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심리/미술치료

문제해결 미술 치료

힐링&바이블센터 2008. 2. 18. 23:24

『미술에서 치료까지 그림그리기의 치유력』

 

 

【 3. 문제 해결을 위한 그림 그리기 - 단기치료 모델 】

 

 

‘문제 해결을 위한 그림 그리기’는 치료과제가 명확히 제시된 경우 사용된다. 대화는 최소한으로 줄이고 그림 그리는 시간을 최대한 할애하면 화가는 어떤 특정 상황을 은유적 차원으로 포착하게 되고 불필요한 상념을 그림으로 대치하며 원하는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 두뇌의 10% 만이 언어 현상에 쓰이고, 나머지는 모두 그림 형태로 진행된다고 한다. 그림이 변화하면 두뇌의 진행과정도 변화한다.

 

‘문제 해결을 위한 그림 그리기’는 과거의 삶과 관련된 심리치료를 목적으로 지나간 그림을 다시 전개시키는 대신, 현 상황에 상응하는 그림으로 대치된다. 이것은 두뇌가 외적으로 실제 경험한 사건과 잘 모방한 경험을 서로 구별할 수 없기 때문에 가능하다. 체험과 이미지, 이 둘은 두뇌에 있어서는 모두 사실이다. 자신의 새로운 이미지를 두뇌가 진실로 받아들이게 하려면 단지 ‘상상’을 통해서가 아니라 행위를 통해서, 즉 인상 깊게 그려진 그림을 통해서 새로운 이미지가 생성되어야 한다.

 

실비아는 ‘문제 해결을 위한 그림 그리기’ 미술치료 소그룹 모임에 참석하였다. 이 미술치료는 3시간씩 2주 간격으로 모두 3회에 걸쳐 화실에서 진행되었다. 첫 모임에서 모든 참가자들이 자신의 현 상태를 설명하였고, 이 상황을 긍정적인 바람의 형태로 변환시켜 표현하였다. 그런 후 나에게서 그림으로 그려야 할 특정 과제를 부여받았다. 두 번째 모임에서 참가자들은 지금의 상황과 관련된 돌발사건, 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후 나는 또 새로운 그림 주제를 주었다. 세 번째 모임도 역시 똑같이 이야기, 꿈, 과제 그리고 그림 그리기 순서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모임을 종료하며 공동으로 결론을 이끌어 냈다.

 

회화적 은유에 관한 정보

 

나는 실비아에게 요점을 설명한 후, 그녀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상황을 상상하게 하였다. 상대방 반응의 세밀한 부분까지 깨닫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 그 후 그녀가 원하는 행동을 성취했을 때 갖게 되는 느낌에 집중하게 하였다. 그리고 그 느낌을 풍경화로 표현하되 그 광경을 상상하지 말고 즉흥적으로 그리라고 요구하였다. 회화적 유추작업은 은유적인 그림을 그려야지 상징적인 삽화를 그려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림과 삽화의 차이는 그리는 과정에서 쉽게 관찰된다. 그림을 그릴 때는 그림에 온 마음을 쏟고 그림의 이야기와 색칠하기, 그림 내부의 정서 등에 중점을 두게 된다. 그러나 삽화는 우선 자신에 몰두하여 생각을 시각화하고, 자기가 해석한 대로 그림이 그려졌는지의 여부와 색상 및 상징적 의미에 힘을 쏟는다.

 

실비아는 한 그루의 커다란 나무가 한가운데에 서 있는 풍경화를 그렸다. 그러나 실비아는 그림을 그리는 중에, “이 나무는 강하고 나는 이 느낌을 드러내야 할텐데...”라는 선입견에 빠져들었다. 그로 인해 처음에는 주저하고 떨렸지만 자신이 세심한 부분의 표현에 매달릴 때 그러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과제가 가지는 긍정적인 출발점을 잃었던 것이다. 곧 자잘한 것에 신경을 쓰지 않고 커다란 움직임에만 마음을 쓰게 되자 실비아는 자신의 힘을 느끼게 되었다. 그림을 그리는 중에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감정과 불필요한 감정 사이를 방황하였다. 인습적인 선입견에 빠질 때는 자기 생각을 내세울 엄두를 내지 못했으나 나뭇가지를 그릴 때 그림에 완전히 몰두하여 감동을 받았다. 그리는 과정에서 부드러움과 세심함이 나타났고, 좋은 느낌을 살리면서도 세부 작업까지 할 수 있었다.

 

그림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실비아는 주요한 인물들과의 교제에서 자신이 어떻게 주도권을 잃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실비아는 세심한 문제에 집착하여 판에 박은 듯 행동하였고 그로 인하여 활달함과 호감을 잃었던 것이다. 도저히 다른 방법으로는 접근 할 수 없었던 실비아의 이런 심적 상태를 회화적인 은유를 통하여 파악할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풍경화에 이어 동물화를 제안하자 실비아는 말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것은 강력하여 재빠르게 질주해요, 이를 드러내고 위협도 하고 추월도 할 수 있어요.” 실비아는 속도감과 열정, 신중함, 매력적 호감을 모두 조합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다행인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은유적인 회화로 표현하기란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실비아는 그림을 이리저리 조작해 보았지만 좀처럼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빠르고 신중하게 질주하는 말이 아니라 한 마리의 망아지가 생겨난 것이다. 강력한 힘으로 질주하는 대신, 책임감도 목표도 없이 갈팡질팡하며 들판을 뛰어다니는 망아지였다([그림3-1]). 그런데 실비아는, “혹시 속도감이 대인관계 장애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는 없을까요?”라는 질문을 하였다.

 

그림의 효능

 

실비아는 풍경화에서는 감정을 그림으로 전환시키는 것에 성공하였지만, 확신을 가지고 사람들 앞에 나서도록 도움을 주려고 부여한 동물화 과제의 망아지에서는 크게 부응하지 못했다. 이 그림은 이보다 명백하게 실비아의 현 상태를 제시하고 있다. 실비아는 자기 행동을 전형적인 자신감 결여로 해석하지만 그림은 청소년기의 경거망동으로 보인다. 이러한 차이는 대단히 중요하다. 불안감은 극복하기 어려운 반면에, 젊은 시절의 경거망동은 성숙하면 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림이 말하고자 하는 진실과 효능을 믿어야 한다. 어떻게 이 과정이 전개되는지 보기 위해서, 나는 실비아에게 두 번째 미술시간 뒤에 망아지는 어떤 모습일지 그려보도록 하였다. 첫 모임이 끝날 무렵, 망아지는 풀밭에 누워 행복하게 몸을 굴리고 있었다. 그림이 마무리되지 않았기에 두 주 후, 두 번째 모임에서 실비아는 계속해 그렸다. 망아지는 여전히 누워 있었지만 그러나 이제는 풀밭이 아닌 마구간에 있었다([그림3-2]). 분명 과정은 진척이 더디었다. 그래서 떠오른 생각은 망아지를 자연적으로 성장하도록 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망아지는 다시 풀밭 위를 뛰어다녔다. 점차 몸의 얼룩이 살아지면서 어린 티를 벗고 경주마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아직 조련이 필요했고 울타리와 경계도 필요하였다. 실비아는 울타리 안의 자유에 대하여 만족스러워했다.

 

이제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자연스런 성장은 어느 정도 세월이 필요했기 때문에 세 번의 모임에 우리의 목적이 달성될지는 미지수였다. 그럼에도 주어진 주제 방향으로 밀고 나가며 “망아지를 조금 더 자란 모습으로 그리세요.”라고 요구하였다. 망아지는 계속 자라서 한 마리의 말이 되었다. 얼룩무늬는 모두 사라졌고 사지를 펼치며 달리는 한 마리 말의 모습으로, 훈련을 기꺼이 받으며 장애물을 즐겁게 뛰어 넘고 있었다. 실비아는 일기에 이렇게 썼다. “시간을 충분히 두고 성장하고, 천천히 느긋하게 경험을 쌓아야겠다. 조바심을 버리고 변화를 신중하게 받아들이며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자연스런 성장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첫 번째 그림에서 경험한 것처럼 실비아는 자신을 믿지 못한 것과 자기 책임감을 쉽게 포기한 것에 대한 두 가지 소망을 담고 있었다. 실비아는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임에도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해서 성공할 수 없었던 것을 “왜?”라고 질문하기 보다는 어떤 방법으로 해결해야 할 것인가 하는 힌트로 그 답을 얻게 되었다. 계속 그림을 그렸고 말은 더욱 성장하였다. 이 그림이 관객 앞에서 장애물을 뛰어넘는 광경이 되리라는 것을 실비아는 곧바로 알아차렸다. 처음에는 과거의 방어기제가 되살아나서 두려움과 거부감이 나타났으나 곧 재미있게 풀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았다. 조감도 양식으로 장애물 경기장을 표현했는데 이것은 생각보다 수월하였다. 말의 도약에만 모든 관심의 초점과 긴장감을 집중하였기에 관객의 부담은 전혀 느끼지 않았다. 실비아는 완전히 그림에 몰두하여 가볍게 붓을 놀리며 즐겁게 색칠하고 다양한 색을 시험해 보았고 몇 부분은 덧칠하였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실비아는 비평하는 관람자가 아니었다. 말의 기수를 그릴 때, 어떤 색으로 상의를 칠할 지 결정하지 못해 잠시 머뭇거렸다. 실비아는 자기 느낌이 시키는 대로 눈에 띄는 빨강으로 할지, 아니면 이성적인 검정으로 할까 주저하다가 직관에 따라 빨간색을 선택한 것이 옳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음의 표출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또 한 번 경험하였다.

 

마지막으로 실비아는 다시 한 번 풍경화를 그렸는데, 그것은 자신이 원하던 느낌에 상응되는 것이었다. 풍경은 조금 변했다. 별이 아직 빛나는 새벽녘이 밝아 오는 가운데 나무가 서 있다. 나무 앞으로 조용히 흐르는 강물에 별빛이 반사되고 있다. 실비아는 휴식과 여유, 조화로운 느낌을 갖게 되었다. ‘해결을 위한 그림’은 확실한 갈망이 있을 때만 이루어진다. 숨은 저항, 거부된 책임감, 엄청난 공포, 흐름을 방해하는 그 밖의 양상들은 그림에 명백히 드러난다. 변화를 거스르면 우리는 병에 걸린다. 그러한 장애를 드러내고 문제의 해답까지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은유적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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