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를 명령하신 주님(누가의 선교신학)
들어가는 말
누가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나타내 보이고 있다. 누가복음은 가난한 자들(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각별한 관심으로 하여 ‘가난한 자들을 위한 복음’(the gospel for the poor)이라는 별칭이 붙기도 하고, 다른 복음서에 등장하지 않는 13명의 여자들과 여자들에 대한 긍정적 묘사로 인해 ‘여자들을 위한 복음’(the gospel for the women)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 밖에 기쁨, 기도, 성령, 어린이 그리고 보편주의를 지적할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관심사 속에, 특별히 강조되고 있는 보편주의를 참작할 때, 누가가 또한 선교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자명한 일로 여겨진다.
이 장에서는 누가의 다양한 신학적 특징 중 특별히 선교에 대한 관심에 주목하여 누가의 선교신학을 정리 및 소개함에 그 목적이 있다.
1. 선교사로서의 누가
선교사로서의 누가란 칭호는 누가가 바울의 표현대로 의사(physician)였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골4:14), 그 전제 위에서 그를 일종의 의료선교사로서 제시하려고 하는 것이다.
누가가 의사였을 것이란 주장(누가-행전)
① 누가복음 4장 38절을 마가복음 1장 30절과 비교해 볼 때, 누가가 시몬의 장모의 열병을 좀더 상세하게 ‘중한(μεγάλῳ)’ 열병으로 기록하고 있다. 호바트는 열병을 중하다 혹은 경하다고 그 차이를 지적하는 것은 분명 의사로서의 관찰에 입각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아울러 마가는 단지 “(열병으로) 누웠는지라(κατεκειτο)”고 표현하고 있다.
② 누가복음 5장 12절을 마가복음 1장 40절과 비교해 볼 때, 우리는 누가가 문둥병 들린 사람의 상태를 보다 자세하게, 즉 ‘온 몸에’(πληρηϚ ; 원문의 의미는 ‘문둥병으로 가득하다’는 말이다) 문둥병 들린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는 의학적 전문용어로서, 의사로서 질병에 대한 관심의 표현으로 간주할 수 있다.
③ 누가복음 8장 43절을 마가복음 5장 26절과 비교해 볼 때, 우리는 누가가 의사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을 삭제함은 물론 아예 의원이란 단어조차도 사용하지 않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아마도 누가가 자신이 의사인 까닭에 있을 수 있다.
④ 누가복음 8장 44절을 마가복음 5장 29절과 비교할 때, 마가는 “그의 혈루 근원이 곧 마르매”라고 기록하고 있으나, 누가는 좀더 의학적으로 “혈루증(피의 흐름; 직역)이 즉시 그쳤더라”고 기술하고 있다.
⑤ 사도행전 3장의 앉은뱅이 거지를 고치는 기사에서 누가는 그가 고침 받아 회복되는 과정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오른손을 잡아 일으키니 발과 발목이 곧 힘을 얻고”.
⑥ 사도행전 5장에서 아나니아와 삽비라의 죽음을 묘사하면서 “혼이 떠나는지라”(ἐξεψυξεν ; 5, 10절), 9장에서는 다비다의 소생을 묘사하면서 “일어나 앉는다”(ἀνεκαθισεν; 40절), 12장에서는 헤롯의 죽음을 묘사하면서 “충이 먹어 죽으니라”(σκωληκοβρωτος ἐξεψυξεν; 23절)는 의사다운 전문적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위의 내용을 볼 때, 누가가 자신이 직접 나서서 병자들의 질병을 고친 사건은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베드로와 바울을 비롯하여 여러 사도 및 전도자들이 복음을 전하는 과정에서 병자를 치유한 많은 사건들을 누가가 기록하였음을 발견하게 된다.
사도행전에 기록에 따르면 누가-행전 저자 누가는 그 자신이 바울의 선교여행에 동행하였던 일종의 선교사였음을 알게 된다. 그 직업이 의사였던 누가는 아마도 의료 선교사로서 말씀 선교사였던 바울을 도와 병약했던 그를 치료함으로써 선교에 동참했던 것으로 여겨진다(골 4:14).
2. 복음서에 나타난 누가의 선교신학
누가-행전이 선교적 목적을 위해 기록되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해 주는 좋은 증거 중하나가 누가복음에서 강조되어 나타나는 보편주의이다. 누가는 다른 이들과 비교할 때 보편주의를 보다 더욱 강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보편주의(universalism)라 할 때 이는 특수주의(particularism)에 대조되는 말로써, 하나님이 베푸시는 구원이 선택받은 이스라엘 백성, 즉 유대인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주와 하나님으로 고백하는 모든 이들에게 제한 없이 허락된다는 의미인 것이다.
누가의 보편주의적 특징(만민과 이방인 그리고 사마리아인에 대한 관심)
① 성전에서 아기 예수를 만난 시므온이 예수님을 만났을 때 노래한 찬송시 가운데, 주의 구원이 만민 앞에(παντων τών λαών) 예비된 것으로, 그리고 이방(ἐθνών)을 비추는 빛으로 소개되고 있다.
② 세례 요한 설교 가운데 “모든 육체가 하나님의 구원을 보리라”에서 ‘모든 육체’(πασα σὰρξ)는 만민을 의미한다.
③ 예수님이 승천하시기 전 마지막 명령가운데 우리는 회개의 복음이 모든 족속에게 전파되어야 하리라는 말씀을 듣는다(눅 24:47). 여기서 모든 족속(τα ἔθνη)은 이방인을 가리킨다.
④ 만찬의 비유에서 먼저 초대된 이들은 유대인이고 후에 초대된 이들은 이방인으로 간주된다. 이는 주님의 잔치에 이방인들이 참여하게 될 것임을 예언하고 있는 것이다(눅 14:24)
대부분 예수께서 유대인들에게만 자신의 선교활동을 제한했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잘 검증된 사실이기는 하지만, 누가는 예수께서 유대인들과 특별한 원수지간이었던 사마리아인들에게 관심을 두기도 했다는 것을 보여 준다.
⑤ 사마리아의 한 촌에 들어가려다 저지 당함에 의해 제자 야고보와 요한은 하늘의 불을 내려 부락 전체를 멸하기를 주께 간청하였는데, 주님은 이 형제들의 철없는 간청을 꾸짖으셨다(눅 9:52-56).
⑥ (눅 10;30-35)에 나타난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 사마리아인이 의로운 인물로 소개되고 있다.
⑦ (눅 17:11-19)의 고침을 받은 열 명의 문둥병자 가운데 돌아와 주님께 감사한 사람은 오직 사마리아 사람뿐이었다고 기록함으로 사마리아 인을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⑧ (눅 24:46-49)에서 부활하신 예수는 그의 제자들에게 그의 이름으로 죄 사함을 얻게 하는 회개가 “모든 족속에게”(to all nations) 전파될 것을 말씀하셨다.
누가는 그 복음서에서 주님의 복음이 사마리아인을 포함하여 모든 이방인들, 즉 만민들에게 미칠 것으로 기록하고 있고, 이로써 복음이 팔레스타인의 지역적 한계와 유대인 중심의 인종적 한계를 벗어나 전 세계로 뻗어나가야 할 것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3. 사도행전에 나타난 누가의 선교신학
쟈크 뒤퐁(Jacques Dupont)은 이방인 선교에 대한 누가의 관심은 사도행전의 존재 이유라고 하였다.
누가의 첫 번째 책인 누가복음이 예수님의 선교활동을 기록하였다면, 두 번째 책인 사도행전은 책제목처럼 사도들의 선교활동을 기록하고 있다.
누가복음에서는 예수님의 갈릴리로부터 예루살렘으로의 여행이 전체 기사 중 약 40%를 차지하고 있고(눅 9:51-19:27), 사도행전에는 바울의 선교여행이 약 57%를 차지하고 있다(행 13-28장). 이에 예수님의 전도 여행과 바울의 선교여행이 대조되면서, 두 권의 책에서 선교가 차지하는 비중을 우리에게 부각시키고 있다.
사도행전 1장 8절은, 누가복음 4장 18절과 같이 사도행전의 전개과정을 예시해주는 프로그램적 요약 구절로 알려져 있다. 즉 예루살렘(1-7장)→ 온 유대와 사마리아(8장)→ 땅 끝, 즉 로마(9-28장)까지 세 단계의 과정으로 소개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따라서, 1-7장까지는 예루살렘과 유대 지방에서 베드로와 요한을 중심으로 한 사도들과 전도자 스데반의 유대인들에 대한 전도 활동이 기록되어 있다.
8장에서는 스데반의 순교 이후 발생한 예루살렘 교회에 대한 핍박으로 인해 흩어진 유대 기독교인들, 특히 전도자 빌립에 의한 사마리아에서의 선교와 구스 내시에 대한 전도 장면이 나타나고 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사도들과 예루살렘 교회는 예루살렘 밖으로 나가기를 주저하였다. 이 결과 하나님은 스데반의 순교 이 후 예루살렘 밖으로 나가기를 망설이는 교회에 큰 핍박이 있도록 하여 강제로 그들을 흩어지게 하였고, 그 결과 흩어진 기독교인들이 나가서 유대와 사마리아 모든 땅으로 가서 복음을 전하게 되었던 것이다.
9장-28장까지는 로마로 상징되는 땅 끝까지 나아가는 사도들의 선교 장면이 기록되어 있다. 그 가운데 9-12장까지 베드로의 선교 사역에 있어 로마 백부장 고넬료와의 만남을 주목해야 한다. 유대인의 사도로 알려진 베드로가 이방인과 접촉하고 복음을 전했다는데에 주목해야 한다. 베드로의 고넬료와의 만남은 이방인 전도의 공식적 인정과 연결되면서, 기독교회의 진로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전기가 되었던 것이다.
베드로에 의해 다듬어진 이방인 전도의 토대 위에서 본격적으로 복음전도를 시행한 전도자가 바로 바울이다. 바나바와 함께 안디옥 교회의 파송을 받아 삼차에 걸쳐 선교여행을 감행하였다.
결과적으로 사도행전에서 베드로와 바울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선교활동을 통하여 드러나는 것은,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눅 2:10)인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갈릴리에서 시작되어 예루살렘과 유대지방을 거쳐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전파되었다는 사실이다.
4. 누가신학의 ‘제1주제’로서의 복음전도
누가-행전의 기록목적을 논의할 때 우리는 두 권의 책 모두를 포함하는 대표적 주제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학자들은 이에 대해, 복음전도, 바울에 대한 변증, 로마정부에 대한 기독교의 변증, 바울의 비난에 대한 변호, 종말론 연기, 영지주의에 대한 논박, 복음의 확증등 다양한 이론을 내세우고 있다. 이 이론들은 서로를 배척하는 것이 아닌 상호 협조적이다. 누가 신학의 제 1주제는 바로 ‘복음전도’이다.
누가행전의 목적과 관련하여 고려해야 할 것은 누가신학의 다양한 특징과 복음전도적 목적과의 상호 연관성이다. 보편주의, 가난한 자와 소외된 자들에 대한 관심, 여자들의 향상된 위치, 기도 및 성령에 대한 강조, 구제에 대한 명령 등의 누가신학의 다양한 특징들은 종합적 주제인 복음전도적 목적을 위한 소주제로서 역할하고 있는 것이다.
맺는 말
누가는 다른 성경의 저자들보다 이방인들의 선교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누가복음에 나타난 예수님의 전도 여행, 사도행전에서의 바울의 3차에 걸친 선교 여행이 상당한 분량을 차지할 만큼 선교에 대해 깊은 관심이 나타나 있다. 누가 신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선교신학임에도 불구하고, 누가의 선교신학에 대해 쓰여진 책들이 별로 없음을 볼 때 씁쓸한 생각이 든다.
선교는 우리 삶에 있어서 정말 중요하다. 하나님의 구원이 보편적이 되지 않고 이스라엘민족에게만 해당되는 특수적이었다면, 그리고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땅 끝까지 이르러 증인이 되어 복음을 전파하라고 명령하지 않으셨다면 우리 삶에는 소망이 없었을 것이다. 주님의 제자들이 성령의 권능에 힘입어 목숨을 내걸면서까지 선교를 감당하였기에 이 땅에도 주님의 복음이 싹트게 되어 놀라운 열매를 맺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땅에 많은 피를 흘리며 주님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수많은 선교사들에게 감사드리고, 이 시간에도 전세계에 뿔뿔이 흩어져 선교를 감당하고 있는 주의 일꾼들이 있음을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이다.
【질문 및 토의】
1. 예수님의 선교활동, 예수님의 전도여행, 바울의 선교여행이란 단어를 씀에 있어서 선교와 전도를 구분 없이 같은 의미로서 사용한 것인가?
전도와 선교의 관계와 그 차이점은 무엇인가?
2. p262.-265에 걸쳐 누가가 의사였을 것이란 주장을 뒷받침하는 예들을 성경 구절을 인용하여 나타내고 있는데, 의학적 전문용어로 쓰인 단어라고 하는데 전문적 용어라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이 단어들이 일반인들은 전혀 쓰지 않는 단어인지 궁금하다.
3. 세상 마지막 때의 징조 가운데 이스라엘의 회심이 있는데,
이스라엘 국민이 종교적으로 보면 유대교(80.5%), 이슬람교(14.6%), 기독교(3.2%), 드루즈 및 소수부족(1.7%)로 되어있는데, 이스라엘 백성의 과연 몇 %정도가 회심을 할 수 있을까?
【참고도서】
김경진, 『잃어버린 자를 찾아오신 주님』 (한국성서학연구소, 2000)
하워드 마샬 저, 이한수 역, 『누가행전』 (도서출판 엠마오, 1993)
마크포웰 저, 배용덕 역, 『누가복음신학』 (기독교문서선교회, 1995)
마크포웰 저, 이운연 역, 『사도행전신학』 (기독교문서선교회, 2000)
김득중, 『누가의 신학』 (컨콜디아사,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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