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묻는 그대에게
세상일 중에
빨리 이루어지기보다는
늦게 성취되어도 좋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사랑입니다
단 한 번의 만남에서 뜨겁게 타오르는
담뱃불 같은 감정보다는
삶 속에서
보이지 않고 자연스레 진행되어
어느 순간에 그가 없이는
살아갈 수 없음을 느끼게 되는
은은한 레모네이드 향 같은 사랑
그의 생각과 느낌이 말 없음으로도
나에게 전달되기 시작하는
천천히 오는 그런 사랑
적어도 사랑에 있어서는
기꺼이
완행 열차를 탈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사랑은 바보스러워도 좋습니다
어리석고 어리석어도 좋은 것이 사랑입니다
그가 잘되는 것이
곧 내가 잘되는 것이라는
어리석은 착각이 오히려
눈물나게 아름다운 일입니다
사랑은 천천히 걸어와도 좋습니다
거북이 걸음으로도 좋은 것이 사랑입니다
천천히 스며들어
결국엔 전체를 변화시키고 마는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사랑은
변질되는 것 또한 지극히 더딥니다
사랑은 눈물을 징검다리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옵니다
시멘트에 물이 섞여야 견고해 지듯
사랑하기 때문에 흘리는 눈물 한 방울로
우리의 사랑은 더욱 견고해 집니다.
[박성철..사랑을 묻는 그대에게 중에서]
|