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애써도 시간이 빨리 흘러주지 않는 것처럼,
시간이 흘러야만 해결이 되는 문제들이 있다.
흙탕물이 가라앉는 데 필요한 시간,
산 위의 눈이 녹는데 필요한 시간,
알뿌리가 꽃을 피우기 위해
겨울을 나는데 필요한 시간,
그런 시간이 필요한 일...
어느 나이에 이르기 전에는
그런 시간이 필요한 일...
어느 나이에 이르기 전에는
할 수 없는 일이 있는 법이다.
어느 나이에 이르기 전까지는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의 이치가 있는 법이다.
어느 나이에 이르기 전에는 감히 도달할 수 없는
사유의 깊이가 있는 법이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세월이다.
시간의 퇴적층처럼 쌓여 정신을 기름지게하고
사고를 풍요롭게 하는, 바로 그 세월이다.
그러므로 세월 앞에서는 겸허해야 한다.
누구도, 그 사람만큼 살지 않고는 어떤 사람에 대해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누구든, 그 사람과 똑같은 세월을 살아보지 않고서는.
- 김형경, 세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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