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에게 쓰는 편지
철새들에게 -
순천만에서
검은머리물떼새
검은머리갈매기
혹부리오리
흑두루미
겨울 갈대밭에서
가만히 출석을
불러보네
너무 먼 길 오느라
멀미나진 않았니?
얇은 날갯죽지와
가는 발목이 상하진 않았니?
텅
빈 들녘 어디가
그리 좋으니?
가야 할 길을 못 가고
늘 망설이기만 하는 사람들에게
떠나는 법을 가르쳐주렴
말보다
힘찬 날갯짓으로
희망을 보여주는 새야
바라보기만 해도
아련하 그리움으로
눈에 밟히는 여리고도 당찬
새야
[이해인 -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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