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공간/시가 있는 곳

생명의 서

힐링&바이블센터 2008. 1. 21. 10:10
유치환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의 허적(虛寂)에

오직 신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그 열렬한 고독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을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에 회한(悔恨)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찬양듣기
         

 

'정서공간 > 시가 있는 곳'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위  (0) 2008.01.21
초혼  (0) 2008.01.21
하나님 놀다 가세요^^ㅋㅋㅋㅋ  (0) 2008.01.03
어느때나 기도하게 하소서  (0) 2007.11.27
10월의 끝자락  (0) 2007.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