대된다.
2.35 19xx년 9월 22일
오늘 학기가
시작되었다. 헬라가 나를 데리러 왔고 우리는 같이 갔다.
Inspee는 우리가 자기 앞으로 뛰어갔다고 엄마한테 일렀다. 우리는 언니가 가정교사처럼
굴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반에는 34명이 있다. 우리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독토 부인(Frau Doktor), 두
명의 여자 선생님, 한 명의 교수님,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는 한 명의 여자 미술 선생님이 또 있다. 독토 부인은 국어(독일어)하고 쓰기를 가르치신다.
선생님이 우리를 세 번째 의자에 같이 앉으라고 하셨다. 선생님은 훈시를 하고는 어떤 책을
가지고 와야 되는지를 말씀해 주셨다. 하지만 우리는 월요일까지는 그것을 살 수 없다. 쉬는 시간이 세 번 있는데 한 번은 길고 두 번은 짧다. 긴 쉬는
시간엔 게임을 할 수 있고 짧은 쉬는 시간에는 나갈 수 있다[14]. 나는 초등학교 때 보통
나가지 않았고 지금도 나갈 필요가 없다. 엄마는 항상 그걸 나쁜 습관이라고 했다. 거의 모든 여자애들이 나가고 심지어 수업시간에도 교실에서 나가게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오늘은 진짜 수업은 안했다. 그건 내일 시작할 거다. 하지만 우리는 그게 뭔지를 모른다. 우리는 집에 왔다.
2.36 9월 23일
오늘 지리와 역사를 가르치는
선생님(mistress)이 수업을 했는데 그 선생님은 학위가 없었다.
Ispee는 작년에 그 선생님 수업을 받았는데 그 선생님을 참을 수 없다고 했다. 너무
못생겼다는 것이다. 아빠는 화가 나서 Inspee에게
이렇게 말했다 : ‘이 바보야,
애[동생인 그레터]한테 그런 얘기를 하면
안돼. 언니로서 모범이 되어야지. 혀려고만 하면
어떤 (여자)선생님이나 어떤
(남자)선생님한테도 배울 수 있는거야.’
하지만 우리가 정말 피셔(Vischer)
양을 좋아하는지는 말할 수 없고 나는 지리와 역사는 별로 신경을 안 쓴다. 게다가 나는
선생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배운다. 박사인 말부르크(Mallburg) 부인은 너무나 친절하고 예쁘다. 우리는 항상
줄여서 Frau Dr. M.이라고 쓸거다. 그 선생님은
웃으면 보조개가 두 개 들어가고 금이빨이 보인다. 그 선생님은 학교에는 처음이다. 우리가 같이 노래를 하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프랑스어는 아르나우
부인(Madame Arnau)[15]이 가르치신다. 그 선생님은 검은 레이스가 달린 아름다운 옷을
입었다. 헬라는 멋진 펜과 필통이 있다. 그건 정말
부드럽다. 우리는 부드러운 필통을 써야 한다. 그래야 수업
시간 중에 그것이 떨어져도 시끄러운 소리가 안 날 테니까. 7 크라운[화폐단위]이거나 1.70
크라운인 것 같다.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오늘 수업을 12시까지 했다. 처음에는
국어, 다음엔 산수, 다음엔 카톨릭 신자를 위한
종교, 그리고 그 다음엔 집에 왔다. 헬라는 나를
기다렸다. 파토르 씨(Herr Pastor)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2.37 9월 24일
우리는 서점이 오늘 열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헬라 엄마는 그것이 병아리가 엄마닭보다 현명하다고 생각할 때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오후에 헬라가 우리집에 왔고 Fs가
Inspee를 초대했다. 나는 거긴 너무 지루하기 때문에
가지 않는다. 하루 종일 피아노만 친다. 나는 레슨
시간에만도 피아노를 충분히 친다. 학교의 수업 시간표가 정해지면 내 음악 레슨이 시작될
것이다. 아마 10월
1일에 시작될 것이다. 그 때가 되면 B.
부인에게 편지를 써야 한다. 그 부인이 나보고 직접 편지하라고 하셨다. 그 부인은 자기가 가르치는 모든 학생에게 그러라고 하신다. 헬라를
가르치는 음악 선생님이었으면 더 좋을텐데. 하지만 그 선생님은 시간을 낼 수가 없고 수업료도 더 비싼
것 같다. 적어도 그 선생님은 항상 “도라양”을 모범으로 따르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모두 도라양처럼 음악적인 것은 아니다. 저녁 때 Inspee는 정말 두꺼운 책을 10시 아니면 12시까지 읽고 있었다. 언니는 크게 소리내서 읽었다. 언니는 안그랬다고 했지만 나는 그러는 걸 들었고 언니는 거의 말도 못한다.
언니는 감기에 걸렸다고 말한다. 거짓말쟁이.
2.38 9월 25일
오늘 교수님들의 시간표를 주었는데 김나지움의 교수님들이 언제 올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을 때까지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독토 부인은 김나지움에서 가르칠 것 같은데 여기에는 하나 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 학교에서
가르치신다. 내일 우리는 구두 작문을 한다 : 방학에
대해서. 우리는 8에서
10개의 문장을 집에서 미리 써 올 수는 있지만 그걸 교실에서는 보면 안된다. 나는 벌써
그걸 썼다. 하지만 로베르트 오빠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안했다.
어쨌든 그 오빠는 생각할 가치도 없다. 나는 심지어 헬라에게도 모든 것을 말한 건
아니다.
2.39 9월 25일
우리는 구두 작문을 했고
독토 부인은 ‘아주 좋아,
이름이 뭐지?’라고 하셨다.
나는 그레터 라이너라고 했다. 그러자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 ‘네 옆에 있는 애가 네 친구니?’ 헬라도 아주 잘했고 독토 부인은 다시 ‘아주 좋아’라고 하셨다.
그러자 종이 울렸다. 긴 쉬는 시간에 선생님은 우리하고 피구를 했다. 너무 재미있었다. 나는 여섯 번이나 술래를 했다. 짧은 쉬는 시간에는 우리들만 있었다. 선생님들은 시간표를 그려야
하기 때문에 할 일이 너무 많았다. F. 고등학교에서 온 교생선생님이 우리 반에 있다. 그 선생님은 맨 뒷자리에 앉는데 키가 정말 크다. 독토
부인만큼이나 크다.
2.40 9월 26일
오늘 처음으로
리걸(Riegel) 교수님이 자연사 수업을 하셨다. 그
선생님은 코안경을 썼는데 누구의 얼굴도 쳐다보지 않으신다. 그리고 프랑스어 시간에 A. 부인이 내 발음이 제일 좋다고 하셨다. 우리는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내가 매일 [일기를]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린 여자애들은 리걸(Riegel)교수님을
이걸(Igel)이라고 한다. 그리고 성이 바인만(Weinmann)인 여자애는 니컬(Nikel)이라고
한다[16].
2.41 9월 30일
정말 [일기를] 쓸 시간이 없다.
헬라는 24일 이후로 아무 것도 못썼다.
하지만 오늘은 로베르트 오빠를 쇼턴가써(Schottengasse)에서 만났기 때문에 써야겠다.
‘안녕 아가씨,
그렇게 곤두설 필요 없잖아.’라고 그 오빠가 지나가면서 말했다. 그리고 내가 돌아섰을 때는 그 오빠는 벌써 지나가 없었다. 안
그랬으면 한 방 먹일 수 있었을 텐데. 저녁 먹으러 가야겠다.
2.42 10월 1일
난 쓸 수가 없다. 오스발트 오빠가 S.에서
돌아왔다. 오빠는 발목을 삐었다. 하지만 걸어다닐 수 있는
걸로 봐서 확실히는 잘 모르겠다. 오빠는 정말 창백한데 아프다고는 한 마디도 안한다.
2.43 10월 4일
오늘은 휴일이다. 황제의 탄신일이다. 어제 레지가 내게 끔찍한 얘기를 해
주었다. 오스발트는 다시 S.에 돌아갈 수 없단다. 오빠는 뭔가를 저질렀는데 뭔지를 알았으면 좋겠다. 아마 벽장에
있는 어떤 것인 것 같다. 오빠는 항상 거기에 오랫동안 있다.
나는 시골에 있을 때부터 알아챘다. 아니면 아마 오빠의 모임에서 어떤 일을 저질렀을지도
모른다. Inspee는 그게 뭔지 아는척 하지만 물론 그건 사실이 아니다. 언니는 나만큼이나 모르니까. 아빠는 엄청 화가 났고 엄마는 울어서
눈이 온통 빨개졌다. 저녁 먹을 때 아무도 말을 안했다.
오빠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알 수만 있다면. 아빠가 어제 오빠한테 소리를 질렀는데 도라
언니하고 나 둘 모두 아빠가 말하는 걸 들었다 : ‘이 어린 불량배야.’ (그리고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다.)
그리고 아빠는 ‘너는 학교 공부에나 신경쓰고 여자애들하고 결혼한 여자들은
건드리지 말았어야지. 이 한심스러운 악당아.’라고 말했다.
그러자 도라 언니가 ‘아 이젠 알겠다.’라고 말했다.
나는 ‘제발 말해줘,
오빠는 언니 오빠이기도 하지만 내 오빠이기도 하단 말야.’라고 말했다.
하지만 언니는 ‘넌 이해 못해.
너같이 어린애한테는 할 말이 못돼.’라고 말했다.
참내. 자기한테는 할 말이 되고 나한테는 할 말이 못되나.
나하고 3년 차이도 안나면서 인제 더는 짧은 치마를 안 입는다고 다 큰 숙녀나 되는
것처럼 젠체하네. 폼 잡기는. 그러면서 몰래 잼을
이따만큼씩이나 입에 쳐넣어서 말도 못하냐. 그러는 걸 볼 때마다 내가 꼭 언니한테 말을 해서 대답을
하게 만들었는데. 그러면 엄청 화를 내면서.
2.44 10월 9일
이젠 모든 걸 알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애가 나온다. 그리고 그게
로베르트 오빠가 진짜 뜻한 거였다. 난 완돼.
됐어. 난 절대 결혼 안할 거야. 결혼하면
그걸 해야 하니까. 진짜 아픈대도 해야돼. 그걸 제때에
알아서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 정확히 어떻게 하는지 알고 싶다.
헬라도 정확히는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아마 거기에 대해 모든 것을 아는 그애 사촌이
그애한테 말해 주겠지. 아기가 나올 때까지 9개월이 걸리고
그 때 많은 여자들이 죽는다. 끔찍하다. 헬라는 오래
전부터 그걸 알고 있었는데 나한테 말하고 싶지 않았었다고 한다. 작년 여름에 어떤 여자애가 말해줬다고
한다. 그애는 자기 언니인 리찌 언니하고 그것에 대해 얘기하려고 했다.
그애는 정말 단지 그것이 모두 사실인지에 대해 물어보려 했을 뿐인데 리찌 언니가
(헬라)엄마한테 달려가서 헬라가 말한 걸 엄마한테 말했다.
그러자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이 아이들은 정말 끔찍하군.
타락한 세대야. 너 다른 애들한테, 예를들어
그레터 라이너같은 애들한테, 이 얘기를 하기만 해봐.” 그리고 헬라의 따귀를 때렸다.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그애가 그렇게 오랬동안 나한테 편지를 안썼던 것이다.
불쌍한 헬라, 불쌍한 헬라. 하지만 이젠
그애는 나한테 모든 걸 말할 수 있고 우리는 서로를 배신하지 않을 거다. 그리고 그 사기꾼 고양이
Inspee는 오랫동안 그걸 모두 알고 있었으면서도 나한테 절대로 얘기해 주지 않았다. 하지만 왜 그때 그네에서 로베르트 오빠가 이렇게 얘기했는지는 이해할 수 없다
: ‘이 바보 같은 꼬마야.
단순히 그런다고 애기가 생기진 않아.’ 아마 헬라는 알 것이다. 내일 체육시간에
그애한테 말해서 그것에 대해 물어봐야겠다. 아이고 너무 알고 싶다.
2.45 10월 10일
어제 너무나 무서워서
체육시간에 빠졌다. 나는 헬라네 집 2층에 있었는데 너무
늦어서 감히 갈 수가 없었다. 헬라는 나보고 그애 집에 머무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산수 문제가 너무 어려워서 제 시간에 다 못 풀어서 그렇게 되었다고 말하면 된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실제로 산수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난 이것에 대해서는
집에서 아무 말도 안했다. 내일 오스발트 오빠가 G.에
있는 S’s 씨 한테로 가야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에
대해 모두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서야 헬라가 진짜로 모든 것을 얘기해 주었다. 이건 정말 끔찍한
일이다...... 나는 도저히 그것에 대해 쓸 수가 없다.
그애는 ‘Inspee는 물론 벌써 그걸 한다’고 말했다. 내가
Inspee가 미역을 안감으려하고 미역감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썼을 때 그걸 했다는 것이다. 진짜 언니는 그걸한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항상 그것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한다. 헬라는 피가 흐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러면 모든게 피로..... 그래서 시골에서 Inspee가
거의 벗었을 때 내가 보지 못하도록 불을 끈 것이었다. 윽!
절대 안돼! 그건 14살에서 시작해서 20년이나 그 이상 계속된다. 헬라는 우리 반에 있는 베르타
프랑커(Berta Franke) 언니가 그것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산수 시간에 그 언니는 ‘넌 ... 에
대해 알고 있니?’라고 쪽지를 써보냈다.
헬라는 ‘물론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라고 써서 돌려줬다.
베르타 언니는 수업이 끝나고 카톨릭 신자가 종교 수업을 받을 때 그애를 기다렸다가 같이 집에 갔다.
나는 내가 무척 화가 났던 것이 기억난다. 그 두 명은 친구가 아니니까. 화요일에 베르타 언니가 우리와 같이 갔다. 헬라는 그 언니에게
내가 모든 것을 아니까 내 걱정 할 필요 없다는 쪽지를 교실에서 써 보냈다. Inspee가 뭔가를
눈치챘다. 언니는 항상 염탐하고 코웃음을 친다. 아마
언니는 자기가 모든 것을 알아야 할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2.46 10월 16일
내일은 아빠의 생일이자 도라 언니의 생일이다. 매년 도라 언니의 생일이 아빠의 생일과
같다는 것이 나를 짜증나게 한다. 날 제일 짜증나게 하는 건 언니가 그것에 대해 너무나 으스댄다는
것이다. 아빠가 항상 말하듯이 그건 그냥 우연일 뿐이다.
게다가 아빠가 그걸 진짜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다. 누구든 자기 자신만의 생일, 다른 사람과 공유할 필요가 없는 생일을 원한다. 그리고 그런 걸로
거만해지는 건 항상 짜증난다. 게다가 오스발트 오빠 때문에 소동이 벌어져서 생일다운 생일이 되기도
글렀다. 아빠는 여전히 화가 나 있고 사무실에 이틀 동안이나 못가고 G.로 가서 오스발트 오빠 일을 알아봐야 했다.
2.47 10월 17일
생각했던 것보다 오늘
훨씬 즐거웠다. 부르크너(Bruckner)씨네 가족 모두가
왔고 물론 오스발트 오빠에 대해서는 발목을 삐었다고만 말했다. (이젠 나는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아마 G.에 갈 거라고만
했다. B. 대령님[헬라의 아빠인듯]은 ‘남자애한테는 군사학교에 보내는 게 제일 좋아. 그러면 질서를 배우게 되지.’라고 말하셨다.
저녁 때 오스발트 오빠가 ‘헬라 아빠가 말한 건 정말 헛소리야. 군사학교에서도 김나지움에서만큼이나 쉽게 쫒겨날 수 있으니까. 그게
에드가 그롤러(Edgar Groller)한테 일어난 일이야.’라고 말했다.
오스발트 오빠는 스스로 누설하고 만 것이다. 도라 언니가 바로
‘아, 오빠는
쫒겨났구나(퇴학당했구나). 우리는 발목이 삔 줄
알았는데.’라고 말했다.
그러자 오빠가 엄청 화가 나서 ‘이 비열한 왈가닥.
내가 가면 몽땅 떠벌리지 그래.’하고 문을 꽝 닫고 나가버렸다. 엄마가 거기 없었으니까.
2.48 10월 19일
오스발트 오빠가 무슨 일을 저지른 건지 알아낼 수만 있다면. 여자애과 관련된 일인 것
같다. 하지만 아빠가 결혼한 여자에 대해서 얘기한 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다. 아마 결혼한 여자가 오빠를 교장 선생님이나 학교 위원회에 고발을 해서 모든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로베르트 오빠와 나 사이에 있었던 모든 일이 다 알려진다면 나는 어떤 느낌이 들까를 생각해보니 오빠가 너무
가엽다. 물론 지금은 신경을 안 쓴다. 하지만 여름에는
끔찍했을 것이다. 오스발트 오빠는 가끔 엄마와 얘기할 때 빼고는 거의 아무말도 안한다. 오빠는 항상 뭘 읽고 싶어하는 척하지만 그건 말도 안된다. 그런
애정 문제가 있는데 어떻게 진짜로 뭔가를 읽을 수 있겠어. 나는 베르타 프랑커 언니에게 그것에 대해
모든 걸 말하지 않았다. 우리 오빠가 불행한 애정 문제 때문에 빈으로 돌아와야만 했다고만
말했다. 그러니까 그 언니는 올 여름에 자기 사촌이 자기 때문에 권총 자살했다고 우리들에게
말했다. 신문에는 여배우 때문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언니는 벌써 14살이다.
2.49 10월 20일
이제 우리는 거의 모든 시간을 베르타 프랑커 언니랑 보낸다. 그 언니는 엄청나게 많은
경험을 했다고 말했지만 충분히 친해지지 않아서 아직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윽고 그 언니는 말을
했다. 아마 그 언니는 우리가 배신할까봐 두려워하는 것 같다.
그 언니는 아무리 늦어도 16살에는 결혼하고 싶어한다.
2년 남았다. 물론 그 때까지도 학교를 졸업하진 못하겠지만 그 언니는 3학년까지만 다닐 거라고 했다. 그 언니는 따라다니는 남자가 세
명이 있는데 아직 누구를 선택할지 결정을 안했다고 한다. 헬라는 따라다니는 남자가 동시에 세 명이나
된다는 건 분명 뻥일 거라고 했다.
2.50 10월 21일
베르타 프랑커 언니는
눈밑이 검어지면 그걸 하고 애를 갖게 되면 다른 애를 가질 때까지 그걸 안한다고 했다. 그 언니는
우리에게 어떻게 애를 갖게 되는지도 얘기했지만 그 언니가 말한 것을 정말로 믿을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그 언니 자신도 모른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그 언니는 골이나서
“좋아. 나 자신도
모른다면 더 이상 얘기 안하지”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 언니가 남편과 아내에 대해 말하는 것을 믿을 수 없다. 그 언니는 매일밤
해야 된다고 했다. 안 그러면 아기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하루 밤이라도 걸르면 애를 가질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부부는 침대를 그렇게 가까이
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걸 결혼 침대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건 너무나 아파서 거의 참을 수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남편은 아내가 그걸 하게
만들 수 있게 때문에 해야 한다고 한다. 남편이 어떻게 아내가 그걸 하게 만드는지를 알고
싶다. 하지만 나는 감히 물어보지 못했는데 그 언니가 자기를 놀린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남자도 그걸 하는데 아주 가끔만 한다. 우리는
베르타 프랑크 언니의 많은 면을 보았다. 그 언니는 정말 훌륭한 소녀다. 아마 엄마가 다음 주 일요일에 그 언니를 여기로 초대해도 된다고 할 것 같다.
2.51 10월 23일
아빠가 오늘 오스발트
오빠를 데려갔다. 엄마는 너무 많이 울었다. 오스발트
오빠가 떠날 때 나는 ‘나는 오빠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줄
알아’라고 속삭였다.
하지만 오빠가 ‘바보 멍청아’라고 한 걸로 봐서 내말을 못 알아 들은 것 같다. 어쩌면 아빠가 아주 무서운 얼굴로 쳐다보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뿐인지도 모른다.
2.52 10월 27일
모든 게 잘못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어제는 역사 시간에 가(unsatisfactory)를 받더니 오늘은 산수시간에 가를 받았다.
한 문제도 제대로 풀 수 없었다. 나는 그 때 체조 시간을 빠진 것이 너무
걱정된다. 엄마가 직접 돈을 낸다면 그것에 대해 알게 되겠지만 엄마가 내일 나한테 돈을 준다면 괜찮을
거다.
2.53 10월 28일
오늘 (여자) 교장 선생님이 프랑스어 시간에 들어오셨고 나에 대해 너무나
멋진 말을 하셨다. 그 선생님은 내가 프랑스어를 3학년을
해도 될만큼 잘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 선생님은 내가 다른 과목도 그렇게 잘하는지를
물어보셨다. 나는 예도 아니오도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모든 다른 여자애들이
‘예, 그애는 모두
잘해요.’라고 말했다.
교장 선생님은 내 어깨를 토닥이며 ‘그말을 들으니 기쁘군요’라고 말하셨다.
교장 선생님이 간 다음에 나는 크게 소리를 질렀다. 아르나우 부인이 물었다 : ‘왜, 뭐가
문제죠?’ 그러자 다른 여자애들이 ‘산수에서 그애는 가를 받았거든요. 하지만 그애는 문제를 정말 잘 풀어요.’ 그러자 부인이 ‘곧 그 가를 삭제하게 될 거예요.’라고 하셨다.
2.54 10월 30일
오늘 나는 역사 시간에 피셔 양과 큰
소동을 벌였다. 어제 엄마랑 전차에 탔는데 거기에 V.
양이 타고 있었다. 나는 다른 데를 봐서,
엄마가 그 선생님을 보게 돼서 선생님이 엄마에게 나에 대해 얘기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했다.
오늘 선생님이 들어와서 ‘라이너, 규칙을
모르나요?’라고 말하셨다.
나는 곧 그게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전차에서 선생님한테 인사를 했는데 선생님이 나를
못봤어요.”라고 말했다.
“잘하는군. 처음엔
잘못을 하더니 이제는 거짓말로 변명을 하려고 해. 앉아요.” 나는 모든 여자애들이 나를 쳐다보았기 때문에 끔찍했다.
11시 쉬는 시간에 베르타 프랑커 언니가 이렇게 말했다 :
“걱정하지 마.
선생님이 너한테 쌓인게 있어서 항상 트집을 잡을 걸 찾으려는 거니까.’ ‘피셔 양은 독토 M.
부인하고 얘기를 해 봐야돼. 국어 시간에 구두 작문 제목이
“바른 예절”이었으니까.’
다시 모든 여자애들이 나를 쳐다보았다. 그 애는 더는 말을
안했다. 그애는 정말 천사같다. 내사랑 E. M. 그애 이름은 엘리자베트(Elisabeth)이다. 하지만 그애는 개신교라서 영명축일[17]을 기념하지 않는다.
11월 19일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그건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2.55 10월 31일
나는 너무 운이
좋았다. 엄마가 직접 갔지만 체육시간과 관련해서 아무 일도 들키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암산에서 나는 수를 받았다. 쉬타이너(Steiner) 양은 너무 친절해서 이렇게 말했다 :
‘이런,
L.(라이너) 며칠 전에 산수 문제는 왜 그렇게 못했지?
산수를 이렇게 잘하는데 말야.’ 나는 무슨 말을 할지 몰라 이렇게 말했다 :
‘오 며칠 전에는 심한 두통이 있어서요.’ 그러자 베르타 프랑커 언니가 거의 큰 소리로 웃었다.
그 언니가 그러다니 끔찍했다. 그 언니는 그렇게 믿을 사람이 아닌 것 같다. 그 언니는 고자질쟁이인 것 같다. 수업이 끝났을 때 그 언니는
“두통”이 아주 다른 걸 뜻하기 때문에 웃었다고 했다.
2.56 11월 1일
오늘 아빠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줄 테이블보를 만들기 시작했다. 물론 오른쪽이 만들기
쉽기 때문에 Inspee는 오른쪽을 차지했다. 그리고 나는
왼쪽을 맡았고 모두 손으로 직접 만들어야 한다. 엄마를 위해서는 자수를 놓은 가죽 책 표지를 만들고
있는데 실크로 자수를 하고 무늬를 그려넣는다. 무늬를 그려넣는 것 학교에서 H. 양의 수업 시간에 할 수 있다. 그 선생님은 너무나
친절하시다. 하지만 나는 독토 M. 부인이 제일
좋다. 나는 베르타 프랑커 언니가 어제 그렇게 웃었기 때문에 초대하지 않을 거다. 게다가 엄마는 모르는 여자애들이 집에 오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2.57 11월 2일
나는 여전히 모든 걸
아는 게 아니다. 헬라는 좀 더 많은 걸 알고 있다.
우리는 자연사 수업에 들어가려고 같이 가면서 그리고 응접실에 가서 얘기를 했는데 거기서 그애는 좀 더 많은 걸 얘기했다. 그때 새로 온 (여자)
하인인 말리(Mali)가 들어와서 끔찍한 얘기를 해 주었다. 레지가 아파서 병원에 있다고 한다. 말리는 유태인이 아주 어렸을
때 아주 위험한 수술을 받는다고 했다. 그건 너무 아프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건 너무 잔인하다. 더 많은 아이를 갖고 싶어서 그런 수술을 한다고
하는데 꼬마 남자애만 하고 꼬마 여자애는 안한다. 끔찍하다.
유태인하고는 결혼하지 말아야겠다. 그때 우리는 그게[18] 정말 너무 아픈게
사실이냐고 물었다. 말리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
‘그렇게 안 좋을 리가 없어요.
그렇게 안좋다면 모든 사람이 하겠어요?’ 그러자 헬라가 이렇게 물었다 :
‘하지만 너는 남편도 없으면서 벌써 그걸 해봤어?’ 말리는 이렇게 말했다 :
‘그만해요,
아가씨. 그런 건 물어보는 게 아니에요.
숙녀답지 못한 일이에요.’ 우리는 너무 무서워서 엄마한테 말하지 말라고 빌었다.
말리는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2.58 11월 5일
모든 일이 그 바보 같은
허리띠 때문에 일어났다. 어제 내 서랍을 정리하고 있는데 말리가 침대를 정돈하러 와서 내 술 장식
달린 허리띠를 보았다. “야 예쁘다.”라고 말리가 말했다.
나는 그걸 인제 안하기 때문에 원한다면 가져도 된다고 말했다. 어제 저녁 먹을 때 나는
엄마가 말리를 쳐다보는 걸 알아챘고 얼굴이 온통 빨개졌다. 저녁 먹은 후에 엄마가
‘그레털, 말리에게
허리띠를 주었니?’라고 했다. 나는
‘그랬어 엄마.
달라고 해서.’라고 말했다.
그때 말리가 해명하려고 들어와서 말했다 : “아니에요. 저는
달라고 한 적 없어요. 그레터 양이 그냥 준거에요.” 난 그 후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른다.
나는 내 방으로 돌아왔는데 엄마가 들어와서 말했다 : ‘자기 자식들이
[그런 얘기를 하다니] 참 좋기도 하군.
말리가 너하고 헬라가 무슨 얘기를 했는지 나한테 얘기했다. 나는 바로 부엌으로 달려가서
말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 ‘어떻게 우리에 대해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우리가 이야기하는데 끼어든 건 너였잖아. 정말 비열하군.’ 저녁 때 말리는 가야만 했고 아빠에게 나에 대해 안좋은 말을했다. 그리고 아빠는 나를 엄청 혼냈다. 아빠는 이렇게 말했다 : ‘니들 참 잘났다.
아이들이. 말해두는데, 너는 인제 헬라하고
계속 놀면 안돼. 알아들었어?’
2.59 11월 6일
참 잘도됐다. 나는 인제 완전 바보가 됐다. 내가 말리 앞에서 [그런] 얘기 계속하지 말라고 팔꿈치로 헬라를 치니까 그애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 ‘무슨 상관이야.
말리는 그것에 대해 다 알아. 아마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이 알 껄.’ 그건 말리가 우리에게 유태인에 대해 얘기한 직후였다.
인제 미안하지만 나는 완전히 바보야. 그래 인제 나는 내가 완전히 바보라는 걸
알아. 제일 좋은 친구가 친구를 그렇게 부르다니!
2.60 11월 7일
헬라하고 나는 아주 서먹서먹해졌다. 우리는 같이 얘기를 하지만 학교나 수업 같은
일상적인 것만 얘기한다. 다른 건 얘기하지 않는다. 오늘
처음으로 스케이트를 타러 갔다. 시간이 날 때마다 같이 스케이트 타러 가야겠다. 시간이 그렇게 자주 나는 것은 아니지만. 엄마는 테이블보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그건 아주 힘든 일이지만 엄마는 우리만큼 할 일이 많지 않다.
2.61 11월 8일
오늘 아주 사랑스러운
젊은 숙녀가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는데 너무 아름답게 스케이트를 탔다. 안쪽 날로도 타고 바깥쪽 날로도
타고 8자 모양도 만들었다. 나는 그 숙녀 뒤를 따라다니며
스케이트를 탔다. 그 숙녀가 휴대품 보관소에 갔을 때 거기서 아주 좋은 향기가 났다. 나는 그 숙녀가 곧 결혼을 하는지를 그리고 그 숙녀가 모든 것에 대해 다 아는지가 궁금했다. 그 숙녀는 너무 사랑스럽고 이마에서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올리면 너무 예쁘다.
나도 그렇게 예뻤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는 검은머리(dark)이고 그 숙녀는 금발머리(fair)이다[19]. 그 숙녀의 이름과 어디에
사는지를 알아냈으면 좋겠다. 나는 내일 다시 스케이트 타러 가야겠다.
저녁 때 숙제를 해야지.
2.62 11월 9일
너무 걱정된다. 그 숙녀가 스케이트 타러 오지 않았다.
아픈게 아닌가 걱정된다.
2.63 11월 10일
오늘도 그 숙녀는 오지 않았다. 두 시간을 기다렸는데 소용없었다.
2.64 11월 11일
마침내 그 숙녀가 오늘은 왔다. 오 정말 예쁘다.
2.65 11월 12일
그 숙녀가 나에게 말을
했다. 나는 입장하는 곳 근처에서 서 있었는데 갑자기 누가 내 뒤에서 웃고 있는 것을 들었다. 나는 곧 그 숙녀라는 걸 알아챘다. 맞았다. 그 숙녀가 다가와서 ‘같이 탈라?’라고 말했다.
‘그래도 된다면 좋아요.’라고 내가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 팔짱은 끼고 출발했다. 가슴이 마구 뛰었고 나는 뭔가를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뭔가 분별있는 말을 생각해 낼 수 없었다 우리가 입구로 돌아왔을 때 한 신사가 거기
서서 모자를 벗어 인사를 했다. 그 숙녀는 인사를 하고 나에게 ‘다음에 보자.’라고 말했다.
나는 곧 ‘언제요?
내일요?’라고 말했다.
아마 그숙녀가 ...라고 대답을 했던 것 같다.
아마, 아마, 오 벌써 내일이었으면
좋겠다.
2.66 11월 13일
Inspee는 그 숙녀의 이름이 분명히 아나스타지아 클라스토쉑(Anastasia Klastoschek)이라고 말했다. 분명히 그
숙녀 이름은 그런 게 아닐 것이다. 아마 오이게니(Eugenie)나 제라피너(Seraphine)나 라우라(Laura)일 수는 있어도 아나스타지아일 수는 없다. 왜 그런
끔찍한 이름들이 있을까? 설마 진짜로 그런 이름으로 불릴까.
클라스토쉑도 체코 이름이다. (언니는) 그
숙녀가 모라비아에서 왔고 벌써 26살이라고 했다.
26살. 말도 안돼. 아무리 많아도 18살일껄. 나는
18살도 안되었을 거라고 확신한다. 도라 언니는 그 숙녀가 포루스가서(Phorusgasse)에 산다고 말했고 언니가 생각하기엔 특별히 예쁘지도 않다고 했다. 물론 순전히 질투 때문에 그러는 거다. 도라 언니는 자기를 빼면
누구도 예쁘다고 생각 안한다.
2.67 11월 14일
매표소에 있는 여자에게 물어보았는데 그 숙녀 이름이 진짜로 아나스타지아 클라스토쉑이었고 포루스가서에 산다고 했다. 하지만 몇 살인지는 모른다고 했다. 그 여자는 처음에는 말해주려
하지 않았다. 왜 알려고 하는지 누가 물어보라고 시켰는지를 물었다.
그냥 내가 알고 싶은 거라고 말하고나서야 장부를 보았다. 그제서야 그 여자는 장부를
보았다. 나는 휴대품 보관소의 라커 번호를 알고 있으니까. 36.
사랑스러운 수다. 나는 그 숫자가 너무 좋다.
왜 그런지는 정말로 모르겠지만 누군가 그 숫자를 말하는 걸 들으면 나에게는 다람쥐가 숲에서 뛰어다니는 것처럼 둘린다.
2.68 11월 20일
매일 쓴다는 건 정말로
불가능하다. 엄마는 아파서 침대에 있고 의사 선생님이 매일 온다.
하지만 엄마가 뭐가 문제인지는 정말 모르겠다. 의사 선생님이 확실히 아는지도 확신할 수
없다. 엄마가 아프면 집에서 모든 것이 불편해지고 엄마는 항상 이렇게 말한다 : ‘뭘하든 아프지는 마라.
아프면 정말 폐를 끼치게 되니까.’ 하지만 난 아픈 건 신경 안쓴다. 사실
나는 아픈 걸 조금은 좋아한다. 모두가 너무 잘해주니까.
아빠가 집에 오면 내 침대 옆에 와서 앉는다. 심지어 도라 언니도 약간은 잘해주고 나를
위해 뭔가를 해준다. 그래야만 하니까 하는 거지만. 게다가
2년 전에 언니가 디프테리아에 걸렸을 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다. 언니는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 체온이 107도(섭씨
41.7도)까지 올라갔고 엄마도 너무 울어서 아팠다.
아빠는 절대 울지 않는다. (어른) 남자가
울면 이상할 것이다. 오스발트 오빠 때문에 온통 소동이 일어났을 때 오빠는 울었다. 아빠가 오빠 따귀를 때린 것 같다. 아빠는 아니라고 했지만 나는
때렸다고 생각한다. 오빠는 안 울었다고 했지만 분명히 오빠는 울었다.
어쨌든 왜 오빠가 울면 안돼지? 아직 진짜 어른이 된 것도 아닌데. 나는 너무 화가 나면 막 운다. 그래도 따귀를 맞았다고 울 수는
없다.
2.69 11월 21일
오늘 종교 수업 시간에
카턴히스트(Catenchist) 씨가 제일 좋아하는 학생인 리절 쉬로터(Lisen Schrotter)가, 아니지 교수님이라고
불러야지, 그러니까 교수님이 제일 좋아하는 학생인 그애가 성경을 들고 교수님한테 가서
‘임신중인(with
child)’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그건 마리아에 대해 성경에 써 있는 것이다. 쉬로터는 아직 아무 것도 몰랐고 다른 애들이
그애가 가서 물어보게 부추긴 것이다. 교수님은 완전히 얼굴이 빨개져서 이렇게 말하셨다 : ‘아직 모른다해도 상관없단다.
그건 나중에 공부할 거야. 아직 구약을 하고 있으니까.’ 나는 헬라가 개신교이기 때문에 종교 수업 시간에 내 옆에 없어서 기뻤다. 그애는 분명 웃음을 터뜨렸을 거다. 몇몇 애들이 낄낄거리며 웃었고
교수님은 리절에게 이렇게 말했다 : ‘넌 착한 애야.
다른 애들한테 신경쓰지 마라.’ 하지만 리절은 정말 소리쳐 말했다.
나같으면 진짜 몰랐어도 물어보지는 않았을 거다. ‘with
child’는 어쨌든 바보같은 말이다.
만약 그걸 알기만 한다면 그건 진짜 아무 뜻도 없다.
2.70 11월 22일
며칠 전에 베르타 프랑커
언니하고 종교 수업을 마치고 돌아올 때 우리는 물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 언니는 사람들은 오직 ‘그것’을 하기 위해 결혼한다고 말했다. 나는 사람들이 오직 ‘그것’ 때문에 결혼한다는 건 믿을 수 없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지만 애가
없다. 베르타 언니는 ‘맞는 말이지만 내가 말한 게 맞아.’라고 했다.
그리고 언니는 더 많은 걸 얘기했지만 그건 정말 쓸 수가 없다. 그건 끔찍하다. 하지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오늘 엄마의 침대맡에 앉아
있을 때 갑자기 아빠의 침대가 엄마의 침대하고 진짜 바로 옆에 붙어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 전에는
그런 생감을 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제 우리 모두 상당히 컸기 때문에 그건 실제로
필요없다. 그래도 내가 추측하기엔 엄마 아빠는 이전에 뭔가를 놔둔 것 같다. 엄마가 ‘얘야 뭘 그렇게 두리번거리니.’라고 했다. 물론
나는 누설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 ‘둘러보면서 엄마 침대가 세면대 있는 곳에 있으면 침대에
누워서 책 읽기가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그렇지 않아.
벽에 문제가 있거든’이라고 했다.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안했고 엄마도 안했다. 나는 침대보다 소파에서 자는게 훨씬
좋다. 등받이에 바싹 달라붙는게 좋으니까. 엄마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해서 너무 좋다. 모든 걸 알고 있으면서 들키지 않으려면 정말 조심해야 한다.
2.71 11월 25일
방금 너무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읽었다. ‘진실한 마음(A True
Heart)’이란 책이었는데 약혼자가 자신을 염탐한 사람을 쐈기 때문에
떠나야만 했던 여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로자(Rosa)는 그 남자가 10년 후에 돌아올 때까지 그 남자에게
충실했고 그 후 그들은 결혼한다. 그건 너무 멋지고 처음엔 정말 슬프다. 나는 도서관에 있는 이런 책을 좋아한다. 하지만 우리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난 거기에 있는 모든 책을 알고 있었고 선생님은 나와 헬라에게 무슨 책을 주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고등학교에서는 한 달에 한 권씩만 빌려준다. 독토부인은 우리가 공부할게 많고 공부하지
않을 때는 신선한 공기를 쐬어야 한다고 말하신다. 나는 매일 스케이트 타러 갈 수가 없다. 나는 금의 요정(Gold Fairy)을 사랑한다. 그건 그 숙녀에게 내가 지어준 이름이다. 진짜 이름이 싫기
때문이다. Inspee는 사람들이 그 숙녀 이름을 줄여서 스타지(Stasi)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믿을 수 없다. 아마도 안나(Anna)라고 부를 것이다. 아주 흔하긴 하지만. 다행히도 헬라는 나를 항상 리타라고
부른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내가 리타로 불린다. 집에서만
그레틀(Gretl)이라고 부른다. 며칠 전에 나는
Inspee에게 이렇게 말했다 :
‘만약 날 리타라고 부르면 나도 테아라고 불러주지. 그리고 어쨌든 날 그레틀이라고 부르면 가만 안 둘거야. 꼬마
여자애나 농부의 딸이나 그렇게 부른다고.’ 언니는 ‘네가 어떻게 부르든 조금도 신경 안써.’라고 했다.
좋다. 그럼 죽을때까지 도라라고 불러주지.
2.72 11월 27일
아빠는 상소법원 판사가
되었다. 아빠는 너무 기뻐한다. 엄마도 그렇다. 어제 저녁에 그 소식이 왔다. 이젠 아빠는 대법원장이 될 수
있다. 바로 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몇 년 후에는 될 수 있다.
5월에는 아마 더 큰 집으로 이사갈 것 같다. Inspee는 방해받지 않게 자기 방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엄마에게 말했다. 말도 안돼. 누가
자기를 방해해? 내가? 자기가 날 더 방해하면서. 일기 쓸 때면 언제나 들여다 보고. 헬라는 언제나
“언니란건 정말 없어야돼.’라고 말한다. 정말 맞는 말이다.
우리가 이걸 바꿀 수 없는 게 유감이다. 엄마는 성 니콜라스를 기념하기에는 우리가 정말
너무 컸다고 말하지만 난 왜 크면 그걸 기념할 수 없는지 알 수가 없다. 작년에 Inspee는 13살이었을 때 성 니콜라스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그리고 나는 아직 12살도 안됐다. 우리가 받은 거라곤 초콜렛, 사탕,
대추야자열매 같은 것밖에 없다. 제대로 된 선물은 못받았다. 여자애들이 독토부인에게커다란 크람푸스(Krampus)[20]를 선물하려고 한다. 선생님 책상에 놓아두려고 하는 것이다. 내가 보기엔 바보 같은 짓이다. 그건 정말 좋아하는 선생님에게 줄
제대로 된 선물이 아니다. 선생님이 사탕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건 낭비다. 그렇다고 속이 빈 크람푸스를 주는 건 무례하다. 엄마 말이 진짜
맞다. 크람푸스는 애들에게나 어울린다.
2.73 12월 1일
우리는 모든 선생님에게 크람푸스를 선물하려고 한다. 각자
1 크라운 씩 내기로 했다. 아빠가 1
크라운을 더 줬으면 좋겠다. 아마 이젠 아빠가 용돈을 올려 줄 것이다. 적어도 1크라운을.
그러면 정말 좋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선생님들한테는 커다란 크람푸스를
선물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그렇게 좋아하지만 않는 선생님한테는 작은 걸 선물할 것이다. 우리는 J. 교수님에게는 주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그 선생님이 그걸 못받는다면 기분이 상할 것이다.
2.74 12월 2일
오늘 우리는 선생님들에게
줄 크람푸스를 사러 갔다. 독토 M. 부인에게 줄 것이
제일 좋은 거다. 그걸 열면 제일 먼저 보이는 건 쉴러(Schiller), 괴터(Goethe, 괴테)가 쓴 작은 책과 뒷면에 쓰여진 동화책이다. 그리고 그 밑에 사탕이
있다. 이건 그 선생님에게 정말 잘 어울린다. 그건 독토
부인이 국어(독일어)를 가르치시고 국어 시간에 4학년은 이런 시를 배우기 때문이다. 지난 달에 4학년이 쉴러 페스티발을 했는데 독토 부인이 멋진 연설을 했고 몇몇 여자애들이 암송을 했다. 게다가 헬라가 나에게 쉴러의 끔찍한 시를 보여주었다. 이런 구절이
있었다 : ‘만약 내가 그녀를 욕실에서 잡을 수 있다면, 그녀는 자비를 간청할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곧 그 소녀에게 내가
남자라는 걸 보여줄 테니까.’ 그리고 다른 곳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
“신이 원하는 내 짝에게 생명의 근원인
‘그것’을 보여 줄 수 있다.” 하지만 쉴러 전집에서만 그걸 볼 수 있다.
내 생각엔 우리집 책꽂이에도 그런 책들이 있는 것 같다. Inspee가 며칠 전에 거기서
뒤지고 있을 때 엄마가 옆방에서 이렇게 소리쳤다 : “도라, 책꽂이에서
뭘 찾고 있지? 내가 어디있는지 알려줄까?” 그러자 언니는 이렇게 말했다 :
‘오, 아무것도
아냐. 그냥 뭘 찾고 있어.’ 그리곤 재빨리 문을 닫았다.
2.75 12월 4일
여자애들이 짜증난다. 선생님들한테 줄 크람푸스 때문에 혼란이 있었다. 돈이 맞지 않았고 켈러(Keller)는 마르쿠스(Markus)가 얼마를 가져갔다고 말했고 마르쿠스는 가져간게 아니라 보관하고 있었을 뿐이라고 했다. 물론 마르쿠스는 독토 선생님한테 그 얘기를 했고 그애 아빠도 교장 선생님한테 가서 그 얘기를 했다. 독토 부인은 우리가 잘 알다시피 돈을 걷는 것은 금지되어 있고 아무에게도 크람푸스를 주면 안된다고
하셨다. 이젠 켈러가 다섯 개의 크람푸스를 가지고 있는데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랐다. 엄마는 그런 일이 잘 되는 걸 못봤으며 항상 싸움으로 끝난다고 말했다.
2.76 12월 5일
우리는 너무 무서웠다 : 헬라와 나와 에디트 베르클러(Edith Bergler)는 우리가 독토 M. 부인을 위해 산
크람푸스를 그 부인집 현관 앞에 놓고 왔다. 에디트 베르클러는 그 부인 집을 매일 학교 오는 길에
지나치기 때문에 그 부인이 어디 사는지를 알고 있었다. 그 부인이 크람푸스가 어디서 왔는지를 알아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나는 에디트 베르클러가 그렇게 좋은 여자애인지를 모르고 있었다. 나는 그애가 안경을 끼고 있어서 그애를 항상 거짓말쟁이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젠 나는 그애가 거짓말쟁이가 아닐거라고 상당히 확신한다. 그래서 얼마나 쉽게
실수를 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내일 국어시간이 있다.
2.77 12월 6일
독토 부인은 처음에는 아무 말도
안하셨다. 그런데 선생님은 수필 제목으로 “왜 내가 밤에 잘 수
없었나”를 내주었다.
아이들은 모두 당황했다. 그러자 독토 부인은 이렇게 말했다
: ‘얘들아 그렇게 어려운 게 아냐. 어떤 사람은 그냥 아파서 잠을 잘 수 없었을수도 있고 다른 사람은 기쁨이나 두려움 때문에 흥분해서 그럴 수도
있어. 또는 어떤 사람은 금지된 일을 해서 양심이 찔려서 그럴 수도 있고. 모두 이런 경험을 해봤겠죠?’ 그리고는 선생님은 아주 엄한 표정으로 에디트 베르클러와 우리 둘을 쳐다보셨다. 선생님이 더 이상 말을 안하셨기 때문에 우리는 선생님이 알아채셨는지를 정말 알 수 없었다. 나는 아주 심한 기침을 해서 어제 얼음 축제에 갈 수 없었다.
그리고 도라 언니도 두통이 있어서 가지 못했다. 나는 언니가 진짜 두통이 있었는지
‘그런’
두통[21]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 두통이었던 것 같다.
2.78 12월 17일
일주일 동안이나 아무
것도 쓰지 못했다. 그저께 우리는 크리스마스 성적표를 받았다 :
역사에서는 미(satisfactory), 자연사에서는 우(good), 그리고 나머지는 다 수(very good)를
받았다. 근면[22]에서는 그 바보 같은 피셔 선샘님때문에
2밖에 못받았다. 아빠는 매우 화가 났다.
아빠는 누구도 근면에서는 1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건 맞는 말이긴 하다. 하지만 모두 미를 받는다면 근면에서도 1을 받기 힘들다. Inspee는 물론 영어에서 2를 받은 것을 빼고는 모두 1만 받았다. 하지만 언니는 엄청난 공부벌레다. 베르베노비취(Verbenowitsch)는 우리 반에서 공부를 제일 잘하지만 우리는 그애를 참을 수가 없다. 그애는 지독하게도 우쭐해한다. 그리고 베르타 프랑커 언니는 그애를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베르타 프랑커 언니는 7학년인
그애 사촌하고 같이 학교에 다니는데 그 언니는 거의 14살이고 너무나 예쁘다고 한다. 그 언니는 어떤 점수가 나왔는지 말을 안했지만 아주 안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
2.79 12월 18일
오늘 저녁 때 도라언니가
기절했다. 언니 달걀에서 작은 병아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아직 병아리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날개하고 머리를 알아볼 수 있었다. 아빠는
‘병아리의 스케치로군.’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그게 기절까지 할 일인지는 정말 모르겠다. 나중에 언니는 정말 소름끼쳤다고
말했다. 그리고 인제 언니는 달걀을 절대 먹을 수 없다.
처음에 아빠는 많이 놀랐다. 엄마도 그랬다.
하지만 그러고 나서 아빠는 웃으면서 ‘별 것도 아닌데 왠 소동이야.’라고 말했다.
언니는 곧바로 가서 누워 있어야 했다. 그리고 나는 오랫동안 아래층에 있었다. 내가 우리방에 올라왔을 때 언니는 책을 읽고 있었다. 문틈으로
빛이 새어나오는 걸로봐서. 하지만 내가 문을 여니까 완전히 깜깜했고 내가
‘아 아직도 책을 읽어?’라고 물어보니까 대답을 안하고 내가 불을 켰을 때 일어난 척
했다. 그리고 ‘무슨 일이야?’라고 말했다.
나는 그런 속임수를 참을 수 없어서 ‘입다물어. 언니는
지금 9시란 걸 잘 알고 있잖아.’라고 말했다.
그게 전부다. 오늘 학교에 가면서 우리는 한 마디도 안했다. 다행히도 조금 후에 우리는 언니 반에 있는 학생을 만났다.
2.80 12월 19일
나는 내가 크리스마스에
무얼 받을지 너무 흥분된다. 내가 받고 싶은 것들 : 하얀
모피 옷 한 벌, 보아(깃털, 모피 따위로 만든 여성용 긴 목도리), 머프(손을 따뜻하게 하는 원통 모양의 토시), 그리고 모피로 장식된 벨벳
모자, 애크미 스케이트, 왜냐면 내꺼는 항상
헐렁하니까. 독일 전설집, 그리스 신화는 말고; 그것 됐어요, 머리 리본,
비치는 스타킹. 그리고 가능하다면 헬라가 생일선물로 받은 것과 같은 금으로 된
핀. 하지만 아빠는 우리 아기 예수님이 그게 좀 너무 비싸다고 하실 거라고 했다. Inspee는 코르셋을 받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건 건강에 안좋기
때문에 그걸 받지는 못할 것 같다. 아빠를 위한 테이블보는 다 만들었고 마무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엄마의 책 표지는 아직 거의 준비되지 않았다. 나는 도라
언니에게 작은 메니큐어 상자를 줄 거다. 오, 내가
무엇보다도 갖고 싶은 걸 거의 까먹을 뻔했네. 내 일기를 보관할 자물쇠 달린 상자. 도라 언니도 비치는 스타킹을 받고 싶어한다. 그리고 세 권의 책을
받고 싶어한다. 며칠 전에 내게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내가 일기 중 한 페이지를 어딘가에 놔 두었거나 어쨌든 잃어버렸다. 내가 집에 오자
Inspee는 ‘너 이거 잃어버렸지?
학교에서 받아 쓴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
나는 잠시동안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채지 못했지만 모양을 보고 알아챘다. 나는
‘그래, 학교에서
받아 쓴 거야.’라고 말했다.
Inspee가 말했다. ‘음... 그런 것
같지 않은데. 운이 좋은 줄 알어. 내가 엄마한테 보여주지
않은 걸. 게다가 맞춤법도 아직 제대로 모르는 애는 정말 일기를 쓰면 안돼. 애들한테는 어울리지 않아.’ 나는 엄청 화가 났다. 벽장에서 내가 어떤
실수를 한 건지 알아보기 위해 훑어보았다. 거기엔 wenn(언제)에서 n이
두 개인데 하나만 썼고 daß(that)를 das라고
썼다. 그게 전부다. 그 페이지에 그 숙녀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서 너무 좋았다. 언니는 자기가 학교 선생님이나 되는 것처럼 n과 s에 빨간색으로 밑줄을 쳐 놓았다. 지독하게 뻔뻔스럽다! 가장 좋은 건 자물쇠가 달린 일기장이
있는거다. 그럼 항상 잠궈놓아서 누구도 읽을 수 없고 빨간색으로 실수한 곳에 밑줄을 칠 수도 없게 할
수 있다. 나는 자주 너무 빨리 써서 가끔 쉽게 실수를 하기도 한다.
자기는 한 번도 실수를 안한 것처럼. 모든 일이 날 열받게 했다. 하지만 나는 엄마 때문에 그것에 대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적어도 학교 가는 길에는. 하지만 안된다.
만약 내가 아무말도 안하면 언니는 전보다도 항상 더 화를 낸다. 만약 내가 그것에 대해
많은 걸 말한다면 엄마는 시골에서 잃어버린 그 5페이지를 기억해 낼 것이다. 그리고 나는 별로 고마워하지 않을 거다.
2.81 12월 22일
오늘 도라 이모가
왔다. 이모는 엄마가 상당히 좋아질 때까지 우리와 지낼 것이다.
나는 그 이모를 전혀 기억할 수 없다. 이모가 빈을 떠났을 때 나는 네 살이나 다섯 살
밖에 안되었었기 때문에. ‘이 귀여운 꼬마 잔날개바퀴(곤충 이름임)야.’라고 이모는 말하고 나에게 키스를 했다. 나는 그 잔날개바퀴란 게 좋지 않지만 헬라는 그게 나에게 어울린다고 한다.
톡 쏘는 것이. ‘톡 쏘는’이란 말은 크렘스(Krems)에 있는 사촌에 대해 장교들이 늘 하는 말이다. 아빠는
그 여자가 미녀라고 한다. 그리고 그 여자도 나처럼 검은 머리(dark)이다. 하지만 나는 금발머리(fair)였으면 좋겠다. 갈색 눈에 금발이거나 더 좋게는 자주색
눈에 금발. 내가 크면 미녀가 될까? 오 그랬으면
좋겠다.
2.82 12월 23일
내일에 대해 너무
흥분된다. 내가 무엇을 받게 될지 궁금하다. 이제 나는
가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해야겠다. Inspee는 ‘이런, 그레틀이
올해는 장식하는 걸 도와줄까? 전에는 한 번도 안했는데.’ 왜 안했다고 하는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도라 이모가 내 편을 들어줬다. “물론 이애도 장식하는 걸 도와줄거야. 하지만 제발 사탕을 그렇게 잔뜩 물고 있지 마라.” “만약 도라 언니가 안 먹는다면 나도 안 먹을 거에요.” 나는 곧바로 이렇게 말했다.
저녁. 어제가 학교에서 마지막 날이었다. 방학은 23일부터 1월
2일까지이다. 너무 좋다. 나는 매일
스케이트타러 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오늘도 내일도 그럴 시간이 없다. 금 요정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 숙녀가
더 예쁜 이름을 가졌다면 좋았을걸. 아나스타지아 클라스토쉑.
너무 꼴사납다. 모든 체코 이름을 너무 꼴사납다.
아빠는 빌체크(Wilczek) 백작을 아는데 더 나쁜 이름은 샤프고취(Schafgotsch)다. 백작에다 백만장자라고 해도 이름이
샤프고취이거나 빌체크라면 절대 결혼 안할 거다. 어제 베르베노비취와 나는 독토 부인에게 인사를
갔다. 왜냐면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선생님이니까. 또는
그렇다고들 하니까. 아무도 리글(Rigl), 이걸(Igel) 교수님에게는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우리는 언제나
니컬(Nikel)이라고 부른다. 누군가 인사하러 오면 그
선생님이 언제나 “Aw
ri”라고 하셔서 그렇다.
하지만 그 선생님만 빼놓고 인사를 한다면 무례한 것이기 때문에 반장들이 가야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 왔을 때 독토 부인은 선생님들에게 선물을 주면 안된다고 말하셨다.
“부탁이에요.
여러분들, 내 말을 잘 새겨들어요. 안 그러면
문제만 생기니까요. 여러분 성니콜라스 데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떠올려보세요. 그리고 여러분은 선생님 집에 어떤 것도 보내서는 안돼요. 아기
예수님이 어떤 사람의 현관 앞에 어떤 걸 놓고 가서도 안되구요.” 선생님은 이 말을 하시면서 나와 에디트 베르클러를 엄한 표정으로 쳐다보셨다. 선생님은 누가 크람푸스를 놓고 갔는지를 알고 있었다. 난 너무
피곤해서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다. 만세, 내일은
크리스마스 이브다!!!
2.83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오후는
끔찍하다. 무얼해야 할지를 모르게 된다. 나는 스케이트타러
갈 수 없다. 따라서 제일 좋은 일은 일기를 쓰는 것이다.
오스발트 오빠가 어제 집에 왔다. 모두 오빠가 아주 좋아보인다고 했다. 내가 보기엔 오빠는 너무나 창백해 보인다. 그리고 모두가 오빠
혈색이 정말 좋다고 했을 때 오빠는 코웃음을 쳤다. 그런 ‘두통[두통거리]’이 있는데 어떻게 좋아보일 수가 있나. 나는 오빠가 어떤 느낌일지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해주었으면 좋겠지만 오빠는 너무 자존심이 세서 내 동정을
받아 줄 수는 없을 거다. 오빠는 군대 리볼버를 크리스마스에 받고 싶어했지만 중학교에 다니는 소년들이
총을 가질 수는 없기 때문에 그걸 받지는 못할 것이다. 얼마 전에 갈리시아(Galicia)의 김나지움에서 어떤 소년이 복수하기 위해 선생님을 쏘았다.
사람들은 그 소년이 공부를 못해서 그런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 어떤 소녀가 문제였다.
선생님이 30살이었지만. 으스스하다. 나는 읍내에서 오스발트 오빠랑 쇼핑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바르트씨네 아이들을 만났다. 엘리(Elli)
그리고 ... 로베르트 오빠. 오스발트 오빠는
엘리는 상당히 예쁘지만 로베르트 오빠는 꼴사나운 짐승이라고 했다. 게다가 오빠는 로베르트 오빠가 나를
그렇게 노려봐서 그 오빠를 참을 수 없다고 했다. 오빠가 여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기만
한다면! 나는 오스발트 오빠에게 생색내는 듯한 태도를 취해서 그 오빠를 열받게 했다. ‘세상 사람들이 “사랑”이라고 부르는 그 모든 문제에서 너희 여자애들이 구원을 받을
수만 있다면.’이라고 오스발트 오빠는 집에 오면서 말했다. 나는 막 ‘나는 오빠가 사랑 때문에 불행한거 알아. 난 오빠를 동정해.’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Inspee가 친구와 보그네르가서(Bornergasse)의 모퉁이를
돌아오고 있었다. 두 장교가 따라오고 있었다. 그래서
누구도 우리를 못봤다. “이런 프리다(Frieda)는 이제 여자가 다 되었는데”라고 오스발트 오빠가 말했다.
저 앤 꼬마 창녀야.” 난 그런 천한 말을 참을 수 없어서 집에 오는 동안 내내 더는 아무 말도
안했다. 오빠는 그걸 알아채고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 :
“그레틀의 입은 시샘 때문에 얼어 붙었대요.” 그게 전부다. 하지만 오빠는 정말
역겹다. 이젠 어떤 입장을 취할지를 알겠다.
잠깐 한 두 마디만 더
쓰자. 크리스마스 이브는 완전히 망쳐졌다. 심부름꾼이 도라
언니를 위해 꽃다발을 가지고 와서 아빠가 엄청 화가 났다. 누가 보낸 건지 알고 싶다. 그 두 명의 장교 중에 한 명인가 궁금하다. 물론 Inspee는 전혀 모르겠다고 했다. 오스발트 오빠가 언니의 비밀을
누설하지 않은 것이 놀라웠다. 오빠는 이렇게만 말했다 :
“거참 재미있네.” 하지만 아빠는 오빠에게 심한 핀잔을 주었다.
“넌 입다물고 네가 한 짐승같은 짓이나 생각해봐.” 나는 오빠가 샘나지 않았다. 나는 도라
언니가 그렇게 얼굴이 예쁘다고 생각 안한다. 하지만 분명 누군가가 언니를 좋아한다. 꽃다발에는 시가 있었는데 도라 언니는 아빠가 보기 전에 그걸 손에 넣었다.
그건 정말 예뻤다. 그리고 이렇게 서명되어 있었다 :
‘당신 때문에 크리스마스를 아름답게 보내는 어떤
사람으로부터.’ 앞머리에는 이렇게 되어 있었다 :
‘The Magic
Season(마술 같은 크리스마스 시즌).’ 도라 언니가 자기 비밀을 누설하지 않은 것은 훌륭했다고 인정한다. 심지어 나한테도 누가 보낸지 모른다고 단언했으니까. 하지만 물론
모든 게 거짓말일 것이다. 언니가 항상 같이 스케이트를 타는 젊은 페란토너(Peranthoner)한테서 온 것일 것이다.
2.84 12월 28일
일기 쓸 시간이 너무나 없다. 나는 내가 원하는 모든 걸 받았다. 도라 이모는 우리 둘 모두에게 파란 조개로 만든 오페라 망원경을 주셨다.
그것은 플러시 천 케이스에 담겨 있었다. 우리는 모든 학교 공연에 갈 것이다. 아빠가 그것을 준비했다. 아빠는
19xx년 부터 19xx년까지 학교에서 하는 모든 공연에 기부했다. 독토 M. 부인도 오기 때문에 너무 기쁘다. 그 부인 옆에 앉았으면 좋겠다.
2.85 12월 31일
오늘 나는 내가 쓴 것 모두를 쭉 읽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새해에는 진짜로 매일 일기를 써야겠다.
2.86 19xx년 1월 1일
적어도 몇 문장은
써야겠다. 오후에 우리는 리트베르크(Rydberg) 씨네
집에 초대되었는데 바르트 씨네 아이들하고 에들러 폰 베른호프(Edle von Wernhoff)가 거기
있었다!!! 리절(Lisel)에게는 평소 하던 그대로
대했는데 R.에게는 한 마디도 안했다. 그들은 우리보다
먼저 떠났다. 그러자 헤디(Heddy)가 나하고 R. 사이에 뭐가 문제냐고 물었다. 그 오빠(로베르트)는 나에 대해 누구든 날 바보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오빠는 누구든 나를 속여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내가 너무 바보 같아서 뭐든지
다 믿는다는 것이다. 그게 무슨 뜻인지 도저히 모르겠다.
왜냐하면 그 오빠는 어떤 것에 대해서도 나를 속여 먹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는
그 오빠가 내 새해 첫날을 망치게 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헬라가 ‘만약
1월 1일 처음 만나는 사람이 상스런 사람이라면 시작이
안좋다’고 말했는데 그 말은 맞다.
오늘 아침 처음 있었던 일은 나가서 늙은 우체부를 만난 것이었다. 그 우체부는 문에서
기다리게 하면 항상 아주 심술이 난다. 나는 곧 다른 쪽을 봐서 길 건너에서 훌륭한 젊은 신사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지만 그건 소용없다. 왜냐하면 그 상스러운 우체부가 진짜 처음 본
사람이었으니까.
2.87 1월 12일
나는 너무 화가 난다. Inspee가 다시 그 바보 같은 귀가 아프다고 투덜대는 바람에
우리는 더 이상 스케이트를 타러 갈 수 없다. 엄마가 작년에 스케이트를 타서 언니가 귀가 아프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언니가 집에 있어야 되는 건 말이 되지만 왜 내가 가면 안되는 거야? 언니가 감기에 잘 걸린다고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있나? 거의 모든
경우에 아빠는 공정함 그 자체였는데 이번에는 아빠를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이건 정말 말도
안된다. 다만 말도 안된다고 하기엔 너무 비참하다. 나는
완전히 열받았다. 아직도 나는 아무 말도 안한다.
2.88 2월 12일
나는 꼬박 한 달이나
일기를 안 썼다. 너무 열심히 공부했다. 오늘 우리는
성적표를 받았다. 내가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근면에서 다시 2
밖에 못 받았다. 독토 M. 부인은 멋진
훈시를 하고 이렇게 말했다 : ‘뿌린대로 거둘지니라.’ 하지만 언제나 그런 건 아니다. 자연사
시간에 나는 두 번을 몰랐는데 1을 받았다. 역사 시간에는
한 번만 몰랐는데도 양을 받았다. 어쨌든 V. 양은 내가
전에 전차에서 인사하지 않은 것 때문에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1월에 엄마가 나에 대해 물어봤을 때 그 선생님이 “그애는 공부에 정말로 힘쓰지 않아요.”라고 말한 거다.
나는 우연히 아빠가 “그래도 걔는 아이에 불과하잖소.”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
하지만 오늘 아빠는 근면에서 2를 받은 것 때문에 끔찍한 소동을 벌였다. 아빠가 선생님이 왜 그 점수를 주었는지를 아는 것 같다. 도라
언니는 1만 받았다고 말하지만 내게 성적표를 보여주지 않는다.
나는 내가 본 것이 아니면 믿을 수 없다. 그리고 엄마는 언니 성적에 대해 내게 절대
말해주지 않는다.
2.89 2월 15일
아빠는 오스발트 오빠가
그리스어에서 가를 받아서 화가 나 있다. 그리스어는 정말 쓸모가 없다.
그리스에 사는 사람들 빼고는 아무도 그리서어를 쓰지 않는다. 그리고 오스발트 오빠는 만약
아빠처럼 판사가 된다면 절대 그리스에 가지 않을 거다. 물론 도라 언니는 라틴어를 배운다. 고맙게도 나는 안배운다. 헬라의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고 그애
아빠는 완전히 화났다!!! 그애 아빠는 그애가 누구보다도 나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셨다. 그애는 그리 신경을 쓰지 않으면서 이렇게 말한다 :
‘사람이 모든 걸 가질 수는 없지.’ 하지만 그애는 여름 학기에 1만 받지
않는다면 고등학교에 계속 다니지 않고 중학교에 가야할 것이다. 그게 그애를 정신차리게 할
것이다. 아빠도 정말 웃긴다 :
‘읽지도 않을 거면서 역사책들은 왜 가지고 있니?’라고 했다. 어제
내가 이야기책을 읽고 있는데 아빠가 들어와서 ‘너는 역사책보다 이야기책을 더
좋아하는구나’라고 하더니 책을 덮어버리고는 가져가 버렸다. 나는 너무 화가 나서 저녁도 안먹고 7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2.90 2월 20일
오늘 금의 요정을
만났다. 그 숙녀는 나에게 말을 걸었고 왜 내가 이제는 스케이트 타러 오지 않는지를 물었다. 24일의 가장 얼음 축제[가장 무도회와 비슷한 것 같다]는 아주 멋있었다고 그 숙녀는 말했다. 나는
‘작년에 언니가 귀가 아팠는데 그것 때문에 우리 둘 모두
올해에 스케이트를 못타게 되었다면 그걸 믿을 수 있겠어요?’라고 말했다. 그
숙녀는 한껏 웃더니 정말 절묘하게 말했다 : ‘오 참 고약한 언니구나.’ 그 숙녀는 완벽하게 아름다워 보였다 :
적갈색 코트와 모피로 장식된 스커트, 검은 담비 모피인 것 같다, 크레이프 드 쉰[프랑스 비단의 일종] 리본이 달린 커다란 비버 모자[비버 모피로 만듦], 사랑스럽다. 그리고 눈과 입.
내가 생각하기에 그 숙녀는 항상 그 숙녀와 다니는 남자와 결혼할 것 같다. 다음 가을에
새로운 겨울 옷을 받을 때 난 적갈색으로 장식된 모피를 받아야겠다. 우리[나와 도라 언니]가 항상 똑같이 입고 다니지 않았으면
좋게다. 헬라하고 리찌 언니는 절대 똑같이 입고 다니지 않는다.
2.91 3월 8일
나는 베르타 프랑커
언니에게 이젠 한마디도 안할 거다. 그 언니는 정말 믿을 수가 없다.
나는 수업시간 내내 울어서 너무 머리가 아프다. 산수 시간에 그 언니는 헬라하고 나한테
쪽지를 보냈다 : ‘Verhaltins[23]에는 완전히 다른 뜻도
있다.’
[1] 당시 오스트리아의 학교체제와 현재 한국의 학교체제는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고등학교라는 번역어는 상당히 부적절하다. 글쓴이가 11살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 국역자주
[2] ‘헬레너와 그레터는 너무 친하다.’를 뜻하는 것 같다. – 국역자주
[3] 헬라, 리타, 테아는 친한 사람끼리 부르는 애칭이다. 그레터가 왜 언니를 애칭으로 부르길 거부하는지는 조금만 읽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 국역자주
[4] 숙부인지, 외삼촌인지 더 먼 친적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 국역자주
[5] Dora(도라)를 말하는 것 같다. D.라고 쓴 것도 적개심의 표출일 것이다.
– 국역자주
[6] 상당히 성적인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뒤에 가면 테니스와 관련된 사건이 터진다. – 국역자주
[7] 이모인지, 고모인지, 숙모인지 먼 친적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 국역자주
[8] 모국어는 독일어다. – 국역자주
[9] 성적인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음탕한 짓을 했다는 뜻인 듯하다. – 국역자주
[10] 도라가 빌어도 안 될게 뻔하니까 ‘테니스 같은 건 재미없어서 안쳐’라는 식으로 나오는 걸 말하는 것 같다. 여우가 먹을 수 없는 포도를 ‘신포도일거야’라고 말하면서 자위하듯이. - 국역자주
[11] 손에 하는 키스를 말하는 듯하다. – 국역자주
[12] 연인을 상징한다. – 국역자주
[13] 로베르트를 말하는 듯. – 국역자주
[14] 교실 밖으로 잠시 나가는 것을 말하는 듯하다. – 국역자주
[15] Frau라고 안쓰고 Madame이라고 쓴 것은
프랑스어 선생님이기 때문일 것이다. Frau(독일어),
Madame(프랑스어)은 모두 부인을 뜻한다.
– 국역자주
[16] 아마 Riegel의 R이 발음하기 어려워서 잘 발음을
못하는 걸 말하는 것 같다. – 국역자주
[17] 자기 세례명과 이름이 같은 성인의 축일. – 국역자주
[18] 성교를 말하는 것 같다. – 국역자주
[19] dark는 피부, 머리색, 눈이 검은 것을 말한다. fair는 흰 피부, 파란 눈, 금발을 말한다.
– 국역자주
[20] Krampus = Ruprechtslenecht,
즉 성 니콜라스를 모시는 정령이며 버릇없는 아이들을 잡아가는
도깨비다. 성 니콜라스 축제 때 선물하는데 그 정령의 그림을 사탕으로 채운다. 성니콜라스 축제로 크리스마스 시즌이 시작된다.
– 영역자주
[21] 월경을 말하는 듯하다. – 국역자주
[22] 품행 점수인 듯하다. – 국역자주
[23] 독일어 단어인 Verhaltnis는 산수 시간에는 비율, 비례를
뜻한다. 독일어에서 그 단어는 속어의 의미로는 애정 관계,
간통을 뜻한다. – 영역자주
Verhaltnis는 원래 ‘관계’를 뜻한다. – 국역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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