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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은행 이사가 말하는 영어 잘하는 법

힐링&바이블센터 2007. 6. 4. 11:57
요즘 채용 시장에선 해외 연수나 유학을 다녀오지 않은 구직자를 찾기가 오히려 힘들다.
직장 안에서도 해외 경험이 없으면 대화에 끼기조차 힘들다. 최근 한 취업포털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대학생의 72.7%가, 직장인의 68%가 어학연수나 유학 등을 다녀온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7명은 외국에서 공부를 했다는 얘기다. 이러다 보니 구직자들 사이에선 "어학연수를 다녀오지 않고선 원서조차 내기 힘들다"는 푸념이 나온다. 일단 직장에 들어가서도 "토종 출신은 영어로 해외파에 밀리니 경쟁이 안 된다"는 반응이 많다. 그러나 주변엔 유학이나 해외연수 경험 없이도 다국적기업이나 대기업 해외업무 파트에서 빼어난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토종'들이 있다. 이들에게 "영어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말은 군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세상에서 영어가 제일 쉬웠다"는 이들의 '영어 완전정복' 비법을 들어봤다.
 
◆ 영어 학원 한번 안 다녀=프랑스계 투자은행 BNP파리바의 김후영(40.사진(右)) 이사는 매일 영어 속에 파묻혀 산다. 책상에 놓인 모니터를 통해 수백 건씩 올라오는 각 나라의 외환시장 정보와 각종 뉴스들을 거의 실시간으로 분석해야 한다. 홍콩.싱가폴 지사와 수시로 전화 통화하며 본사에서 찾아 온 직원들과의 영어 토론, 프레젠테이션 역시 거의 매일같이 진행된다. 회의 후 이어지는 회식 자리에서 역시 영어로만 대화가 오가니 김 이사는 하루 일과 중 한글을 쓸 기회가 거의 없는 셈이다. 대학 졸업 후 시티은행.JP모건체이스 등 외국계 기업에서만 경력을 쌓았지만 그는 한 번도 영어 때문에 일부러 외국을 찾은 일이 없다. 심지어 영어 학원조차도 다녀본 적 없는 순수 '토종파'에 '독학파'다. 그렇지만 그의 영어 실력에 토를 다는 사람은 회사 내에서 아무도 없다. 사석에서 만난 외국 바이어들은 당연한 듯이 "미국 어디서 살다 왔느냐"고 물을 정도다.
 
◆ 모르면 묻고 열심히 사전 찾고=현재 그가 일하고 있는 자금부 16명의 직원 가운데 교포나 유학생, MBA 출신이 아닌 순수 토종은 김 이사 한 명뿐이다. 이렇게 거친 환경에서 살아남았다고 해서 처음부터 김 이사에게 영어에 대한 어떤 천부적인 능력이 있는 건 아니었다. 영어토론 서클에 가입해 활동했던 대학 때부터 그가 지켜온 습관은 "모르는 건 그냥 넘기지 말고 어떻게 해서든 알아낸다"는 것이다. 책을 읽다가, TV 뉴스를 보다 처음 보는 표현이 나오면 반드시 외워뒀다가 집에 돌아와 확인했다. 무슨 단어인지 조차 모를 때는 원어민 친구나 직장 동료, 심지어 후배에게까지 물어봤다. '나중에 틀려서 망신당하는 것보단 몰라서 조금 창피한 게 더 낫다'는 생각에서였다. 김 이사의 집엔 영영사전만 4권이 있다. 컴퓨터엔 인터넷 단어.숙어 사전 사이트 여러 곳이 '즐겨찾기'돼 있다(그래픽 참조). 한 단어만 무조건 외우는 게 아니라 여러 표현을 익힘으로써 자기 것을 만드는 게 그만의 비법이다. 이렇게 익힌 표현들은 반드시 노트에 정리한다. 직장에서 뿐 아니라 집에서도 틈틈이 적어둔 뒤 시간 날 때마다 들춰봤다. "일류 강사들이 쓴 교재보다 질이 떨어질진 몰라도 나 자신에겐 가장 효과적인 교재"라는 게 김 이사의 설명이다.
 
◆ 비즈니스 영어서적 많이 읽어=김 이사는 요즘 젊은 사람들의 영어를 들으면 확실히 세련되고 발음도 좋지만 그것만을 앞세워 정작 중요한 건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기교를 부리고 말도 많이 하지만 핵심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어떤 언어든 비즈니스 자리에선 짧고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담는 게 중요하다"며 "책을 많이 보면서 논리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책을 고를 땐 시나 소설보다는 경영.비즈니스 관련 서적을 추천했다. 기왕 할 영어 공부, 지식까지 얻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이유에서다.
일상 생활과 업무에서 영어로 의사소통하는데 아무 불편함이 없지만 그는 요즘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출퇴근 시간에 EBS 영어 강좌를 듣는 것은 물론 귀가해서도 곧장 CNN을 틀어 놓는다. 한국에서 알기 힘든 고급 표현들까지 완벽하게 익히겠다는 욕심이다. 김 이사는 "외국계 회사라 해도 어차피 한국에서 일하는 것이므로 한국 문화에 익숙하고 근성도 있으면서 인맥이 좋은 '토종' 출신들에게 유리한 점이 많다"며 "웬만한 유학생.어학연수자 정도의 영어는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으므로 치열하게 자기 가치를 높이라"고 조언했다.
 
글=김필규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 김후영 이사가 주로 사용하는 영영사전과 인터넷 사전 사이트사전
▶Cambridge Advanced Learner's Dictionary
▶Cambridge International Dictionary of Idioms
▶Macmillan English Dictionary사이트
▶www.allwords.com
▶www.hyperdictionary.com취업영어 공략
 
이렇게최근 '영어, 두뇌를 속여봐'(넥서스)라는 책을 내 인기를 끌고 있는 EBS 영어강사 이근철(40.사진)씨 역시 연수.유학 경험이 없는 순수 '토종파'다.
 
이씨는 "요즘엔 기업들이 점점 토익.텝스 등의 어학 점수보다는 토론이나 프레젠테이션 등 자체 영어 평가를 시행하면서 '토종들에겐 더 불리해졌다'며 걱정하는 취업준비생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단 정해져 있는 영어의 패턴만 잘 익혀두면 오히려 토익보다 쉬운 게 회화라는 게 이씨의 조언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게 바로 자신감이다. 면접이나 회의를 할 때 주눅이 들면 우리 말로도 의사 표현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이씨로부터 토종들이 평소 효과적으로 영어를 익힐 수 있는 공부법을 들어봤다.
 
◆ 시트콤을 활용하라=최근 유행하는 표현들을 익히면서 재미도 얻을 수 있는 시트콤은 그야말로 일거양득(一擧兩得)의 교재다. '프렌즈''섹스인더시티' 등 자신이 좋아하는 시트콤을 선택, 한 에피소드씩 익힌다. 처음엔 자막을 가리고 본다. 하나도 못 알아들어도 괜찮으니 끝까지 자막 없이 본다. 다음엔 궁금증을 간직한 채 자막을 보면서 본다.
 
◆ 거울을 보고 연습한다=직접 말하는 것만큼 좋은 연습은 없다. 매일 잠들기 전 거울을 보며 하루 종일 있었던 일을 영어로 이야기해 본다. 처음엔 어색하겠지만 조금씩 새로운 표현을 구사하다 보면 웬만한 일상 생활 용어는 다 익힐 수 있다. 말하는 내용을 녹음하거나 동영상으로 찍어보는 것도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된다.
 
◆ 주변을 영어로 채워라=영어는 자극을 받는 게 중요하다. 새로 배운 단어, 표현 등을 포스트잇이나 쪽지에 적어 책상.냉장고.화장실 등 눈에 띄는 곳곳에 붙여둔다. 너무 욕심부릴 필요 없다. 하루에 한 표현만 익혀도 한 달에 30개, 1년이면 365개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중앙일보 김필규.임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